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등 활용 땐 충분히 가능”…“마치 대선 주자들 같다”
국철·고속도로 지하화, 철길 위 아파트 공급도 잇달아 내놔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임기 1년 2개월 동안 뼈대라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공약들이 적지 않다. 또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없는 대책들이 많아 “마치 대선 주자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자마다 각론에서 차이는 있지만 골격은 반값 아파트, 철도·도로 위 주택 건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이다. 특히 반값 아파트 공약 경쟁이 눈에 띈다.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내세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06년엔 서울시장에 출마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무소속 의원)은 반값 관련 법안까지 제출했다.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반값 아파트를 가장 먼저 꺼낸 사람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경제·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활용해 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빌려준 뒤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한 토지임대부 제도를 활용하면 반값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 근처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땅을 수용할 때 평당 300만~400만원이면 된다. 건축 원가가 평당 600만~700만원이라고 해도 모두 합해 3.3㎡당 1000만원이면 충분하다. 99㎡(30평)짜리 아파트를 짓는데 3억원이면 된다. 건설사들이 폭리를 못 가져가게 하면 된다. 정부가 택지를 조성해 건설사에 팔고 건설사는 싼값에 땅을 사들여 폭리를 취한다. 투자금의 3~5배까지 벌 수 있다. LH와 SH를 활용해 이런 폭리를 취하지 않게 하면 된다. 300원을 투자해 1000원을 버는 구조에서 500원 정도 벌게 하면 건설사들도 망하지 않는다. 물론 3기 신도시 전부를 이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 3분의 1 정도는 이렇게 하고 3분의 1은 토지임대부, 나머지는 장기 전세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은 LH가 10여 년 전 강남(세곡동 브리즈힐)에 실험적으로 실시해 검증됐다. 당시 건축 원가 정도인 평당 550만원에 분양했다. 지금 75㎡(25평), 99㎡(30평)형이 8억~10억원 정도 된다. 지나치게 높은 느낌은 들지만 주거 기능으로서도, 자산 가치로도 매우 성공적이다. 장기 전세 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싸게 들어갈 수 있다. 3기 신도시에 3분의 1 정도 공급하면 주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SH·LH 활용 및 토지임대부 도입 땐 반값 가능”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반값 아파트 공약을 내놓았다. 5년 내 공공 분양 주택 30만 호를 건설해 반값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토지 임대부, 공공 분양 방식, 시유지·국유지 활용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서울시 소유의 토지를 개발할 때 민간에게 맡기면 수익률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공공 주도의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해 생기는 땅들을 이용하자는 구상도 내놓았다. 박 전 장관은 여당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강남 지역 재건축·재개발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의 아파트는 대부분 1980년대에 지어졌기 때문에 그 아파트가 더 이상 지속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박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1인 가구가 서울시 전체의 30%가 넘고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아파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탐욕의 도시’를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초과 수익 90% 환수, 기부채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하화와 지상화 두 방안을 동시에 내놓았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철길을 씌워 인공 대지를 만들어 공공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전철 1·2·4호선과 경의선·경춘선·중앙선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공공 주택을 짓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통한 공공 주택 공급 방안도 내놓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공공 주택 16만 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우 의원의 구상이다. 주변 시세의 70~80%인 공공 주택 가격을 ‘조성 원가+적정 수준의 알파’ 정도로 공급하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년 10년 공공 임대와 신혼부부 20년 공공 전세, 무주택 서민 30년 공공 자가 주택 등 공약도 내놓았다. 다만 우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집값을 잡자는 야당 후보들의 주장에 대해선 ‘허구’라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분양 원가 공개, 후분양제 등도 토지임대부 분양과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땐 1만5000가구 공급 가능”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기본 틀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하게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무분별한 공시 가격 인상 저지, 용도 지역 전면 재검토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나 전 원내대표 측은 구체적인 주택 공급 확대와 서민 주거 안정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국민의힘 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일찌감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한 주택 공급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한남나들목~양재나들목 경부고속도로 구간에서 시작해 한남대교 남단과 은평뉴타운(통일로나들목)에 이르는 21km 간선 도로를 지하 고속도로로 만들자는 방안을 내놨다. 한양대역~잠실역 2호선 지상 구간과 동부간선도로 등도 지하화 사업이 가능하고 역세권 개발과 주변 완충 녹지를 활용하면 세금을 한 푼 들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조 구청장의 주장이다.
조 구청장은 “고속도로 양쪽 완충 녹지 29만7521㎡(9만 평) 가운데 23만1405㎡(7만 평)를 활용하면 약 1만 가구의 청년 내집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반포·서초·양재나들목에 11만9008㎡(3만6000평) 도로 부지를 상업 지역으로 변경한 뒤 민간에 매각한 부지를 용적률 1000%의 상업 용도로 개발하고 이 가운데 주거 비율을 50%로 하면 민간 분양 주택 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미니 뉴타운 개발을 통한 5년간 35만 호, 서남권 구로·금천 일대 고급 주택 20만 호, 청년 내집주택 10만 호, ‘스피드 재건축’을 통한 5년간 20만 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하화 공약을 들고나왔다. 국철과 지하철을 지하화해 그 위에 ‘청년 메트로 하우징’으로 이름 붙인 청년임대주택를 짓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 선거 당시 서울을 지나가는 6개 국철 지상구간 57km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청년임대주택 10만 호 공급 △30·40, 50·60세대를 위한 40만 호 공급 △민간 개발과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통한 재건축·재개발로 20만 호 공급 등을 공약했다. 1주택자의 취득세와 재산세율을 낮추고 일정 기간 이상의 무주택자에게는 규제 지역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제한을 완화해 주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