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우량주 투자의 적기...'달러 연동' 홍콩 시장 주목
중국의 급작스러운 위안화 절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가 폭락과 주요 아시아 국가 환율의 연쇄적인 하락이라는 시장 쇼크를 가져왔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3일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1.11% 낮은 달러당 6.401위안으로 고시했다. 3일 연속 고시 환율을 떨어뜨렸다.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가치는 사흘 동안 4.6% 떨어졌다.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22위안에서 6.54위안으로 사흘 동안 무려 5.2%나 절하됐다. 1994년 40%의 위안화 가치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큰 부담이었다. 인민은행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여지는 크지 않다”며 시장을 달랬다. 인민은행의 발표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은 다소나마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되지만 ‘중국발 위안화 쇼크’에 빠진 세계 금융시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중국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위안화 절하의 추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는 뭘까. 공식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고시 환율과 실질 환율의 괴리를 줄이겠다는 것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것 ▷고시 환율 결정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즉 위안화 환율의 시장화를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길게 보면 위안화 국제화의 발판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위한 조치일 수 있다. 하지만 위안·달러 절하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중국 경제 회복을 꾀하겠다는 단기적이고 실질적인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앞으로 위안화 절하 추세는 어떻게 될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연말까지 중국 정부의 예고대로 환율 변동 폭을 확대하면서 안정되면 추가적인 절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중국의 경기 부진이 실질적인 이유다. 지난 7월 수출이 마이너스 8.9%라는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고 생산자물가 역시 전년 대비 마이너스 5.4%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산업 생산 등 실질적인 경제성장 지표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중국 경제성장률 회복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출 환율 효과까지 6개월 이상 시차
현재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은 이미 경기 회복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고 일본도 소위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 약세와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본 경제도 분명한 회복 기조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로 지역도 2년에 걸친 통화 완화와 유로화 약세를 통해 경기 회복을 추구하고 최근 뚜렷한 반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은 상대적인 위안화 강세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1월 이후 위안화·엔화·유로화 가치를 비교하면 유로화와 엔화는 20% 이상 절하됐지만 위안화는 최근까지 강세를 나타냈다. 또 일본 엔화는 지난 4년간 달러 대비 약 50% 가까이 절하돼 일본 대비 중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부분을 감안할 때 필자가 판단하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연말까지 달러 대비 6.5~6.6위안까지 절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한국의 주식시장과 원화 가치도 3일간 동반 폭락 사태를 가져 왔다. 이미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80원대를 넘나들고 있고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도 동반 폭락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의 위안화 약세는 결국 한국 원화 가치도 불가피하게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추세적인 원화 약세는 외국인 투자가의 주식과 채권 매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에겐 환차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안화가 절하되는 1주일 동안 6670억 원 규모의 집중적인 주식 매도를 기록했다. 물론 위안화 환율이 다소 안정되면서 한국의 주식과 채권시장도 안정되고 있지만 하반기 있을 미국의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원화는 약세가 예상되고 단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 중국의 주변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환율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시점을 웃돌거나 고점 근처까지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 약세가 반드시 경제에 악재라고 할 수만은 없다. 한국·중국·일본은 세계 수출 시장에서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자동차·조선·기계·중공업·철강·해운 등 주요 산업 대부분이 겹치고 있어 3국 간의 환율 차이는 매우 중요한 경쟁력 요소다. 여기서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의 추세적인 약세는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기 침체의 한 이유가 되고 있다. 결국 길게 보면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약세는 두 나라의 수출 경쟁력 회복을 가져와 경기 회복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환율 절하 효과가 실제로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대략 6개월에서 1년 전후로 판단된다. 또 지난 4년간 엔화의 달러 대비 절하 폭이 5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위안화와 원화의 약세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단기적으로 원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고 장기적으로 수출이 회복돼 경기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 1~2년 이어질 수도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과 투자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미 원화 환율의 약세가 진행됐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위안화 약세를 감안할 때 향후로도 추가적인 원화 약세가 예상된다. 또 대규모 적자가 나고 있는 조선업을 비롯해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주력 제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추세적인 원화 약세가 향후 1~2년간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이 원화 약세 기간에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한국인에게 향후 1~2년간의 해외투자는 원화 약세에 따른 환 차익이 기대되는 시기라고도 판단된다. 또 미국과 일본과 같이 상대적으로 환율이 강세가 예상되고 또 그 시장에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량 기업에 투자한다면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중국 시장 중에서는 본토 시장에 비해 저평가된 홍콩 시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콩의 홍콩 달러는 달러 페그제(달러화에 연동된 환율)를 실시, 달러에 연동돼 있어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중국 본토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고 주가가 안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중국 경기가 올해 하반기 저점이 나타난다면 중국의 우량주 특히 홍콩 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우량 기업에 대한 투자는 긴 흐름에서 보면 조정이 예상되는 올해 하반기가 장기 투자의 기회일 수 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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