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시장점유율 70% 달하는 업계 최강자...제품 기획에서 생산까지 한 달 만에, 레스토랑·맛집과 활발한 협업
[커버 스토리] 2020년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확산으로 외식 대신 집밥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은 해였다. 이에 따라 식품 시장에서는 ‘밀키트(meal-kit)’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밀키트 시장이 지난해 2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밀키트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프레시지에 지난해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해였다. 프레시지가 자체 생산한 밀키트 제품 전체 판매량은 2019년 대비 101% 정도 증가했다. 매출 또한 2019년 713억원에서 지난해 두 배가 넘는 1500억원 이상(결산 공시 전)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우선 집밥 식습관이 고착화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프레시지는 소비자들의 밀키트 경험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도 예년과 같이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명 호텔 메뉴가 ‘밀키트’로 재탄생
프레시지의 성장에는 밀키트 시장의 트렌드를 꿰뚫어 본 점이 주효했다. 지난해 밀키트 시장에선 한식 제품군이 급격히 성장했다. 기존 밀키트 시장은 평소 집에서 하기 힘든 음식을 요리한다는 점에서 스테이크·밀푀유나베와 같은 특수식 위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지난해 ‘집콕’이 길어지면서 집밥 수요가 증가했고 일상에서 편히 먹을 수 있는 국·탕·찌개 등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프레시지에 따르면 지난해 국·탕·찌개 제품군의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296% 증가했고 세계 음식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었던 한식의 비율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높아졌다. 프레시지의 일상식 대표 식품으로 꼽히는 ‘우삼겹 순두부찌개’는 판매량이 급증해 전년 대비 68% 늘었다.
밀키트 한식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까지 밀키트를 경험하며 집밥의 대체자로 한식 밀키트를 찾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식 제품의 메뉴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맛과 품질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해 쟁여 놓고 먹을 수 있는 차세대 밀키트 등 기존 제품에서 진화한 한식 제품들이 출시될 전망이다.
언택트(비대면) 시대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향을 고려한 밀키트 제품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에 반응하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직접 체험하고 싶어 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이색적인 레시피를 접목한 제품들을 출시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쫄면 삼합 레시피’로 화제가 됐던 메뉴를 밀키트로 만든 ‘우삼겹 치즈 쫄면’과 영화 ‘기생충’에 나온 채끝 짜장라면에서 영감을 받은 ‘채끝짜퐈떡볶이’ 등 SNS에서 화제가 된 메뉴를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분식 밀키트 제품들을 출시한 바 있다. 실제 반응도 좋아 지난해 분식 제품군 판매량은 전년도 대비 105% 증가했다.
식당의 인기 메뉴를 간편식 제품으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간편식(RMR : Restaurant Meal Replacement)도 밀키트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식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프레시지는 대형 외식업체는 물론 호텔과 지역 맛집 등 다양한 음식점의 레시피를 밀키트 제품으로 탄생시키면서 외식에 고픈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다.
프레시지는 호텔·맛집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화사 곱창’으로 유명한 대한곱창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30년 전통의 ‘백년가게’들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제작한 ‘백년가게 밀키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협업을 통해 선보인 프리미엄 밀키트 ‘63 다이닝 키트’ 등 적극적으로 RMR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그 결과 RMR 제품군은 지난해 4분기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며 누적 판매량 14만 개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상공인들과 외식 업체들은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이 새로운 판로로 밀키트를 활용하면서 올해도 다양한 RMR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상생 기조가 자리잡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협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색다른 집밥을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이색적인 협업도 기대해 볼만하다. 프레시지는 한 달 안팎의 짧은 기간에 제품을 기획,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활발히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8000평 공장 준공으로 생산 능력 극대화
밀키트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과 함께 프레시지는 지난해 주력 사업으로 ‘백년가게 밀키트’를 시행했다. ‘백년가게 밀키트’는 소상공인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 제품화하는 것이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30년 이상의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소상공인들의 매장을 말한다. 프레시지는 자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백년가게 매장의 메뉴들을 밀키트 제품으로 만든 후 유통망을 개척해 판매하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 지역 백년가게를 대상으로 시작해 전국 단위로 확대해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백년가게 소상공인들은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게 되고 소비자들은 뛰어난 맛의 지역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어 호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의 성장을 기반으로 프레시지는 2021년 사업 방향을 두 가지로 설정했다. 우선 프레시지는 B2B(Business to Business) 비즈니스의 확장을 꾀한다. 자사 브랜드 제품 생산(Business to Customer)에서 신선 가정 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하려는 모든 사업자에게 생산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B2B의 비율을 차차 높여 갈 계획이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2만6446㎡(8000평) 규모의 용인 신선 HMR 전문 공장을 준공했고 두 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뤄 냈다. 각기 다른 제품들을 생산하던 소규모의 공장들을 2만6446㎡ 규모의 생산 시설에 모아 밀키트·전처리·채소·샐러드·육류 등 총 7가지 식품 유형, 500종의 제품을 생산한다. 밀키트 제품은 하루 최대 10만 개까지 생산할 수 있고 연간 최대 6500억원 상당의 제품을 출하할 수 있다. 용인 공장의 준공으로 프레시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하나는 ‘콘텐츠 커머스의 강화’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유통업계의 트렌드였던 ‘라이브 커머스’를 판매 방식으로 안착시킬 계획이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판매 루트와 제품이 세분화되는 시장에서 누구나 쉽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판매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주력 사업이었던 백년가게 밀키트를 활용해 독자적 콘텐츠를 활용한 해외 수출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