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직원이 27% 이상 실적 높아, 비전·인간관계 등이 만족도 좌우

“출근이 설레나요?”…직장에서 행복 찾기
행복 바이러스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면 조직의 성과 역시 향상된다. 구글코리아 구내식당.

최근 몇 년간 ‘행복’이라는 키워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마음 챙김’을 통해 행복을 지켜 나가는 방법을 안내하는 각종 서적과 TV 프로그램들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불안·우울 등의 주제에 연구를 집중했던 학계에서도 행복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장수한다’, ‘행복한 사람들이 스트레스·우울증을 더 잘 극복한다’, ‘행복한 사람들이 더 창의적인 사고를 한다’ 등과 같이 행복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행복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그만큼 행복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 30%만 일에 만족 느껴
그러면 직장에서는 어떨까. 깨어 있는 시간의 약 3분의 2 정도를 직장에서 보내고 있으니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행복하다면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갤럽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자기 일에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7명은 업무 시간 동안 주어지는 일만 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들어보면 “월급이 적어”,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등 다양하지만 핵심은 직장에서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행복이 중요한 이유는 성과와의 관계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게서 행복을 느끼면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집중력이 높아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기대되고 퇴근할 때면 오늘도 내 실력이 한 뼘쯤 성장했다고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행복이 가진 힘이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보험 설계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행복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증명해 보였다.

신입 사원 선발 때 직무 수행 평가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A팀)과 직무 수행 평가는 좋지 않지만 자신의 인생과 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집단(B팀)의 두 그룹으로 구성해 2년간 실적을 추적, 비교했다. 그 결과 업무 능력이 낙제점에 가까웠지만 낙관적이었던 B팀의 실적이 A팀의 평균 실적보다 무려 27% 이상 높은 실적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함께 행복하고 긍정적인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로부터 업무의 질과 생산성·창의성 등에서도 더 후한 평가를 받았다.

또한 행복을 느끼는 인재들이 많은 조직이라면 당연히 그 조직의 성과는 높을 수밖에 없고 지속적인 성장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행복한 인재가 모인 곳이라면 행복해지려고 하는 역량 있는 인재들이 모여들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행복이 좋은 것이고 중요하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성공하려고 몸부림칠 뿐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행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씨앗도 뿌리지 않고 과실을 얻으려고 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당수의 기업들도 목표 달성,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출 뿐 직원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한 직원의 행복은 바이러스처럼 주변으로 점염된다. 행복한 직원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조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회사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준다. 서로 험담하거나 누군가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직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행복한 직원이 전파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동료들의 이탈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이 이직률도 낮아
요즘처럼 이직의 기회가 많은 시기에도 구성원들은 ‘조직이 좋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직에 머무르게 된다.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복 바이러스가 점차 확산되기 시작하면 조직의 성과 역시 향상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조직의 사기는 높아질 것이고 조직의 창의성 역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미국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도 “직원들이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하다. 직원이 고객을 잘 대하면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고 바로 이것이 사업 수익의 진정한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행복을 챙기는 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몫이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직원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고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식사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학 캠퍼스와 같은 사무 환경을 만드는 것도 직원들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고 자기 업무에 몰입하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출근이 설레나요?”…직장에서 행복 찾기
직장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나 중요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다섯 개의 요소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회사는 장래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조직인가’ 등의 질문들은 모두 직장 생활의 비전과 관련된 것들이다.

비전은 개인에게 하나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비전이 분명한 사람은 길을 잃고 방황하지 않으며 아무리 어려운 역경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비전의 중요성에 대해 헬렌 켈러는 ‘시력은 있으나 비전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상사 또는 조직이 한 개인에게 ‘당신의 비전은 이것이다’라고 정해 주는 것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비전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선 다양한 성장 기회를 주고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포인트다.

성취감 느낄 수 있는 업무 줘야
직원들이 일상적이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만 하다 보면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직장 생활에서 비전도 잃고 말 것이다. 따라서 비전을 꿈꾸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업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을 부여하거나 프로젝트를 구성해 팀원들에게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분배하는 방식도 고려해 봄직하다. 조직에서 차세대 리더를 발굴하기 위해 잠재력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해 핵심 인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그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한다면 직장에서의 행복을 논할 때 상사·동료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부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상사·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상황에서 이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직장 생활이 지옥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상사·동료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에서 매년 ‘일하기 좋은 기업’을 평가할 때에도 ‘상사·동료와의 관계’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반영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발표된 ‘일하기 좋은 기업’들의 공통점을 조사해 보면 그중 하나가 조직 내 ‘우리는 하나’라는 강한 팀 정신이다. 서로에게 친근하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만 팀워크도 높아지고 기업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직장의 분위기야말로 직장인의 행복은 물론 더 나아가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기업 차원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부하 간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평소 직장 생활에서 상사와 부하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나 기대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줌으로써 갈등 없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만큼 큰 기쁨도 없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적성에 맞는 업무’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일들을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것들이 모두 만족된다면 직장인들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직장에서의 자아실현을 한 발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먼저 업무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개인에게는 시간 낭비이고 괴로운 일이다. 조직 차원에서도 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인력 낭비다. 직무 순환이나 재배치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일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통해 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에 직결되지 않는 자투리 업무나 쓸데없는 일 때문에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서면 보고를 중시하는 기업 분위기, 매일 되풀이되는 잦은 회의 등도 그 예 중 하나다. 혹자는 “회의에만 참석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고 정작 해야 할 일들은 야근을 하면서 처리한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거나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회의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시간과 회의 결과물을 명확히 하는 등 회의 문화를 조직 차원에서 혁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출근이 설레나요?”…직장에서 행복 찾기
칭찬과 격려에 웃는다
물론 보상이 직장인의 불만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만족감을 키워 줄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다. 갈수록 사회가 물질적 풍요를 중시하다 보니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연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봉의 절대적 크기뿐만 아니라 상대적 크기도 직장인의 행복에 중요하다. 동료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똑같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보상의 규모가 작다면 이것 또한 직장인이 느끼는 행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요즘처럼 인센티브·포상이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동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얻는 상대적 만족감은 더욱 중요하다.

금전적 보상 이외에도 상사로부터 받는 칭찬이나 격려도 직장인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조직에서 상사로부터 받는 칭찬이나 격려는 직장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로는 돈으로 하는 보상보다 말로 하는 칭찬이나 격려가 구성원 동기부여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회사와 일을 우선시하던 직장인들의 가치관이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신세대들은 일 못지않게 자신의 취미 및 여가 활동을 중시한다. 더욱이 조직에서의 성공보다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만큼 기업 경영에서 어려운 문제는 없다. 성과 창출과 이윤 추구가 중요한 기업 경영진은 업무 시간이 성과 창출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자칫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에서도 줄다리기가 중요하듯이 기업이 건강한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개별 구성원들을 적절히 챙길 수 있어야 한다. 일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의 뇌는 받아들이는 정보의 20~40%밖에 처리하지 못한다고 하니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도 구성원들이 일에 흥미를 느끼고 목표 달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이런 서로간의 노력이 결합될 때 개인도 조직도 서로 윈-윈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bscho@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