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충격에 맞대응 검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낮아져

8월 들어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진국 주식은 연중 고점 대비 12% 넘게 하락했고 신흥국은 21%가 넘는 폭락세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예외는 아니다. 코스피는 8월 24일 장중 1800까지 급락하며 2013년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최저점까지 하락했고 연초 이후 7월 중순까지 전 세계 주요 증시 중에서 가장 높은 45%의 상승률을 보이던 코스닥은 한 달여 만에 22%나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8월 24일 장중 달러당 1200원을 기록했다. 4월 29일 저점인 달러당 1068.6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131.4원 급등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1.0% 급락했다. 주요 25개 통화 중에서는 러시아 루블(-26.3%), 브라질 헤알(-15.4%), 말레이시아 링깃(-14.6%), 뉴질랜드 뉴질랜드 달러(-13.0%) 다음으로 다섯째로 하락 폭이 컸다.
유럽, 대응카드 ‘만지막’...3차 격돌 ‘전운’
급락의 배경은 G2의 정책 카드 부재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큰 신흥국과 원자재 생산국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 펀드의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졌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중국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신흥 아시아의 통화가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외국인의 자금 이탈 우려가 높다. 국내외 투자은행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 컨센서스도 연말 달러당 1200원 위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과거 ‘취약한 5개국(Fragile 5)’이 ‘불안한 10개국(Troubled 10)’으로 확대됐다면서 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콜롬비아 등과 함께 아시아에서는 한국·싱가포르·대만·태국을 포함시키며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은 6월 고점 이후 6조4000억 원이 이탈했고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 잔액도 7월 고점 대비 4조2000억 원 감소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의 배경은 ▷2016년 정점을 앞둔 미국 경제의 가속도 둔화 ▷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믿었던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였다. 그리고 ▷ G2를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응할 만한 뚜렷한 정책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보다 근본적인 불안감의 원인이었다.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2016년 정점을 앞두고 기울기는 점점 더 완만해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0%를 정점으로 2015년 7월 5.3%까지 8년째 하락하며 완전고용하의 자연 실업률인 5.2%에 바짝 다가섰다. 자연 실업률 아래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이는 오버슈팅을 의미한다. 오버슈팅 이후 미국 경제는 경험적으로 침체에 빠졌다.
7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은 중국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의 위험을 야기한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표출했다.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은 양호하지만 기울기를 감안할 때 예전 같으면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추거나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9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금융시장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Fed의 자신감 상실을 반영할 것이고 거꾸로 기준 금리를 올린다면 오버슈팅은 막겠지만 미래의 성장과 인플레는 제동이 걸릴 것이다. 결국 미국 경제가 8년여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정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중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방 자본주의와 다른 중국 정부의 강한 통제력과 경기 부양책은 중국 경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상하이 종합지수의 급등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당국의 통제력은 그야말로 기대 이하였다. 그 과정에서 빡빡한 단기자금 사정과 그림자 금융을 비롯한 민간 신용의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총수요의 큰 축을 담당하던 중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총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조성됐다.
중국의 재정지출 기대가 높다. 단기 반등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금융 위기 직후 대규모 재정지출의 후유증으로 과잉 투자와 재고 문제가 남아있는 중국 당국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유럽, 대응카드 ‘만지막’...3차 격돌 ‘전운’
새 카드 나오면 자산 시장은 고점 높일 것
팽배한 공포감과 비관론에 대응해 8월 26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과 중국 등 G2는 물론 유럽까지 예상보다 빠른 정책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위안화 추가 약세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이른 시일 내에 위안화의 1일 환율 변동 폭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초저금리인 유로와 엔을 빌려 유로존과 일본의 주식에 투자하거나 글로벌 자산 시장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충격이 확대됐다. 그 결과 환율 전쟁을 촉발했던 유로와 엔이 빠르게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유로는 8월 24일 한때 1.17달러까지 급등했고 엔·달러 환율 역시 달러당 116엔까지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자 유럽중앙은행(ECB)이 먼저 나섰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과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ECB의 집행이사인 페트르 프라예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26일 “필요하다면 양적 완화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간을 연장하거나 매입 대상 자산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윌리엄 더들리 뉴욕 Fed 총재는 일부 헤지 펀드의 4차 양적 완환(QE4) 주장에 대해서는 일축했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미국 경제의 하방 위험을 키웠고 미국의 고용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9월 금리 인상은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돌이켜보면 소위 환율 전쟁은 2012년 하반기에 미국·일본·유로존의 양적 완화가 집중되면서 시작됐다. 2차 환율 전쟁은 2014년 6월 ECB의 마이너스 예치금 금리 도입과 전격적인 기준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10월 일본중앙은행(BOJ)의 추가 양적·질적 완화(QQE) 정책이 단행되면서 일어났다. 경쟁적인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여타 국가들의 내수를 빼앗아 오려는 2차 환율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 연초 이후 유로존과 일본의 턴어라운드가 나타났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위스는 예치금 금리를 마이너스 0.75%까지 낮추면서 환율 하한제를 폐지했고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급락으로 강한 디플레 압력에 시달리던 ECB는 결국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QE)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이어 Fed와 영국중앙은행(BOE)은 달러와 파운드 강세의 속도 조절을 위한 구두 개입을 지금까지도 반복하고 있다.
8월에는 드디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와 기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다. 그동안 고정환율제와 가까운 환율 정책을 유지하던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등 일부 신흥국들이 통화가치 절하에 동참한 데 이어 8월 26일 프라예트 집행이사와 더들리 총재의 발언이 나왔다.
지금까지 진행되던 환율 전쟁 2라운드가 중국인민은행에 이어 ECB와 Fed로 다시 순환 연장될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소위 환율 전쟁 3라운드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16년 미국 경제의 정점 전망은 부담 요인이다. 자연 실업률인 5.2%에 바짝 다가선 미국의 실업률이 그 이하로 하락하는 것은 오버슈팅과 과열을 의미한다. Fed는 지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단기 급락에 따른 자산 시장의 기술적 반등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고점을 낮추는 형태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각국의 부양 정책이 추가적으로 제공된다면 미래의 인플레와 성장에 대한 기대는 확대되고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기대는 약해질 것이다. 환율 전쟁 3라운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된다면 주식과 채권 금리의 기술적 반등 고점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