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미만 저가주 테마 형성, 주도주 부재·상하한가 30% 확대 등 맞물려

‘수익률 1536%’…동전주의 위험한 랠리
요즘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가장 핫한 테마 중 하나는 뭘까. 바로 ‘동전주 투자’다. 동전주는 주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이어서 동전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별칭이다. 사실 동전주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올 상반기부터다. 코스피·코스닥을 통틀어 동전주인 태양금속 우선주(태양금속우)가 상반기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태양금속우의 주가는 연초 651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6월 30일 종가 기준 1만650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1535.94%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태양금속우의 주가 상승의 대부분이 보름새 이뤄졌다는 것이다. 6월 11일 971원이었던 태양금속우의 주가는 그 다음날인 12일 1115원으로 ‘동전주’에서 벗어난 뒤 7월 8일 1만2150원을 기록할 때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이런 ‘동전주의 전설’은 단지 태양금속우뿐만이 아니다. 금융 투자 분석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가 상승률을 보면 동전주가 지폐주를 압도한다. 2012년 10월 21일 이후 10월 21일까지 상장된 78개 동전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09.5%에 달한다. 반면 1000~5000원대 종목들의 평균 상승률은 79.1%, 5000~1만 원대 상승률은 57.8% 수준이었다.
그러면 ‘동전주 투자’가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까. 금융 투자 업계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중국’ 재료로 폭등…대부분 적자 기업
가장 큰 것은 마땅한 ‘주도주’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으로 불리는 대형주가 증시를 주도하는 흐름은 수년 전부터 둔화됐다. 또 작년과 올해 ‘증시를 이끈 화장품·유통주들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주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안으로 거론되던 바이오·제약주까지 고평가 논란 등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대부분의 동전주는 경영 상태가 부실하다. 대부분이 적자 상태로 재무제표만 보면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당연히 주가 역시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태로 적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횡보 중이다. 시가총액도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대다. 언제 상장폐지돼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시중에는 저금리로 인해 통장에서 빠져나와 투자 기회를 노리는 돈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10월 27일 기준 주식시장 고객 예탁금은 20조7322억 원에 달한다. 올 초만 해도 고객 예탁금은 16조 원 수준에 불과했다.
즉 시중에 풀린 돈은 많지만 기존의 주식은 큰 매력이 없으니 투자자들이 떨어질 만큼 떨어져 더 잃을 것도 없는 주식에 일종의 ‘역발상 투자’를 통해 ‘베팅’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동전주라고 모두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재료’라고 불리는 ‘방아쇠’가 있어야 주가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동전주들은 대부분이 재무관리가 힘든 엔터테인먼트·바이오·정보기술(IT) 관련 업체다.
그래서 그런지 동전주 급등의 대표적인 재료는 ‘중국’이다. 중국에 제품을 수출한다거나 중국 기업과 합작하게 됐다는 등의 뉴스가 방아쇠가 돼 주가가 가파르게 뛰는 것이다.
대표적인 종목이 뉴프라이드다. 국내 최초의 미국계 상장사인 뉴프라이드는 운송 서비스 업체로 출발했다. 하지만 뉴프라이드는 2011년 이후 무려 4년간이나 주가가 500원에서 1000원대를 오가는 종목이었다.
뉴프라이드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9월 들어서다. 이 회사는 9월 7일 자회사인 뉴프라이드코리아가 하남광전송신탑관리유한공사와 면세점 개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관광타워로 알려진 중국 중원복탑 내 한국형 면세점을 열기로 한 것이다. 중국 내 한국형 면세점 판권을 쥐게 됐다는 소식에 주가는 이날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랠리를 시작했다. 9월 1일 1260원에서 시작됐던 회사 주가는 30일 6990원에 마감되며 한 달간 무려 554% 치솟았다. 10월 29일 종가 기준 이 회사의 주가는 1만4570원에 달한다. 10배가 넘는다.
‘수익률 1536%’…동전주의 위험한 랠리
쉽게 오른 만큼 쉽게 떨어져
동전주 열풍의 또 다른 이유는 제도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상하한가 폭이 기존의 15%에서 30%로 바뀐 것이다. 앞서 소개한 태양금속우의 주가가 급상승하게 된 계기는 이른바 ‘품절주’에 등극하면서부터다. 품절주는 대주주의 지분이 많아 유통 물량이 많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유통 물량 자체가 적으니 조금만 거래가 늘어도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크게 떨어진다. 과거에는 주가가 크게 올라도 하루에 15%면 끝이었다. 하한가에 사서 상한가까지 간다고 쳐도 30%가 전부였다. 그런데 가격 제한 폭이 30%로 바뀌면서 하루에 60%까지의 수익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많이 잡아야 2% 수준인 은행 이자 30년 치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요인은 지난해 중순부터 동전주에 대한 단주 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기존에는 일정 금액 미만의 주식은 10주씩 묶어 팔아야 했다. 아무리 동전주라고 하더라도 10주씩 묶어 거래하면 금액이 꽤 된다. 하지만 단주 거래가 가능하면 몇 백 원이면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동전주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 싶으면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어차피 돈 잃을 셈 치고 ‘십시일반’해 이 회사의 주가를 크게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보듯 동전주는 사실상 ‘로또’나 마찬가지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동전주 투자는 ‘도박’이라고 지적한다.
당연히 동전주들은 주가가 쉽게 폭등하는 만큼 ‘재료’가 없어지면 폭락하거나 계속 우하향한다. 태양금속우의 현재 주가는 어떨까. 태양금속우는 종가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던 그 다음날인 7월 9일 장중 한때 1만50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태양금속우의 주가는 10월 29일 종가 기준 5560원이다. 고점 대비 무려 63.9%가 빠진 상태다. ‘품절주’에 대한 관심이 시장에서 떨어진 때문이다.
이화전기와 이트론 같은 동전주는 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이화전기공업그룹 관계사다.
포인트는 이트론이다. 이트론의 주가는 지난 10월 20일 기준 464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6거래일간 급등세를 보이며 10월 26일 오전엔 마침내 상한가까지 올라 912원을 기록했다. 당연히 관계사인 이화전기(450원→481원, 장중 최고치 530원)의 주가도 올랐다.
그런데 급등의 기쁨은 잠시였다. 이트론의 경영진인 김영준 이화전기공업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배임 금액은 33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9%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횡령 배임 금액이 자기자본의 3% 이상이거나 10억 원 이상이면 상장 적격 심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상한가의 기쁨을 누리던 투자자들이 몇 시간 만에 자칫하면 상장폐지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종목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