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라면 수출…중국 라면 식문화도 바꿔

농심, 매운맛 그대로 승부하며 세계 5위 라면 기업으로 성장
[커버스토리] 해외서 훨훨 나는 한국 식품기업


1971년 소고기라면의 미국 수출로 농심의 글로벌 진출이 시작됐다. 초창기만 해도 농심은 한인 시장에 타깃을 맞췄다. 그 후 10여 년간 꾸준한 시장 개척을 통해 1980년대 너구리·안성탕면·짜파게티·신라면 등 농심의 주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후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 영업 사무소를 만들었고 1994년 농심 첫 해외 법인인 미국법인이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됐다. 현재 세계 5위의 라면 기업으로 성장한 농심은 중국·미국·일본·동남아·유럽 등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매운맛 그대로 승부하며 세계 5위 라면 기업으로 성장


해외 사업의 핵심은 단연 ‘신라면’

자타 공인 대한민국 대표 라면인 신라면은 농심 해외 사업의 핵심이다. 2020년 신라면 브랜드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0% 늘어난 약 3억9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신라면은 농심 해외 사업의 40% 정도를 홀로 담당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다. 농심의 해외 매출 또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해외 총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9억9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농심은 올해 해외 사업 매출 목표를 12% 상향한 11억1000만 달러로 설정했다. 농심은 1971년 첫 라면 수출을 시작으로 1981년 일본 도쿄사무소 설립, 198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 1996년에는 한·중 수교로 기회가 열린 중국(상하이)에 법인을 세우고 생산 공장을 가동했다. 이어 2005년 미국 LA 공장을 가동하면서 아시아권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최근엔 호주와 베트남에도 법인을 설립해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농심은 대표 주자 신라면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주요 국가의 대표 유통 채널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미국에서 2017년 월마트 전 점포 입점에 성공했고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8년 처음으로 미국 내 주류 시장이라고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LA 공장을 가동하고 10여 년간 서부와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 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특히 미국 내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A에 들어서는 제2공장도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 내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면은 월마트·코스트코·아마존·알리바바 등 세계 최고의 기업이 선택하는 한국 식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파워를 통해 신라면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첨병 역할과 기존 시장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력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라면은 약 3억 달러의 해외 매출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수출 전선인 유럽 시장은 영국과 독일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농심은 영국의 테스코·모리슨·아스다, 독일의 레베·에데카 등 메이저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영업망을 구축해 현지 라면 수요를 적극 흡수했다. 농심의 2020년 유럽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이나 관광 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농심의 중국 진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1996년 상하이 공장 설립 가동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어려움이 있었다. 끓은 물을 부어 면을 익혀 먹는 ‘포면(抱面)’ 위주의 중국 라면 문화였다. 하지만 농심은 한국의 매운맛을 끝까지 지키며 마트 시식 행사를 진행했고 끓여 먹는 ‘쭈면(煮面)’ 라면 문화로 중국의 식문화까지 바꿔 버렸다.

농심 관계자는 “중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얼큰한 맛이 중국인들이 신라면을 찾는 가장 큰 이유”라며 “신라면의 빨간색 포장과 매울 신(辛)자 디자인을 두고 중국인들도 종종 자국 제품이라고 여길 만큼 신라면은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신라면은 2018년 인민일보 인민망이 발표한 ‘중국인이 사랑하는 한국 명품’에도 선정된 바 있다.

농심, 매운맛 그대로 승부하며 세계 5위 라면 기업으로 성장


‘고급화 전략’ 앞세워 미국 시장 점령

신라면은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중국 타오바오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 라면 최초로 타오바오몰에서 2013년부터 정식 판매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신라면블랙·김치라면이 중국 시장 공략의 주력 브랜드로, 타오바오몰에서 라면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인 광군제에서 매년 매출 신기록을 이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성과는 농심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우선 농심은 해외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한다. 소득 수준이 높은 미국에서 라면을 저가의 음식으로 포지셔닝하기보다 스파게티나 파스타 등의 면류 식품과 대등한 위치에서 고급화를 추구했다. 신라면은 현재 미국·중국·동남아 등지에서 자국의 브랜드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이 통했다. 시장을 장악한 일본 라면은 대부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 수준인 반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으로 비싸다. 실제 일본 브랜드들은 주 공략 대상이 저소득층이고 공장을 미국 현지에 두고서도 외부에서 면과 스프를 공급받아 믹스해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이 가격 면에서는 더 비싸지만 그만큼 맛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국방부(펜타곤) 등 주요 정부 시설에까지 라면으로는 최초로 입점돼 판매되고 있다.

성공 비결 둘째는 차별화 전략이다. 제품은 한국의 맛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지 제품을 모방하지 않고 농심의 맛 그대로 시장에 선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미 진출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일본 라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 단기적인 매출을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심의 브랜드가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도 라면을 수출할 당시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방식대로 가자, 한국의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농심은 1980년대 너구리·안성탕면·신라면 등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그대로 수출해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처음에 낯설어 하던 미국 소비자들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신라면의 맛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의 백인·흑인 등 주류 소비층이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농심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부터 차근차근 공략했다. 여러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한곳에서 제품을 정착시킨 뒤 그 경쟁력으로 인접 지역을 공략해 나가는 방식이다.

농심은 LA를 중심으로 주변 샌디에이고·라스베이거스·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도시로 영업망을 확충했다. 농심은 한국 라면의 수요와 관심이 큰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생산 공장도 가동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이후 한인 시장 인근 아시안계 마트와 히스패닉 등의 시장으로 넓혀 나갔고 최근엔 월마트·코스트코 등 미국의 핵심 유통 채널로 영업망을 확충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