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현재 업무에 대한 생각의 틀 바꿔 줘야…동료 간 목표 공유하면 상향 평준화 효과
새해는 ‘제대로 된’ 목표 설정부터… 조직을 움직이는 3가지 방법 [김한솔의 경영 전략]
[한경비즈니스 칼럼=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어김없이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쓸고 간 탓에 2020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2021년 역시 바이러스의 기세가 언제 꺾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된 한 해를 또 한 번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게 바로 ‘목표’다.


특히 항상 더 나은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조직의 리더들에게 매년 ‘연초’는 힘들다. 위에서는 계속 혁신과 도전을 외치는데 구성원들은 지금 일도 힘들다는 푸념만 늘어놓는 것이 일반적인 조직의 연초 모습이다. 중간에 낀 리더들이 좀 더 도전적인 목표를 갖고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도전적 목표 설정을 가로막는 3가지


“올해는 새롭게 도전적인 목표들을 한 번 세워 봅시다.”

리더가 외쳐도 구성원들은 반응이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구성원들이 ‘도대체 뭐가 도전적인 건데’라는 속마음을 갖기 마련인데 이는 도전적인 것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다. 실무를 하는 구성원들은 항상 힘들어 한다. 또 지금도 충분히 도전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성원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는 구성원들의 생각의 ‘틀’을 바꿔 줘야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아주 도전적인 업무들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법은 간단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너무 익숙한, ‘보기’를 들어주면 된다. 조직에서의 업무는 크게 3개의 레벨로 구분할 수 있다.


1레벨은 ‘일상적 업무’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업무들이 여기에 속한다. 숙달되면 그리고 시간을 쏟으면 잘할 수 있는 업무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런 일들을 하느라 바쁘고 힘들다.


2레벨은 ‘문제 해결 업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개선안을 만들거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선 방안을 찾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1레벨만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욕심이 있는 직원이라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한 번씩 고민하고 있는 업무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레벨3다. ‘혁신적 업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거나 성공하려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한 업무들이 여기에 속한다. 목표를 세울 때 이 3가지 관점을 활용해 보자. 직원들에게 무작정 “도전적인 목표 좀 가지고 와 봐”라고 요구하기 전에 각자 생각하고 있는 올해 목표들을 3개 보기 항목에 따라 분류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 구성원의 역량이나 연차 등에 따라 3레벨의 혁신적 업무나 2레벨의 문제 해결 업무의 비중을 높이도록 가이드해야 한다.


이게 무슨 차이를 낼까 싶겠지만 사람은 ‘선택지’가 생기면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스스로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직원들은 “내가 너무 단순한 일만 하고 있었구나”라고 자각할 수도 있고 연차가 높은 직원들은 “내가 여전히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나”라는 반성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 주는 게 첫째다.


물론 업무 영역을 나눠 줘도 기존 업무 목표만 고집하는 직원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괜히 자기만 나서 ‘튀는 게’ 싫어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자존심 건드리기’다. 목표 설정을 리더와 구성원의 일대일 관계가 아닌 구성원과 또 다른 동료 구성원들이라는 ‘일대다(多)’의 관계로 만들면 된다. 서로 세운 목표치가 무엇인지 구성원들끼리 공유하는 자리를 통해서다.


이런 시간의 효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향 평준화다. 혼자 있을 때 몰랐던 자신의 ‘수준’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른 동기들 혹은 후배들보다 ‘일상 업무’에만 시간을 잔뜩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또 자기가 생각지 못한 혁신적 업무 리스트를 다른 직원들은 잔뜩 가지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이게 건강한 자존심 건드리기다.


둘째 효과는 상대에 대한 이해다.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어도 동료가 각각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만 바쁘다’, ‘나 혼자 힘든 일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서로 어떤 목표치를 갖고 있는지 알면, 즉 정보가 생기면 상대를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목표를 공유하는 시간 덕에 리더가 굳이 ‘좀 더 난이도 높은 일을 해 봐야지’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되고 ‘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건 리더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다. 사람은 원래 자기중심적인 존재다. 이걸 깨려면 장치가 필요하다. 목표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때로는 ‘마음의 짐’도 덜어줘야


무엇이 도전적인 업무인지 알고 자신이 뭘 더 해야 할지 깨달아도 선뜻 새로운 목표치를 갖고 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보수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이유는 ‘평가’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라고 해서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쫓겨 덥석 ‘어려운 도전 과제’를 해 보겠다고 선언했다가 막상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리더는 구성원이 가질 수 있는 이런 마음의 짐을 덜어 줘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보너스 골’이다. 말 그대로 기존 평가와 상관없이 ‘보너스’인 목표를 갖도록 하라는 뜻이다.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추가적인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못해도 기존 평가에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목표다.


조직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많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성과에 집착한다. 결국 보상이 눈앞에 그려지지 않으면, 다시 말해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게 보이지 않으면 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직에선 혁신적인 시도를 하라고 강요한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래서 그런 업무를 ‘보너스’로 주라는 게 ‘보너스 골’의 의미다. 이런 장치가 있어야만 구성원들도 ‘안전함’을 느끼며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해도 불이익 없는’ 과제를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 동의한다. 이런 과제를 ‘모든 사람’이 시도하기를, 혹은 ‘전부’ 성공하기를 바라면 안 된다. 10명 중 2~3명이라도 시도한다면, 그래서 그 중 1개만이라도 성공한다면 그게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시작이 될 수 있어 이런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어차피 아무도 해 보지 않았고 지금대로라면 앞으로도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보너스로 갖고 있더라도 잃을 것은 없지 않은가.


목표 설정은 쉽다. 지난해 목표에서 숫자 조금, 항목 조금 바꾸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세운 목표로 ‘현재’를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더 잘 살아가려면 그 시작은 ‘제대로 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조직의 목표, 가정의 목표 그리고 자신의 2021년 목표를 다시 한 번 세워 보면 어떨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