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
-법인세법 충돌…민주 “500억원 초과 25%로” 한국당은 “2억원 초과 20%로 내려야”
증세 불 지피는 與…한국당은 “감세로 경기 살려야”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법인세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부딪치고 있다. 여당에선 법인세율 인상을 비롯해 증세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민주당은 법인세를 비롯한 증세 문제를, 한국당은 법인세 인하를 중점적으로 제기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율 문제는 이명박 정부 이후 여야가 갈등을 빚는 단골 현안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 2012년엔 2억~200억원 구간을 신설해 22%에서 20%로 인하했고 200억원 초과는 22%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두 달 만인 2017년 7월 ‘부자 증세론’을 꺼내면서 법인세율 인상론에 불을 지폈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초(超)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고 제안한 뒤 관련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2017년 말 연 3000억원 이상 기업 소득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 복지 예산 급증으로 재정 적자 갈수록 심화

현재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3000억원 22% △3000억원 초과는 25%로 돼 있다. 여권은 증세론을 꺼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를 적용하는 3000억원 초과를 5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가 정상화한다면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최운열 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멘 양상이다. 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세종컨벤션센터에서 5월 16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너무 낮다. 조세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만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국회에서 5월 30일 열린 민주당 워크숍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복지 확충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부의장은 앞서 5월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사회노동위원회·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여권이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펴고 있는 대폭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복지 사업 등 경직성 예산 지출이 급증해 세입을 확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40% 초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며 재정 확대 정책을 주문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으로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는 25조9000억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38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 등 정부의 모든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회에 제출돼 있는 여당 의원(박영선·윤호중)들의 법인세법 개정안은 최고 세율 적용 과세표준이 500억원으로 돼 있다.

지금은 과표 3000억원 초과 기업에 25%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500억원으로 낮춰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자는 것이다. 그러면 세수는 연간 약 3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에 대해 추가 세율을 기존 10%에서 30%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의 투자 의욕 저하와 고용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3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기업 봐주기가 아니라 경제 살리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4개인 과표 구간을 2개(2억원 이하, 2억원 초과)로 단순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선 현 10%인 세율을 8%로, 2억원 초과 구간은 현 20~25%에서 20%로 각각 낮췄다. 이와 함께 과표 100억원 이하 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을 현 10%에서 8%로, 중소기업엔 현 7%에서 5%로 각각 내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증세 불 지피는 與…한국당은 “감세로 경기 살려야”
◆ “일자리 창출 위해 법인세 인하로 기업 투자 의욕 높여야”

추 의원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한 가장 큰 요인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온갖 기업 옥죄기와 법인세율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의 반기업적 경제정책 때문”이라며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법인세 과표 구간을 10억원 이하와 10억원 초과 2개 구간으로 줄이고 각각 9%와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영석 한국당 의원은 법인세 과표 구간을 3단계(2억원 이하,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200억원 초과)로 줄이고 각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인하하는 개정안을 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개정안은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세율 25%)만 삭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4개국이 법인세율을 내렸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일본은 34.0%에서 23.3%까지 단계적으로 내린데 이어 내년까지 20%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8%에서 2017년 19%로 낮춘 데 이어 내년 17%로 인하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현재 33.3%에서 2022년까지 25.0%로 내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법인세율을 올리는 한국과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2018년 말 기준 OECD 회원국 중 일곱째로 높은 수준이다. 2009~2016년 16~20위를 유지하다가 현 정부 들어 순위가 올라갔다.

복잡한 세율 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OECD 26개 회원국 가운데 27개국이 법인에 대해 단일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4개 구간으로 나뉜 곳은 한국과 포르투갈밖에 없다. 법인의 소득에 대해 여러 구간으로 나눠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간 기업의 성장 동력을 높여 수익을 더 늘어나게 하면 세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법인세율 인하 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148석으로 전체 의석수(299)의 과반에서 두 석 모자란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고 무소속 8명 가운데 상당수가 여권 성향이기 때문에 한국당의 뜻이 관철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9호(2019.06.17 ~ 2019.06.2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