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인도 공장 상반기 중 가동…중국 의존도 낮추고 시장 다각화

[커버스토리] 해외서 훨훨 나는 한국 식품기업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철저한 현지화로 해외에서 질주
오리온은 중국·러시아·베트남 시장에 안착하며 글로벌 제과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3분기 오리온의 해외 법인은 모두 19%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글로벌 식품 회사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일궈 냈다.

오리온은 효율과 수익 중심의 경영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중국·러시아·베트남 등 해외에서만 총 10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준공을 마친 인도 공장이 올해 상반기 중 첫 생산을 가동하면 13억 명의 인도 시장까지 확보하게 된다.

인도 진출의 키워드 역시 철저한 현지화다.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법인 설립부터 인도 현지 제조업체인 ‘만벤처스(Mann Ventures)’와 손잡고 이뤄졌다. 생산은 만벤처스가 전담하고 오리온은 영업·마케팅·제품 관리 등 생산을 제외한 전 과정을 관할한다. 인도 법인장도 주재원이 아닌 현지인으로 뽑았다.

인도 특유의 식습관·종교·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인도에서 출시되고 있는 초코파이에는 돈피(豚皮)를 원료로 만든 마시멜로 대신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한 마시멜로를 사용하고 있다.

법인 설립 후 인도 시장의 제과 유통망, 마케팅 전략 등을 철저히 현지화해 인구 13억 명에 달하는 인도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이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해외 시장은 중국이다. 오리온은 2013년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만 공장 5개를 가동 중이다.

1997년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해 중국 공략을 본격화한 오리온은 2002년 상하이 공장, 2010년 광저우 공장 등을 추가로 세우며 중국 남부 시장에 대한 공급력을 더욱 확대했다.

2014년에는 선양 공장을 가동해 동북3성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오리온이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던 배경에는 지역별·도시별로 세분화한 현지화 전략이 있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만 여러 개다. 초코파이와 오!감자를 비롯해 예감·스윙칩·고래밥·자일리톨껌·큐티파이 등이 연이어 히트했다.

해외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메가 브랜드를 달성한 것은 한국 제과 업체 중 오리온이 최초다. 특히 오리온 초코파이는 ‘좋은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好麗友)’ 파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며 파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초코파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다.
베트남 제사상에 올라간 초코파이./오리온 제공
베트남 제사상에 올라간 초코파이./오리온 제공
베트남 파이 시장점유율 70%

베트남 법인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 인구는 약 9500만 명으로 한국의 두 배 규모이고 제과의 주 소비층인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50%에 달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크다.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 수출로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오리온은 2006년 호찌민 미푹 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했다. 2009년에는 하노이에 파이·비스킷의 주요 시장인 북부 지역을 공략하는 제2 공장을 가동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강화했다.


베트남 시장에서도 초코파이는 단연 효자 상품이다. 초코파이는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베트남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초코파이는 한국의 정(情)과 같은 의미의 베트남어 ‘띤(Tinh)’을 콘셉트로 활용해 생활 속 에피소드와 ‘초코파이띤’의 의미를 연결한 ‘띤 토크(Talk)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2019년에는 쌀과자 등 새로운 상품군을 내놓으며 신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엄선된 쌀과 차별화된 직화구이 공법으로 만드는 쌀과자 ‘안’은 단숨에 쌀과자 시장 내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개발도 이어졌다.

오리온은 베트남의 빠른 도시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라 건강한 아침 대용식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조식을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점에 착안, 1년간 맛과 영양을 만족시키는 양산빵 연구·개발에 힘썼다. 2019년 선보인 양산빵 ‘쎄봉’은 지난해 5월 누적 판매량 3500만 개를 돌파했다.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철저한 현지화로 해외에서 질주
러시아 법인, 지난 3분기 46% 성장


러시아 시장에서도 지난 3분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46,2% 늘어나는 등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1993년 러시아에 진출한 오리온은 현재 트베리와 노보에 생산 기지를 가동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한국은 몰라도 초코파이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리온 초코파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리온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나 코카콜라 못지않게 초코파이를 즐긴다. 초코파이는 차와 케이크를 즐겨 먹는 러시아의 식습관과 초콜릿이나 마시멜로에 대한 높은 수요를 모두 충족시켰다.

2011년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들이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 현지 법인은 지난 3분기에만 파이 카테고리가 18% 성장했다. 오리온은 22조원에 달하는 러시아 제과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아시아까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3년간 51억2700만 루블(약 800억원)을 투자해 러시아 트베리 크립초바에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7월 착공, 초코파이·비스킷류 6개 라인과 스낵 2개 라인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신규 카테고리 개척 및 효율과 수익 중심의 경영을 통해 글로벌 법인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제품을 지속 선보이며 성장세를 견인하는 것은 물론 간편 대용식과 음료·바이오 등 3대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