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CIO 연임 불가 단독 결정 파장

인사 갈등으로 번진 ‘기금 운용 공사화’ 논란
500조 원의 기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인 최광(68) 이사장이 인사권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 이사장이 10월 12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에 대해 연임 불가를 단독으로 결정하면서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홍 본부장의 임기는 11월 3일 만료되는데 성과 평가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에 비연임 결정을 사실상 철회하라고 공식 통보했다. 급기야 국민연금 기금이사의 연임을 거부한 최 이사장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10월 14일 국민연금 측에 홍 본부장의 비연임 결정을 취소하라는 공문에서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통보는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사실상 최 이사장 퇴진 요구

최 이사장은 일단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조금만 시간을 달라. 조만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산된 것일까. 이번 인사 논란의 이면에는 국민연금공단의 두 실세인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의 오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정부의 국민연금 기금 지배 구조 개편안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등에서 갈등을 빚어 왔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놓고 수 사람은 공개적으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국민연금 지배 구조의 투명성과 수익 구조 개선 차원에서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떼어내 별도 공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최 이사장은 이러한 움직임 뒤에 홍 본부장이 있다고 의심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의 화려한 이력도 인사 갈등의 숨은 이면이다. 최 이사장은 20년 전 3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적이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문형표 전 장관을 가리켜 ‘내가 장관 할 때 청와대 행정관 했던 사람’이라고 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공단이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인사권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내놓은 배경이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공식 견해를 밝히기 전까지는 징계나 해임 건의 같은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