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소득 대비 집값 비율로 본 부동산 시장 1
-지역별 소득, 국세청 근로소득 통계로 파악 가능 [한경비즈니스 칼럼=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얼마 정도 오래 돈을 모아야 집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을까. 월급을 받아 십 몇 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사가 가끔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1.4년을 모아야 겨우 아파트를 한 채라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제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기사는 한국 집값이 소득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하락론자들이 주로 선호하거나 인용한다. 집을 사는데 11.4년도 길거니와 그동안 생활비 등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이런 기사에서 인용되는 지수가 바로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인 PIR(Price to Income Ratio)이다. 연소득(Income)을 주택 가격(Price)으로 나눈 비율인 PIR은 주택 구매 능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KB국민은행을 포함한 민간 연구 기관들에서 이런 PIR지수를 발표하는 이유는 소득 증가에 비해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지 않은지 시계열적으로 추적하기 위해서다. 이런 PIR지수는 한국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사용된다.
문제는 한국 실정에 이 지수가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PIR 개념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실질적으로 이 지수를 정확히 뽑아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Price)은 KB국민은행에서 매월 지역별로 조사하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소득(Income) 자료다.
KB국민은행에서는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데, 통계청은 연소득(Income)을 지역별로 발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기존의 PIR지수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강남에 사는 사람이나 외진 시골에 사는 사람이나 소득이 같다고 가정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런 모순점은 KB국민은행에서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해 전국 단위 PIR은 전국 전 가구 소득 기준으로, 서울 PIR은 도시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도시화율이 높기 때문에 전국의 전 가구 소득에 비해 도시가구 소득은 2~3%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서울 거주자의 소득이 전국 평균보다 2~3% 정도밖에 높지 않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실제로는 2019년 근로소득의 경우 서울은 전국 평균치보다 14%나 높다.
이처럼 지역별 소득 자료가 없다 보니 현재 방법으로는 지역별로 분석이 불가능하다. 분석 방법이 아무리 좋더라도 기초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두루뭉술한 데이터로 분석한 한국의 PIR은 신뢰할 지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통계청에서 지역별 소득을 조사하고 있지 않아서인데 그렇다고 이 지수 하나를 내기 위해 통계청에서 혈세를 사용할 이유도 없다. KB국민은행에서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 소득과 집값을 각각 5분위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표1]은 KB국민은행이 2020년 9월 발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 가구가 5분위(고가 주택)를 사려면 40.4년이 걸리지만 1분위(저가 주택)를 사려면 5.3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소득 5분위에 속하는 고소득 가구가 5분위(고가 주택)를 사려면 7.2년이 걸리지만 1분위(저가 주택)를 사려면 0.9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방법을 통해 소득 분위별로는 분석할 수 있지만 지역별 분석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겼다. 통계청에서는 지역별 소득을 조사하지 않지만 국세청 자료를 통해 지역별 소득을 분석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서 2017년부터 연말마다 전년도 근로소득 징수 실적을 발표해 왔다. 이 자료를 활용하면 지역별로 노동자의 평균 소득을 뽑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월급쟁이 노동자의 2019년 평균 소득은 7119만7784원이고 전국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부산 중구의 소득은 2540만4210원이다. [표2]는 2019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근로소득이 높은 상위 10개 지역이다. 한마디로 고소득 월급쟁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의미한다. 상위 10개 지역 중 6개 지역이 서울에 분포돼 있고 경기도에 2곳, 지방에 2곳이 있다. 이렇게 지역별로 구분해 분석하지 않으면 서울은 소득이 높고 지방은 소득이 낮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분석하게 된다. 실제로 울산북구(4649만원)나 대구 수성구(4632만원)는 지방에 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고 강북구(2928만원)는 서울에 있지만 전국에서 소득 하위권에 있는 지역이다. 이 방법론으로 분석하면 PIR이 높은 지역, 다시 말해 소득에 비해 집값이 고평가된 지역은 주로 서울에 분포한다. 고평가된 상위 10개 지역 중 과천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에 분포한다. 가장 고평가된 광진구는 광진구에 거주하는 노동자가 24.8년 치의 연봉을 모아야 광진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즉 분양 면적 기준 32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저평가 지역을 의미하는 PIR 하위 지역은 지방에 분포한다. 전남 광양시가 2.8년으로 가장 짧다. PIR 하위 10개 지역은 호남 지역에 2곳, 영남지역에 4곳, 충청지역에 4곳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는 편이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전국 단위의 PIR은 큰 변화가 없다. 소득 증가에 비해 집값 상승이 가파르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2019년은 2018년에 비해 오히려 PIR이 하락하기까지 했다. 2019년의 지방 집값 하락의 영향이 수치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에 반해 서울은 지속적으로 PIR이 상승하고 있다. 2019년엔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였다.
이상으로 지역별로 PIR지수를 산출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 2편에서는 이보다 더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PDIR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 어느 지역에 거품이 있는지 알아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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