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여 소각 계획…국내 역대 최대 규모

이재용 부회장, 주주에 11조 ‘러브콜’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구글 등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주주 친화 정책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부회장이 이 같은 평가를 불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1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방침이다. 또한 2017년까지 매년 순현금 수지(Free Cash Flow)의 절반가량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고 분기 배당 도입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000억 원으로 결의하고 10월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 주와 우선주 124만 주를 매입 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3년 동안 발생하는 연간 순현금 수지의 30~50% 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유통 주식 수 줄어 주주에 유리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으로 향후 삼성전자의 주당 배당금 증가 효과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친화 정책으로 불린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 버리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와 주당 배당금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번 주주 친화 정책은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1년 삼성전자 사원으로 입사해 줄곧 한 회사에서만 일해 온 이 부회장은 올해 5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지난해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전자뿐만 아니라 금융·바이오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챙기며 사실상의 그룹 대표자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 부회장 주도로 삼성그룹은 삼성토탈·삼성테크윈 등 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고 각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큰 변화를 겪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바이오산업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모바일솔루션·헬스케어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매달 열리는 금융권 사장단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금융 역시 그의 관심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금융 비즈니스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에 이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김현기 기자 henrykim@hankyung.com

약력 : 1968년생. 1992년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1995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석사. 2000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2010년 삼성전자 사장. 2015년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문화재단 이사장·삼성생명 공익재단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