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상무

“저성장기엔 고배당주 투자가 답이죠”
찬바람이 불면 시작해야 한다는 배당주 투자.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면서 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은 여러 고배당주 중에서 ‘옥석 가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당주 투자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통해 접근하는 게 성공 투자의 확률을 더 높이는 지름길이다.
베어링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최상현 상무는 배당주 투자의 전문가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총 8조1000억 원의 자금을 운용하는데, 그중 1조8000억 원이 배당주 투자에 집중돼 있다. 최 상무는 베어링자산운용의 주식 운용 전반을 지휘하는 동시에 배당주 펀드인 베어링 고배당펀드와 베어링 밸런스드 60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이 중 베어링 고배당펀드는 2000년대 초반 설정된 국내 배당주 펀드의 효시 격인 펀드로,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약 330%에 달한다.
최 상무는 올 하반기 핵심 이슈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지목했다. 하지만 최 상무는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미국은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뒤집어 말하면 금리 인상에 너무 초점을 맞추기보다 역발상으로 시장의 펀더멘털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여러 글로벌 요인들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배당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 기업, 즉 한국 증시는 배당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도 이제 저성장에 돌입했습니다. 과거처럼 높은 차익을 올리기 힘들어진 거죠. 그래서 배당이 투자의 핵심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겁니다.”
배당주 투자 역시 어떤 주식에 투자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최 상무는 다섯 가지 원칙에 따라 투자한다. 첫째는 당연하지만 과거 ‘배당’을 많이 줬던 기업이다. 배당을 쌓아 가며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의 복리 효과는 극대화된다. 둘째는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다. 기업 이익이 꾸준히 늘어야 배당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본 차익도 커진다. 셋째는 배당성향이 상승하는 기업이다. 배당이 많더라도 배당성향이 점차 줄어들면 배당 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넷째는 시장과의 괴리율이다. 기업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종목은 피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섯째를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산 운용을 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였습니다. 기업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 그리고 성장의 과실을 주주와 함께 나누겠다는 생각을 가진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이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최 상무는 최근 SK텔레콤이나 KT&G 등 전통적 고배당주는 물론 중소형 고배당주도 눈여겨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리노공업입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소모품을 생산하는 곳인데, 수년간 영업이익이 단 한 번도 줄어들지 않은 좋은 기업이죠. 물론 경영진의 마인드도 확실합니다.”
최 상무는 “결국 주식은 장기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비전 없는 기업에 무작정 장기 투자하는 것도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배당이 중요하고 결국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흥국화재. 한가람투자자문. 한화자산운용.
2013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 총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