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차기 회장 출마 선언…‘비유럽계 회장’ 필요성 강조

구체적인 선거 경쟁 구도가 그려지는 것은 출마 신청 마감 이후지만 이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UEFA)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정몽준, ‘세계 축구 대통령’ 도전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대권에 도전한다. 정 명예회장은 7월 21일 FIFA가 차기 회장 선거를 내년 2월 26일 특별 총회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곧바로 출마 의사를 선언했다. 출마 신청서는 투표일 4개월 전인 오는 10월 26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의 선거 준비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7월 23일 미국·캐나다 북중미-카리브해 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축구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은 골드컵에서 북중미 지역의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 FIFA의 개혁과 비유럽계 FIFA 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라티니·후세인 왕자 등 ‘삼파전’

이처럼 정 명예회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지지 계층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선거 경쟁 구도가 그려지는 것은 출마 신청 마감 이후지만 이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플라티니 회장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UEFA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은 FIFA 6대륙 209개 회원국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53개 국가를 보유한 자타 공인 세계 축구의 중심이다. 이는 플라티니 회장이 다수의 지지 계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FIFA 기술 및 개발위원회의 의장과 부의장, 프랑스축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알리 요르단 왕자도 결코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다. 알리 요르단 왕자는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제프 블래터 현 FIFA 회장과 경합을 펼치다 낙선했다. 그는 당시 1차 투표 결과 73 대 133으로 블래터 회장에게 뒤진 것으로 나오자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했다. 알리 요르단 왕자는 7월 20일 열린 집행위원회에 앞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래터 회장은 당장 떠나야 한다”며 “블래터 회장이 후임을 도모하고 회장 선거를 관리하도록 놓아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축구 대통령’이라는 정 명예회장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후보자 등록 마감 시점까지 약 3개월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 이전부터 세계 축구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받은 정 명예회장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 명예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