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업계 최대의 관심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11년 만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년간 비교적 낮은 변동성이 지속됐던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과연 시장의 ‘재정상화’ 과정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물론 미국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그 속도와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돼 왔다. 금융 억압은 전통적인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양적 완화와 같은 비전통적인 수단을 통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당분간 이 같은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금융 억압 정책이 지속될 수는 없다.
금융 억압 정책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금융 억압 정책으로 과다 채무국의 막대한 부채 상환 비용이 현격히 낮아졌다. 민간 부문에서는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실제로 각 정부는 금리 하락 덕분에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조6000억 달러를, 민간 부문에서는 7000억 달러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 억압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각 정부의 구조적 개혁 의지가 약화되면서 개혁 과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아울러 부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이들까지도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생성과 소멸’이라는 법칙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일부 사업장은 금리가 정상화된다면 이자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금리 자금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심각한 자본 배분의 왜곡이 일어났고 이는 미래의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게 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시장이 서서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이는 시장이 정상화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다만 금융 억압의 종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시장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금융 억압이 종료된다면 많은 채무자들이 높아진 금리를 감당할 수 없어 파산 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또 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애써 살려 놓은 글로벌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앞으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앞으로 주식과 채권 베타(시장 변동에 따른 개별 자산의 민감도)에 대한 정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자처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업종·스타일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고 주식 내에서 알파 수익 창출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 개별 자산, 특히 개별 주식 단위에서 더 많은 투자 기회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해 시장의 변화에 따른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다. 변화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유리하게 이용한다면 금융 억압 정책의 이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변화는 또 다른 기회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1958년생.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졸업. 하버드대 로스쿨 법학 박사. 베어링증권 조사부 팀장. 에셋코리아 창업 파트너.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대표. 2013년 베어링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