[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반려동물]

미국 가정 67%가 반려동물 키워…2021년 반려동물 관련 기업 상장 ‘러시’
‘자식 대신 반려동물’, 코로나19에 ‘팬데믹 퍼피’ 증가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한경비즈니스 칼럼=최중혁 칼럼니스트 ericjunghyuk.choi@gmail.com] “우린 지금 위기야. 잘 봐둬. 우리의 숙적, 애완견들.” 드림웍스의 장편 애니메이션 ‘보스 베이비’에선 ‘베이비 주식회사’ 소속 베이비들은 애완견 때문에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며 위기의식을 느낀다. 영화에서 베이비들은 영원히 늙지 않는 개를 만드는 ‘퍼피 주식회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는다.

영화의 코믹한 요소지만 실제로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9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 출산율은 미국 가임 여성 1명당 1.728명으로 사상 최저치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2007년 2.12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며 경제가 반등한 이후에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서 반려동물의 숫자는 계속 증가세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06년 미국인들이 기르는 반려견은 7480만 마리였지만 2017년엔 8970만 마리로 훌쩍 늘었다. 미국반려동물용품협회(APPA)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한 결과 가구 수를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개(6340만 가구)이고 고양이(4270만 가구)와 민물고기(1150만 가구)가 그 뒤를 잇는다. APPA의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 67%의 가구인 8500만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 대신 반려동물’, 코로나19에 ‘팬데믹 퍼피’ 증가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반려동물 전용 이커머스가 뜬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APPA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360억 달러(약 39조7000억원) 규모였던 미국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 990억 달러(약 109조3000억원)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이 시장이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부터 2010년까지도 위축되지 않고 평균 5.4% 성장했다는 점이다.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는 현상인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이 반려동물 시장 성장의 기폭제 중 하나다. 게다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숫자 또한 증가했다.
눈에 띄게 성장한 산업 중 하나가 바로 반려동물 관련 이커머스다.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2019년 기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사료·간식으로 38.6%였다. 특히 반려동물이 섭취하는 사료는 주기적인 배송이 필요해 최근 들어 구독 서비스를 통해 할인 혜택을 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회사가 추이(Chewy)다. 2017년 미국 반려동물 오프라인 업체 1위 펫스마트(PetSmart)에 33억 달러에 인수된 뒤 2019년 나스닥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한 추이는 아마존의 온라인 펫 비즈니스를 2위로 누르고 미국 반려동물 이커머스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몰엔 사료뿐만 아니라 장난감과 비타민 등 1600여 개 브랜드에서 내놓은 6만5000개 이상의 반려동물 제품이 판매돼 다른 곳에서 찾아볼 필요조차 없다. 특히 추이의 정기 배송 서비스인 오토십(Autoship)은 미국 소비자들이 특별히 ‘애정’하는 서비스다. 자신의 반려동물 연령과 품종 등을 입력하면 적절한 제품을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해 주고 넓은 미국 땅에서 이틀 안에 배송해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구독을 이용하면 5~15% 할인은 덤이다. 추이의 신규 고객은 1년에 약 150달러를 지출하지만 5년 이상 회원으로 등록한 고객들은 평균 700달러 이상을 주문한다. 이러한 경쟁력 덕분에 추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맞아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2~10월)까지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6% 늘어난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팬데믹 퍼피 시즌의 여세를 몰아 2021년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8년 전 설립돼 2020년 12월 기준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온라인 반려동물 장난감 전용 업체 바크박스다. 바크박스는 스팩(SPAC)에 상장된 노던스타에퀴지션과 합병하기로 결정했고 합병 기업 가치는 16억 달러다. 바크박스는 반려동물 장난감 한 박스에 35달러, 6개월 구독 시 26달러를 지불하면 105만 명의 가입자들에게 매달 15만 개의 다른 구성으로 발송해 준다. 2020년 9월 아마존 글로벌 부문 디렉터 출신 매니시 조네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바크박스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고 하고 있다.




추이를 보유한 펫스마트에 이어 미국 반려동물 오프라인 2위 업체인 펫코(Petco)도 상장하겠다며 2020년 12월 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서류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 CVC캐피털과 캐나다연금위원회(CPPIB)가 소유 중이며 현재 미국·멕시코·푸에르토리코 전역에 약 1500개 이상의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려동물 헬스 케어 산업은 이제 시작




반려동물 수요가 늘면서 각광 받는 산업 중 하나가 동물 헬스케어 산업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늘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상태를 섬세하게 지켜볼 수 있어서 앞으로 시장 성장은 더 기대된다. 2011년 134억 달러였던 미국 동물 의료 산업은 2020년 302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ABL바이오 미주 오피스 김세현 비즈니스 개발 팀장은 “동물용 치료제는 대체로 사람을 위한 치료제를 바탕으로 다시 만드는데, 무엇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아니라 미국 농무부(USDA)가 승인하기 때문에 개발을 시작한 지 약 2~3년이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며 “사람용 치료제가 개발되는데는 약 15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일반 헬스케어 시장보다는 다소 작은 시장이라 일부 메이저 회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 제약사 중 독보적인 회사는 2012년 화이자 동물건강사업부에서 분할돼 설립된 조에티스다. 조에티스는 6개의 주요 카테고리(백신, 제약, 항감염제, 구충제, 약제 처리 사료 첨가제, 건강 진단)에 걸쳐 300개 이상의 제품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 상위 10개 품목이 회사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12개의 제품이 각각의 마켓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의사 방문이 어려워져 조에티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됐지만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2020년 1분기부터 3분기(1~9월)까지 매출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6.2% 늘어난 48억7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서 2019년 분사한 엘란코애니멀헬스(엘란코)도 조에티스의 뒤를 잇는 세계 2위 동물 헬스케어 회사다. 엘란코는 2019년 8월 독일 바이엘 동물의약품사업부를 7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어 이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의료 진단 서비스업 글로벌 1위 기업 아이덱스도 반려동물 시장 확대에 수혜가 기대된다. 아이덱스는 2020년 반려동물에게 적용할 수 있는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검사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반려동물 원격 진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업체인 추이는 2020년 10월 반려동물 주인이 원격으로 수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반려동물 원격 진료 서비스 ‘커넥트위드어벳(Connect With a Vet)’을 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조온 폴리티콘(zoon politikon :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혼인과 출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간의 사회적인 성향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반려동물 수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식 대신 반려동물’, 코로나19에 ‘팬데믹 퍼피’ 증가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09호(2020.12.28 ~ 2021.01.03) 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0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