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국내 M&A 최고가 7조 원대에 인수
토종 사모 펀드(PEF)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김병주(52) MBK파트너스 회장은 6년 전인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외국계 사모 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게 됐다.지난 9월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그룹으로부터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MBK는 인수가로 국내 인수·합병(M&A) 최고가인 7조 원 이상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M&A 역사상 최고 기록은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옛 LG카드 인수 가격인 6조6765억 원이었다. 인수 금액만 놓고 보더라도 MBK가 홈플러스에 ‘올인’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KKR와 경쟁, 6년 만에 설욕
이번 인수전에서 MBK의 최종 라운드 경쟁 상대는 미국계 사모 펀드 KKR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컨소시엄이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국내 사모 펀드 운용사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39년) 사모 펀드 운용사를 꺾고 승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김 회장은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에서 KKR에 당한 패배를 ‘가장 아쉬운 패배’로 사석에서도 자주 언급해 온 터라 이번 승리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KKR컨소시엄 역시 이번 인수전에서 MBK와 마찬가지로 7조 원이 웃도는 가격을 제시했지만 막판에 자금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MBK의 승리로 돌아가게 됐다.
반면 MBK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으로부터 1조 원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밖에 캐나다연·기금, 싱가포르 테마섹 등 굴지의 해외 연·기금들로부터 인수 자금을 투자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김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로도 잘 알려진 김 회장은 중학생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포드칼리지와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했다. 이후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은행)·골드만삭스, 세계적 PEF인 칼라일 등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M&A 전문가로 경험을 쌓았다. 칼라일 재직 시절 한미은행을 인수해 다시 씨티은행으로 되팔아 7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그는 2005년 자신의 영문 머리글자(마이클 병주 김)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굵직한 M&A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MBK를 국내 최대 규모의 사모 펀드로 키웠다. 현재 MBK의 자산 규모는 9조5000억 원(81억 달러)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4, 5위 수준이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김병수 MBK파트너스 회장
1963년생.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사.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회장. 2005년 MBK파트너스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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