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회 연재 끝낸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CEO는 외로운 존재…‘공감’하는 코칭 하려 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 한경비즈니스의 인기 칼럼, ‘CEO 코칭’의 마지막 문구를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1년 반 동안 매주 독자 사연을 통해 ‘고민 해결사’ 역할을 해 온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이 79회를 끝으로 칼럼을 마감한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최고경영자(CEO)의 답답한 곳을 긁어 주던 그의 글을 이제는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재회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할 듯하다. 신 회장은 그간 연재해 온 글을 엮어 7월께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강남구 삼성동 커리어케어 사무실에서 신 회장을 만났다.


CEO 코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처음 시작할 때는 두 가지 주제를 놓고 고민했어요.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대기업이 됐는지,한국 기업의 리더십을 다룰 생각도 했죠. 그런데 평소 CEO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고민이 많고 하소연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저도 CEO이니까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거든요. 컨설팅이 아닌 코칭이라는 표현을 쓴 데는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같이 수다를 떨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CEO들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어요. 자신의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뿐인데, 글을 통해 ‘맞아 맞아’하는 공감대를 만들어 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1년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네요.”


그래서인지 SNS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만약 인기가 있었다면 공감·확신·이해의 키워드가 통했기 때문일 거예요. 직원들에게도 경영진의 세계와 고민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경영자는 경영 수업을, 직원들은 CEO 수업을 하는 계기가 됐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연에도 유형이나 트렌드 같은 게 있나요.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역시 직원들을 다루는 문제예요. ‘조직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나는 선의로 전달했는데, 직원들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식의 고민이 가장 많았어요. 사장은 외로운 존재죠. 부모가 자식 앞에서 고민을 꺼내기 어렵듯이 경영자가 되면 임원이나 직원에게 속내를 꺼내기 어려워요. 사장의 자리라는 게 누구한테 기대기 어렵고 문제를 미룰 수도 없어요. 의사 결정은 해야 하고 그에 따른 파장엔 책임을 져야 하죠. 부하 직원이 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미루는 것도 그만큼 행동에 따른 파장을 알기 때문에 상황이 명료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CEO들에게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까요.
“기본적으로 묻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계속해 사유해야 하고 후배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물으면서 결정이 옳은지 확인해 봐야 해요. 결국엔 자기 스스로 질문을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하죠. 기업이 망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경영자의 그릇된 의사 결정입니다. 직원들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최고 결정자의 판단으로 회사가 망해요. 그만큼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기업을 키우고 성과를 내는 사장이 좋은 사장이지 직원들에게 다정다감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듣는 사장이 좋은 게 아니에요.”


기억에 남는 사연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연을 쭉 보다 보면 상당 부분 제 이야기예요. 소개된 대부분의 글들은 경영자라면 누구나 겪는 경험들일 거예요. 그중에서도 특히 직원을 내보내는 문제가 가장 어렵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조직의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져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공동 창업자이고 상당 부분 회사 성장 과정에 기여했는데 어떻게 내보내야 하느냐’는 고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몇 년간 말도 못하고 어려워하는 절절한 사연이었죠.”


회장님께서는 뭐라고 답하셨나요.
“결국 스스로 답을 갖고 있어요. 내보내야죠. 누가 봐도 내보내는 게 맞는데 결심만 못하고 있는 것이잖아요. 그렇지 않고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면 그 책임을 누가 지겠어요. 경영자는 그래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없어요. 오로지 성과를 생각하고 경영자가 하지 못하면 그가 내려올 수밖에 없죠.”


코칭을 위해선 끊임없이 콘텐츠가 필요할 것 같은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가장 많이 얻는 곳은 제 경험입니다. 제가 있는 자리가 수많은 인사 담당 임원이나 CEO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적임자를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이거든요. 또 신문기자 출신이다 보니 중요한 정보를 빨리 끄집어내는 장점이 있어요. 책을 쓰는 것도 큰 공부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꾸준히 써 왔는데, ‘CEO 코칭’도 갈무리해 6~7월 중 발간할 예정이에요.”


이제까지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줬는데, 최근 회장님의 고민은 무엇입니까.
“역시 사람 문제예요. 커리어케어는 HR컨설팅 회사인데 핵심은 유능한 컨설턴트죠. 직원 만족 없이 조직은 설 수 없습니다. 직원들은 업무에 몰입할 때, 성취감을 느낄 때, 주도적으로 일할 때,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할 때 만족도가 올라갑니다. 제게도 끊임없는 도전이죠.”

커리어케어 회장으로서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커리어케어는 앞으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계획이에요. 지금까지는 탤런트 컨설팅, 인재 컨설팅을 주로 해 왔는데 종합 컨설팅 회사를 모색하고 있어요. 연구 조사부터 컨설팅, 교육 훈련, 출판·미디어까지 연결되는 그림일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는 임원을 비롯한 고급 인력 전용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CEO 코칭을 끝맺으며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채용할 때 세 가지 원칙이 있어요. ‘성실한가’, ‘스마트한가’, ‘욕심이 있는가’입니다. 성실하지 않으면 요행을 부리고 스마트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어요.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욕심이에요.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는 데서 다음 단계로 점프 업 하기 위해서는 욕심이 필요해요. 욕심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원을 다 투입하고 부족하면 밖에서 끌어당겨 일을 만들어 내려고 해요. CEO까지 올라가는 사람들 중에는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죠. 무엇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기업의 핵심은 사람이에요. 경영자의 능력은 우수한 사람들을 조직화하고 일하고 싶은 열망을 느끼도록 동기부여하는 데 있죠. 경영자는 기술자가 아닌 조직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조직의 크기만큼 비즈니스가 전개되는 거예요. 얼마만큼 단단한 조직, 효율적인 조직을 꾸리느냐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자기 조직을 들여다보고 조직 구성원들의 상태와 역량을 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죠.”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