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수익 좇는 창업자들 몰려, 매장 난립·임대료 상승으로 성공 ‘험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이현(38) 씨는 매일 아침 회사 앞 카페에 출근 도장을 찍는 것을 시작으로 최소 넉 잔의 커피를 마신다. 사무실에는 믹스커피가 있고 회사에서 반경 100m 안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부터 개인 카페까지 즐비하다. 그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05년 이후 수많은 카페가 사라지고 생겨났다. 종로구청 위생과에 따르면 2015년 11월 현재 광화문 일대에만 크고 작은 카페가 102개 있다.‘단맛’에서 ‘쓴맛’으로 커피 취향이 변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커피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원두 수입량은 지난해 13만9000톤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1999년 이대 앞 스타벅스 1호점 개점 이후 국내 커피 전문점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전국 카페는 얼마나 많이 늘었을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2014년 자료는 12월 발표 예정) 전국의 카페를 포함한 비알콜 음료점은 4만8121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카페 수는 현재 약 5만 개로 추산된다. 카페업 종사자는 2009년 6만6682명에서 2013년 말 기준 13만34686명으로 껑충 뛰었다.
‘카페 창업은 서울을 떠나서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전국 분포도를 보면 수긍할 만하다. 전체 25%인 1만2000개가 서울에 몰려 있다. 최근 떠오르는 지역은 단연 제주도다. 통계에는 2013년 말 기준 780개로 잡히지만 최근 2년 사이 ‘제주 이민’ 붐과 함께 카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카페베네, 올해 개점보다 폐점 더 많아
전체 카페 수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만 추려낸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8456개다. 사실상 상위 업체 몇 개의 대형 커피 전문점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매장 수 기준으로 보면 이디야커피가 1위이며 카페베네가 2위, 엔제리너스가 3위다.
커피 시장의 상승세만큼 카페 창업도 활발하다. 카페 창업이 인기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커피가 갖는 매력이 크다. 자영업자의 ‘자존심’을 지켜 줄 수 있기때문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민 소득이 2만8000달러를 넘는 순간부터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노동강도가 작은 커피숍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창업자들은 안정성을 목적으로 카페 창업에 나서는 이가 많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약 2%로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커피 한잔의 일상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여유와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자가 건물이 있고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카페 창업을 지금 해도 괜찮을까.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의견과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먼저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상승세를 살펴보자.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올해 상반기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상반기 영업이익률(5.34%) 을 기록했다. 또한 대형 커피 전문점 가운에 일부 업체(카페베네·엔제리너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그 전년도에 비해 줄어들었다. 전체 커피 시장의 매출은 늘고 있지만 커피 전문점 브랜드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폐업 매장 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서 확인한 결과 화려한 개점 이면에는 씁쓸한 폐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일례로 카페베네는 2014년 신규 개점이 89곳인 반면 계약 해지는 53곳이었다. 또한 가게를 양도한 명의 변경은 94곳이었다. 명의 변경을 사실상 폐점으로 볼 때 개점보다 폐점이 더 많은 한 해를 보낸 셈이다.
카페 사라진 합정동 카페거리
커피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카페 창업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는 신중해야 한다. 창업은 쉽지만 유지가 어렵다는 게 자영업 세계의 불문율이다. 삼성카드가 2010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4년간의 커피 전문점 가맹점 현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새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 가맹점 10곳 중 5.6곳이 3년 안에 가게 문을 닫았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장점은 브랜드 인지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픈 초기에는 ‘대박’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하나의 점포가 들어오면 그 옆에 또 다른 경쟁사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매출이 확보돼야 유지가 가능한 구조로, 한 번에 4억~5억 원 이상의 큰돈을 투입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꾸준히 내면서 가게를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출을 받았다면 비수기를 버티지 못하고 가게를 접는 곳이 적지 않다. 물론 주인은 바뀌어도 그 자리는 또 다른 돈 많은 투자자가 다시 영업을 재개하기 때문에 본사 매출액은 늘어나게 된다.
개인 카페도 다르지 않다. 단적인 예가 카페 골목들이다.
합정동 카페거리는 많은 카페 창업자들의 로망이었던 곳이다. 카페 전문점이 휩쓸던 곳에서 개인 창업자들이 아기자기한 개성을 뽐내며 문화를 파는 곳으로 인식됐다. 카페 골목이 활성화되기 전 초창기 멤버였던 김상환(34·가명) 씨는 합정동 카페거리의 흥망성쇠를 경험한 이다. 그는 2009년 당시 인적이 드문 합정동 골목에 4000만 원을 들여 50㎡(15평)짜리 카페를 차렸다. 권리금은 없었고 보증금 1000만 원, 월 80만 원의 임차료로 부담이 크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인건비(월급) 없이 간신히 유지하다가 점차 입소문을 타며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맛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5년 뒤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당산동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카페 골목으로 유명해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임대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5년 사이 이곳 임대료는 2.5배로 뛰었다. 지금 합정동 카페 골목의 대로변에서는 정작 카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심하기는 이르다. 그중에서도 누군가는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간다. 김 씨는 합정동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당산동에서 다시 한 번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간 커피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쌓여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 길을 떠날 수 없다. 커피 시장 자체는 여전히 뜨겁다. 이 달콤 쌉싸름한 시장에 발을 내딛는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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