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외국인 거리...외국인 대상 비즈니스도 활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대전광역시(153만 명)나 충북(158만 명)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경기 안산은 거주자 10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이다. 안산 원곡본동은 외국인 주민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 타운’이 됐다. 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아봤다.글 이홍표 기자·강여름 인턴기자 행정자치부가 7월 발표한 ‘2015년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74만1919명(2015년 1월 1일 기준)에 이르렀다. 외국인 주민은 국내에 90일 넘게 거주하는 외국 국적자, 한국 국적 취득자와 그 자녀들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외국인과 공존하기 위한 생활 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매년 외국인 주민 현황을 발표한다. 조사를 시작한 2006년만 해도 54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9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 인구수만 놓고 보면 경남 김해(54만 명) 정도 크기의 도시가 10년도 채 안 돼 대전보다 크게 성장한 것이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인구와 비교하면 대전·충북, 광주(148만 명)보다 많고 전북(187만 명)보다 조금 적은 수준이다.
안산 원곡본동, 주민 절반 이상이 외국인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기준으로 외국인 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안산이다. 8만3648명이 거주해 안산 전체 인구(76만1631명)의 10.9%를 차지한다. 서울 영등포구(6만6952명)와 경기 수원(5만5981명), 서울 구로구(5만3191명)가 뒤를 이었다. 안산 원곡본동에는 3만3614명의 외국인이 거주해 전체 주민(5만5925명)의 60%를 차지한다. 주목할 것은 증가 속도다. 지난해 156만9470명에 비해 11.0% 증가한 것이다. 2006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14.4%에 이른다. 출신 국적별로는 중국이 95만3422명으로 가장 많았다. 베트남(19만9950명)·미국(7만3153명)·필리핀(7만610명)이 뒤를 이었다. 중국·베트남·필리핀 출신 외국인들은 주로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와 서울 구로와 경기 안산 등지에 모여 살고 있다.
김성렬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외국인 주민이 계속 늘고 있어 지원 조례 제정, 전담 기구 확충 등을 통해 외국인과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급증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격히 유입된 1990년대 이후다. 3D 업종 기피 현상으로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인력난이 우려되자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됐고 이를 계기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제도 도입 첫해 6만6688명이던 외국인은 1997년 17만6890명으로, 불과 3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외환 위기의 여파로 1998년 14만7914명으로 줄었지만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2000년대 이후에는 결혼 이주 여성까지 가세하면서 증가 폭이 커졌다. 2004년에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돼 태국·네팔·방글라데시 등 15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007년 중국 동포와 구소련 지역 동포가 한국에 연고자가 없어도 자유롭게 오가며 취업할 수 있도록 한 방문취업제가 시행되면서 동포들의 입국 행렬도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산업 역군과 결혼 이주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 다문화 가정 및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화의 확산으로 국경의 문턱이 낮아졌고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돼 장기 체류 외국인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타인종 수용성은 세계 ‘꼴찌’
하지만 한국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각국 사회과학 연구자들로 구성된 세계가치관조사협회가 2010~2014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이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한국 사회는 문화적·민족적·인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주민들과 공존하는 법에 서투르다. 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인권 침해나 노동 착취, 차별 등의 문제가 제기됐고 국제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학대와 가정 폭력, 인권침해의 문제, 국제결혼 이주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학교 적응, 언어 능력 부진, 정체성 혼란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는 다문화 사회로의 원활한 이행이 보장되지 않고 사회 갈등 및 불안 요소가 증가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일민족’이나 ‘백의민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외국인들과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주권 확대 등 정책 수단을 통해 외국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융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해마다 세계 각국의 창의성 순위를 매기는 캐나다 토론토대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발표한 올해 순위에서 한국은 139개국 중 31위에 올랐다. 평가 기준 중 ‘기술’ 부문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지만 종합 순위가 높지 않은 것은 ‘관용’에서 네팔·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보다 낮은 70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창의력 평가에는 다른 인종이나 문화, 사회적 소수자 등에 대한 관용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혁신적인 생각은 ‘다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정기선 선임연구위원은 “단일민족만으로 잘사는 나라는 없다”며 “차이를 강조하며 외국인들을 배척하기보다 그들과 생산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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