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金, 거센 비난 이후 국민의힘도 일제히 안 대표 공격


서울시장 선거 막판 극적 연대 효과 노린 전략일수도


안 대표, 국민의힘 입당 뒤 경선은 물건너가


국민의힘 후보 선출된 뒤 안 대표와 결선 경선 가능성
김종인-안철수, 밀당인가 루비콘 강 건넜나 [홍영식의 정치판]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4월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야권 연대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달아오르던 야권 연대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 중심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은 당 회의와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CBS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에 대해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 후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도대체 정치 상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 대표의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 소식에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안 대표는) 더이상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까지 했다. 정진석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향해선 “지난해 총선 때처럼 콩가루 집안이 된다”고 공격했다. 단일화에 실패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안 대표 간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져도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조순 민주당 후보가 3자 구도에서 ‘무균질’로 돌풍을 일으킨 박찬종 무소속 후보를 꺾은 사례까지 언급했다. 단순 정치적인 견제 수준을 뛰어넘는 발언으로 야권 단일화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金, 안 대표 힘 빼 국민의힘이 단일 후보 되는 게 목표”


김 위원장이 왜 안 대표에 대해 상식 수준을 넘는 이런 격한 발언으로 몰아세우는 걸까. 우선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오 전 서울시장이 본격 움직이는 것과 맞물려 있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 의원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애초부터 안 대표 견제에 나섰다. 근본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안 대표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안 대표와의 연대가 가속화된다면 국민의힘은 어디 가고 안 대표의 존재감만 커질 뿐이라고 본 것이다. 안 대표를 공격해 그의 앞서가는 지지율을 떨어뜨려야 국민의힘 경쟁력이 커지고 그런 다음 안 대표와 본격 경쟁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제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선 비빌 언덕이 커진 것이다. 안 대표와의 싸움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안 대표의 힘을 더욱더 빼놓은 다음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게 하는 게 비대위원장의 책무이고 성공하면 그의 공이 되는 것이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오롯이 안 대표의 공이 되지 김 위원장의 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안 대표에 대한 불신도 작용한 것 같다는 것이 이 측근의 해석이다. 안 대표는 2012년 5월 부산대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라고 불리는데 대해 “만약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되고 또 저보다 나이가 어린 김제동 씨나 김여진 씨도 제게 멘토라고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윤 전 장관이 (안 대표의) 청춘 콘서트 등을 다 만든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사람이 300명이 있다’고 하느냐. 정치를 잘못 배워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엔 정치 선배를 그렇게 대접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며 “대선에 야심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평가를 받아야지 학교에 딱 숨어 국민의 지지도만 쳐다본다는 것은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안 대표가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 때 김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가 탈당하기 전 나를 찾아왔다. 탈당하지 말고 신중하게 때를 기다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원래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탈당에 대해) 정치란 그렇게 잔머리를 굴려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안 대표 공격의 또 다른 배경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서울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34.7%, 더불어민주당은 24.6%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국민의힘 자강이 가능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공격하자 국민의힘 내에선 연대론이 쑥 들어갔다.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고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안 대표를 겨냥해 “중도 지지표를 독점하고 있는 양 이야기하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도층이 대거 국민의힘으로 몰려오고 있다”며 “안 대표도 눈이 있으면 좀 보시라”고 했다. 또 “승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단일화는 기호 2번(국민의힘)”이라고 강조했다.


나 전 원내대표도 공격에 나서고 있다. 그는 1월 1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를 겨냥해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결국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겐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安, 국민의힘 밖 제3지대서 야권 연대 중심 노려
김종인-안철수, 밀당인가 루비콘 강 건넜나 [홍영식의 정치판]
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안 대표의 주요 지지층인 중도의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안 대표 측의 판단이다. 안 대표의 구상은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을 포함해 야권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가 최근 한국경제신문·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뒤 “야권의 저변을 확대하려면 연대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과 중도 지지자, 합리적인 개혁을 바라는 진보 성향의 시민들까지 모두 힘을 합해야 하고 그 역할을 내가 하겠다”고 했다. 제3지대에서 자신이 야권 연대의 중심축이 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이다.


안 대표는 1월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단일화는 모든 야권이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한 뒤 “(야권의) 단일 후보 결정은 이 정권에 분노하는 서울 시민들이 하면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선상이다. 제3지대에서 ‘시민 후보’라는 형식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중심으로’를 외치는 김 위원장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안 대표 측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안 대표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과 무시하는 요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를 야당으로 견인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야권의 소중한 자산을 흠집 내면 그 이득이 누구에게 가겠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 양측이 어떤 형식으로든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만 빼고 24개 단체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여권 프리미엄은 알게 모르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막상 선거전에 들어가면 야권이 매우 힘든 싸움이 돼 연대하지 못하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거세게 공격하는 것도 막판 극적 연대 효과를 노리는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