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0만 구독자가 선택한 투에고의 첫 인문 에세이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투에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한경비즈니스 칼럼=최경민 한경BP 출판편집자] 우리는 타인을 평가하고 타인에게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다정하다, 이성적이다, 유머러스하다, 따뜻하다, 계산적이다…. 이런 말들은 모두 타인을 평가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 질문의 방향을 ‘나’에게로 돌려보면 어떨까.


“어제의 만남에서 허물없이 지내는 이들에게 재밌게 비쳤다면 그것은 그들 앞에서 보여준 ‘어제의 나’이며 격식을 차려야 하는 오늘의 만남에서 진지하게 비쳤다면 그것은 ‘오늘의 나’인 것이다. 또 다른 사람 앞이라면, 다른 상황이나 기분이라면 ‘내일의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를 일이다.”


저자는 이렇듯 쉽게 타인의 겉모습을 보고 내면을 판단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우리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노력하는 만큼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바로, 이 질문이 이번 책에서 풀어 가고자 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와 ‘익숙해질 때’의 저자이자 온라인상에서 20만 구독자에게 위로를 선물하는 작가 투에고는 오랫동안 ‘나를 표현할 언어’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를 언어를 표현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공감의 주체가 되고 위안을 찾아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는 전한다.


특히 사람들이 말버릇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말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언어의 최소 단위인 ‘단어’를 통해 자기 마음과 감정의 단위를 나누고 세분화해 분석해 나간다.


예를 들어 ‘간절함’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일화가 등장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 물속으로 들어간 청년에게 소크라테스는 물속에서 가장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바로 지금 느낀 그 감정이 ‘간절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 주변의 삶에서 건져낸 이야기들도 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의 고백을 들으며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버려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후회’라는 에피소드다. ‘친구’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친구의 정의를 통해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 나간다.


저자는 이처럼 단어를 통해 마음의 기원에 닿는 과정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공허해지는 ‘빈 위로’가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고 ‘진짜 위안’을 얻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90여 개의 단어들이 모였다.


이렇게 모인 단어를 매개체로 링컨·소크라테스·프로이트·니체·푸시킨과 돈키호테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활약한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꽉 막힌 것 같았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시야가 조금 트이는 것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의 눈에 비치는 대로, 남이 판단하는 대로 살아가지 마세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 마음’에 먼저 물어보세요.”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생존교양
이용택 외 지음 | 한빛비즈 | 1만6500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뽐내기 위한 전문 지식이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꼭 요구되는 ‘생존 교양’이다. 어디서 들어는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정확히도 몰라 나서지 못하고 입을 다문 적이 있지 않은가. 혹은 자기만 모르는 것 같은데 모르는 티를 낼 수 없어 상대의 얘기에 고개만 끄덕인 적이 있지 않은가. 사회생활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상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하지만 서점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부터 난감하고 정작 구입한 상식 사전류의 책은 그저 단순한 지식 나열이기 때문에 좀 읽다가 재미없어 덮어두고 만다. 이처럼 교양은 쌓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헤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용어 150개를 선정해 해당 단어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배경, 변천사 그리고 그 속에서 읽어 낼 수 있는 교훈적 메시지 등을 담았다. 필수 지식을 스토리텔링으로 쉽게 풀이한 것이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돈의 심리학
모건 하우절 지음 | 이지연 역 | 인플루엔셜 | 1만9800원


출간 즉시 아마존 투자 분야 1위를 차지했고 개인 투자자부터 전문 컨설턴트까지 극찬 세례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 온 저자가 20개의 흥미로운 투자 스토리를 들려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탱크 부대 이야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에 관한 빌 게이츠의 고백,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페라리에 얽힌 에피소드, 워런 버핏의 놀라운 수익률의 비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해 읽는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부에 관한 문제는 결국 학력·지능·노력과 직접적 관련이 없고 돈에 관한 인간의 편향과 심리, 다시 말해 ‘돈의 심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존 J. 미어샤이머 지음 | 이춘근 역 | 김애김북스 | 1만9000원


냉전 종식 이후 지구상에서 압도적으로 막강한 패권국이 된 미국이 지난 3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과 그 사상적 연원인 자유주의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는 시기에 미국은 처음으로 강대국 국제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현실주의가 아닌 자국의 정치 이념인 자유주의에 근거한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유일 패권국이 된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인 자신의 이미지대로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은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이 주도한 나토와 유럽연합의 확대는 소련 붕괴 이후 수세적 처지에 있었던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라면의 재발견
김정현 외 지음 | 따비 | 1만5000원


비록 면을 직접 반죽하고 육수를 내 끓이는 ‘진짜’ 라멘이 있다지만,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의 발명품이라지만 한국인의 솔 푸드 목록에서 라면을 뺄 수는 없다. 이 라면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지 60년 가까이 흘렀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력과 위상, 한국인의 심성과 문화까지 무엇 하나 그때와 같은 것이 없지만 라면 사랑만은 여전하다. 이 책은 가난의 음식에서 취향의 음식으로 진화해 온 라면을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추적한다. 잘 알려진 대로,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1958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라면과 달랐다. 그로부터 5년 후 한국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이 출시됐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서평]
휴먼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엮음 | 호밀밭 | 1만6000원


인문 담론의 축적을 표방하며 창간된 인문 무크지다. 가벼운 일회성의 텍스트들로 둘러싸인 채 질주하는 세계에서 보다 단단한 호흡을 견지하며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매호마다 정해진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과 세계의 지금 현재를 톺아본다. 건축의 기본이 터를 다지는 일인 것처럼 유행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인문 담론을 환기하고 넉넉하고도 단단하게 인간과 세계의 기본을 다진다. 창간호의 주제는 ‘휴먼’이다. 인간이라는 우리말에 적당한 거리를 둬 새롭게 환기하기 위해 영어 단어 휴먼을 주제로 삼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아름답고 정의롭고 바람직한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박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1호(2021.01.04 ~ 2021.01.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