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구 법무법인로고스 변호사
“상속권상실제도 도입 찬성”
지난해 상속 이슈 중 가장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가 일명 ‘구하라법’ 제정 여부였다. ‘구하라법’은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 경우에만 유산상속 결격 사유를 인정하는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법 ‘상속 편’ 일부 개정안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좌초돼 법조계 안팎에서 관련 개정안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법무부는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위반하거나 학대하는 등 행위를 한 부모에 대해 상속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1월 7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상실제도를 신설하는 등 구하라법의 맥락과 유사하다.
상속권상실제도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중대한 부양의무의 위반 또는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또한 상속권 상실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용서를 통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도록 민법 제1004조의3 용서제도도 신설한다. 이와 함께 현행 대습상속제도도 정비했다. 대습상속(代襲相續)이란 상속인이 될 자가 사망 또는 상속 결격으로 상속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그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상속인은 피상속인과 혈연관계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돼 있고, 직계존속, 피상속인, 선순위 상속인 등을 살해한 경우 등을 제한적으로 상속 결격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최근 고(故) 구하라의 경우를 비롯해 양육이나 부양에 기여하지 않고, 상속 결격까지는 아니지만 재산상속을 주장하는 것이 국민 정서상 상속을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문제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상속권상실제도의 도입에 찬성한다. 또한 용서제도를 통해 상속권이 인정되는 것 역시 마땅하다고 본다. 상속 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이 돼도 대습상속이 인정되면 그 취지는 몰각될 수밖에 없다.
비교법적으로 배우자에게 대습상속권을 인정한 예가 거의 없고, 상속권 결격자와 경제적 동일체를 이루고 있는 배우자나 자녀들이 대습상속을 받도록 한다면 사실상 상속권 결격이나 상속권 상실이 무력화될 수 있어 대습상속 사유에서 제외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는 청구권자와 청구 기간을 조금 더 정교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남수 민우세무법인 세무사
“높은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도입 필요”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율은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의 세율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상속·증여세율이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도 2000년 이후 20년 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자산가격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상속·증여세율은 요지부동이다.
과거 일부 고소득층만이 부담하던 상속세가 이제 수도권의 집 한 채 가진 사람들까지도 상속세 납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과세대상자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상속세율 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상속세를 일률적인 인하하기 어렵다면, 세율 구간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세 부담 조정을 시도해 보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세율인 구간을 1억 원 이하가 아닌, 3억 원 이하 또는 5억 원 이하로 상향하고, 최고세율(현행 30억 초과) 구간을 100억 원 초과 등으로 높이는 방식의 조정을 통해 다수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줄이면서, 초고액자산가에 한해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율 구간의 변경을 고려하는 세율 구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 밖에도 상속인 또는 수유자는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은 재산을 한도로 해 상속세 납세의무가 존재하고, 해당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인과 수유자의 연대납세의무로 규정돼 있다. 이는 국가의 조세채권 확보 측면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있다. 다만, 실제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상속인 간에 응능부담(각종 과세에 있어서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존재한다.
가령, 상속인이 아닌 자가 상속 개시 4년 전 5억 원을 사전증여 받은 경우, 5억 원 이하 증여로 인한 증여세율 20%가 적용된다. 이후 상속이 개시될 경우, 상속인 외의 자에게 상속 개시 전 5년 이내 증여재산은 상속재산에 합산돼 피상속인의 다른 상속재산이 있어 상속세 적용 세율이 50%라면, 상속재산에 포함된 5억 원에 50%인 2억5000만 원의 상속세가 발생하게 되고, 이미 납부한 증여세 1억 원을 제외한 1억5000만 원의 상속세는 재산을 받지도 않은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인 이외의 자는 상속세 납부의무자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상증세법 제3조의 2 ‘상속세 납부의무’에서 상속세 납세의무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유증을 받은 자 또는 사인증여에 의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속인도, 수유자도 아닌 사전증여를 받은 상속인 이외의 자는 상속세 납세의무가 없다.
따라서 상속인들은 수령하지 않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속세의 납세의무 문제는 유산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모든 상속재산에 대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이는 상속인 간 유산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한계세율을 적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유산취득세 과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증여세와 동일하게 상속세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강민 율촌 변호사
“자본이득세의 새 틀 짜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 하지만 세원 포착의 어려움 등으로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은 아니다. 이를 결산하는 차원에서 사람이 사망할 때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한다(물론 상속세 과세 근거가 여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세원 포착을 잘할 수 있다면 굳이 상속세를 통해 결산할 필요가 없다.
소득 귀속 시점에, 그 소득 귀속자에게 소득세로 과세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득세율이 점차 인상됐기에, 굳이 상속세가 아니라 소득세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될 수 있다. 피상속인의 생전소득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에게 소득세가 과세되므로 상속재산은 피상속인의 세후소득을 재원으로 형성했을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상속재산을 실제 상속인이 유상으로 처분할 때, 그 상속재산 형성부터 처분까지의 소득(자본이득) 전부를, 그 소득을 얻게 되는 상속인에게 소득세로 과세하면 되는 것이다. 이로써 실제 소득이 발생하기 전에 상속이라는 중간결산을 통해 상속세를 과세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게 된다.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것이다.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상속재산을 처분해야만 한다. 물론 지속적으로 상속세 연부연납을 확대하고 있지만, 연부연납제도를 이용하더라도 상속세 납부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인의 주식이 상속재산인 경우 상속인이 상속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상속세를 납부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상속인은 상속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가업상속 또는 명문장수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이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면 안정적인 가업상속 또는 명문장수기업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상속주식의 가치는 매년 변동된다. 예컨대 상속 당시 100억 원이었던 상속주식의 가치가 급격한 경기 변동으로 2~3년 내에 50억 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상속주식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상속주식을 처분하더라도 상속세 완납을 못해 체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면, 상속주식의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면 상속주식을 처분할 때 그 가치 상승분만큼의 자본이득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면 된다. 상속세를 폐지해 ‘부의 재분배’를 못한다는 우려는 상속세를 대체할 자본이득세의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속세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세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득세의 틀을 잘 만들고, 지속적으로 세원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과세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과세 누락이 아니라 과세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한 자본이득세로의 정비를 본격적으로 논의했으면 한다.
김수정 한경 머니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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