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균 제주비앤에프 이사

“제주서 새 도전...지방이 기회의 땅이죠”
“사실 제주로 오게 된 이유는 우연입니다.” 한석균 제주비앤에프 이사는 2년여 전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최근 여러 사람들이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번잡한 도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은퇴 후 생활을 위해, 자녀의 교육을 위해…. 삶의 방식이 모두 다른 만큼 이곳에서 머무르게 된 그 이유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한 이사는 새로운 인생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 이사의 고향은 경상도다. 자라기는 충청도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20여 년간 서울에 있는 신문사, 방송사, 온라인 교육 회사, 모바일 벤처 회사 등에서 근무하면서 직장인으로 지냈다.
“호기심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한 직장에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멨다.

제주 특유의 ‘괸당’문화 아세요
그러다 3년 전 그의 인생을 확 바꿀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 제주비앤에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3년 전 제주비앤에프에 합류했죠. 이 회사의 대표가 제주 출신 정보기술(IT) 사업가예요. 그래서 제주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제주에서 뭔가 사업을 하고자 했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경험을 가지고 있어 처음에는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한 이사가 제주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호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제주 곳곳을 찾아다니면서부터다. “제주도에 많은 이주민들이 오면서 부동산 개발이 활발한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어요.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호텔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죠. 물론 그 사이 땅값이 많이 올라 호텔 사업을 하기 힘들어졌어요. 그러나 그때 수없이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며 해 온 많은 경험이 지금 제가 제주에 터전을 잡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우연으로 제주에 왔지만 제주는 그의 삶에 필연으로 자리 잡게 됐다. “호텔 사업을 준비하다 보니 제주의 진짜 매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천혜의 자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곳곳에 숨어있는 맛집이나 박물관 등 여러 숨은 명소가 많았습니다.”
한 이사는 그래서 ‘제주패스’라는 아이템을 떠올렸다. “해외 배낭여행 등을 다녀본 이들은 알겠지만 유명한 도시나 관광지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카드를 사면 여러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는 관광 패스가 잘 보급돼 있죠. 그래서 우리도 동아시아의 주요 관광지로 떠오르는 제주에 ‘제주패스’를 만든 것이죠.”
아이템이 떠오른 한 이사는 2014년 초 아예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본격적으로 제주 그리고 제주인의 삶에 동화되기 위해서다.
“제주에는 이른바 ‘괸당’이라는 문화가 있어요. 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와 아는 사람만 챙기는 문화죠.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기 사는 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아예 이곳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물론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였죠. 점점 시간이 흐르고 제주도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다 보니 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마음을 열어 놓고 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가 꼽는 제주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이다. 한라산이 주는 생명의 숲 곶자왈, 중산간의 난대림 지대, 오름 등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또한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보여행의 꽃’ 올레길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과 몸을 정화하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다. 한 이사 역시 제주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
“제주 현지에서의 삶은 도시화가 많이 진행돼 객지에서 온 사람들도 정착해 생활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이주민들과 외국인들이 계속 유입돼 다양한 문화의 꽃이 피고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
물론 단점도 있다. 늘어나는 인구수와 관광객들에 비해 아직은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쇼핑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한 것은 물론 물가도 비싼 편이다. 당연히 주거비도 생각보다 비싸 매매든 임대든 서울 외곽 지역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는 그의 새로운 인생을 건 제주패스를 통해 제주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했다. 한 이사는 “제주패스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 또는 여행객들에게 꼭 필요한 카드”라고 소개했다.
과거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여행 경비를 아끼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종이 쿠폰 등을 가지고 방문하거나 모바일 바코드를 통한 할인 방법밖에 없었다.
제주패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여행자들은 제주패스 카드만 있으면 관광지에서는 10~50% 할인, 렌터카는 비수기에 최대 85%, 음식점은 5~20%, 면세점은 5% 할인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여행 경비의 30% 정도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족이 여행을 하면 대략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어요. 쉽게 얘기하면 비행기 값은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제주패스는 교통·관광지·숙박·렌터카·맛집·카페·쇼핑 등과 직접 제휴 계약을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현재 가맹점은 300여 곳이고연말까지 1000개 가맹점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현재 제주도 관광 패스 및 사업에 관한 총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관광 관련 단체, 기관, 사업체, 숙박 업소 등을 만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위한 아이디어도 계속 발굴하고 있다. 그는 “가맹점 계약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도 좋지만 무엇보다 관광객에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맛집이나 관광지 등을 발굴하고 알려주는 일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라며 웃었다.
“제주서 새 도전...지방이 기회의 땅이죠”
여행 경비 아끼는 ‘제주패스’ 사업
“마흔이 넘어 결국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자신이 한 번 인생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서울보다 자신이 자란 고향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를 가 봐도 그렇습니다. 도시보다 발전이 덜 된 지방이 기회의 땅입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있다. 제주패스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가맹점 제휴 확대는 물론 공항부터 주요 관광지, 가맹점에 비콘을 설치해 각종 할인 쿠폰, 관광 안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무료 인터넷 및 통신의 제약이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웨어러블 단말기도 연말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