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금융 위기 이후 ‘차화정’ 랠리 기간 PBR을 적용하면 올해 코스피지수 3552까지 상승 가능
[한경비즈니스 칼럼=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한국 경제에서는 구조적 경제 요인인 ‘가파른 고령화’와 ‘생산 가용 인구 감소’, ‘최저임금 부담’ 등이 주로 부각됐다. 그렇다 보니 한국 경제는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비관적 경기 전망과 함께 한국 주식 시장은 부진했다.
다만 한국 증시는 2017년부터 반도체 호황으로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대부분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 대비 소외되며 저평가 상황이 지속됐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와 신흥국 증시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율이 확대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 수준인 12개월 주가 주당순자산배율(12M FWD PBR)은 0.8배에서 1.0배 사이에 등락하는 극단적 저평가 상황이 지속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미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 만에 일어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위터 등 재택근무를 경험한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재택근무 지속을 권장해 ‘업무의 공간적 제약’에 대한 철폐가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강제적 디지털 전환은 곧 미래가 빨라진 것으로 결론 낼 수 있다. 한편 다수의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이후에도 전 세계에 충분한 백신과 집단 면역이 정착될 때까지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는 2022년까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촉발된 언택트(비대면)의 수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언택트의 수혜주로 한국 기업들이 조명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다. 강제적 디지털 환경의 전환으로 미래가 빨라졌고 그 결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반도체·2차전지와 전기차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언택트 수혜로 한국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또한 큰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5년 전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는 금융지주· 생명보험사·유틸리티 등 향후 성장 기대가 낮은 저 PBR 가치주가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분석하면 2차전지, 제약·바이오, 인터넷 등의 성장주가 추가됐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대표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변화된 점은 이제 한국 증시가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탈바꿈하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2020년 글로벌 주식 시장의 수익률을 분석하면 코스닥(44.6%), 나스닥(43.6%), 유가증권시장(30.8%) 순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닥, 나스닥, 유가증권 시장의 공통점은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본 언택트·바이오 관련 섹터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 증시 내 주요 섹터 비율을 분석하면 IT(37.2%), 바이오(12.3%), 커뮤니케이션 서비스(8.4%) 등 언택트·코로나19 수혜가 높은 섹터 비율이 무려 57.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섹터별 비율을 분석하면 IT(41.9%), 커뮤니케이션 서비스(16.7%), 헬스케어(10.2%) 모두 높아 코로나19의 수혜가 높은 섹터 비율이 68.8%로 매우 높다. 2020년 글로벌 주식 시장 내 수익률 차별화는 언택트 수혜가 집중된 지수와 시장에 집중됐다.
성장주가 이끄는 한국 증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효과와 달러화 약세 전망으로 초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 시장 내 위험 자산 선호는 일반인 대상 대규모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이 최초로 영국에서 긴급 승인을 시작으로 이후 모더나 백신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이 허가되는 등 백신의 허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도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2~3월부터 의료진, 노약자, 사회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의 일반인 대상 백신 접종은 올해 상반기 말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선진국 대비 1~2개월 뒤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달러화 약세 등 현재 금융 시장 내 위험 자산 선호는 최소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상승할 수 있을지 분석하기 위해 금융 위기 이후 나타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 기간 동안의 밸류에이션을 확인해 봤다. 2021년 코로나19발 경기 충격 이후 한국은 ‘차화전(자동차·화학·전자·반도체·전기차)’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차화전 업종은 사실 전기차·2차전지와 반도체 등의 언택트 수혜 업종이다. 올해부터 한국 기업의 매출(Q)과 마진(P)이 동반 성장하는 성장 국면이 기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 위기 이후 ‘차화정 랠리’와 같은 ‘차화전 시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고부가 가치 산업이고 시가총액 비율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올해 상반기 빅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 위기 당시 ‘차화정’ 랠리 이상의 상승이 기대된다.
과거 차화정 랠리 기간 동안의 밸류에이션을 현재 차화전 랠리에 적용해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을 분석해 봤다. 금융 위기 이후 차화정 랠리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의 12M FWD PBR은 1.42배까지(2011년 5월) 상승했는데 현재 코스피지수의 주당 순자산 가치(BPS)에 1.42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3552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해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를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이후부터 코스피지수·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지수와 수익률 격차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도체 업종이 시장을 크게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높다는 점에서 상반기 주식 시장은 반도체 업종의 상승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의 차화전 랠리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이후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부터 반도체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차화전 랠리도 과거 30개월 동안 지속된 차화정 랠리와 같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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