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친환경 미래 식량”

‘곤충 과자’,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네덜란드에서 간식용 곤충을 파는 슈퍼마켓이 늘고 있다. 유통 업체들은 식용 곤충이 미래의 식량 위기를 해소할 대안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곤충 섭취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마케팅하기도 한다.

곤충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네덜란드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점보’다. 점보는 지난해 11월부터 흐로닝언과 하렌 지역의 매장에서 밀웜, 버펄로웜, 나비 유충으로 만든 크로켓·버거·칩 등을 선보이고 있고 올해에는 400군데로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마치 즉석식품처럼 내용물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포장된 채 식품 코너에 진열된 이 식용 곤충들의 가격은 5.95~6.79유로(7260~8280원)이며 바삭하게 튀긴 나방 유충으로 만든 칩은 짭짤한 소금 맛과 파프리카 맛 등 두 가지 종류로 출시됐다.

점보의 관계자는 “곤충은 고기와 생선을 대신할,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보는 곤충에 대한 고객들의 공포심을 해소하고 새로운 식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매장 내에서 적극적인 시식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식품 코너에 건조된 곤충이 판매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지만 서서히 적응해 가는 분위기다. 딱정벌레의 애벌레나 메뚜기 등을 맛본 고객들은 견과류의 맛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곤충을 토핑으로 얹은 ‘용기 햄버거’
최근 네덜란드의 유통 업체들과 식량 전문가, 주요 언론 등은 식용 곤충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곤충의 영양학적 유용성에 주목, 대표적인 고단백·저지방 식품인 곤충이 비만 인구의 비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가축을 키우는 것보다 곤충이 땅·물·사료 등을 적게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연 친화적인 식량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식용 곤충은 점보뿐만이 아니라 알버트하인·플러스 등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레스토랑이나 소형 식료품점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네덜란드의 도매 유통 체인 슬리그로에서도 몇 해 전부터 곤충을 판매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의 본격 판매전에 앞서 지난여름 네덜란드의 브이앤디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라플라스는 한 음악 페스티벌의 임시 판매 매장에서 특별한 메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햄버거에 밀웜을 토핑으로 얹은 일명 ‘용기 햄버거’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 햄버거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일단 곤충을 먹어 보고 햄버거를 주문해도 되느냐고 묻는 등 처음엔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햄버거를 먹고 난 후 환불을 요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업체 측은 전했다. 이날 라플라스가 준비한 500개의 햄버거가 모두 팔렸을 정도로 곤충 음식은 큰 인기를 얻었다.

한편 네덜란드 와게닝겐대의 곤충학과 교수이자 곤충 요리책의 저자이기도 한 마르셀 디케 씨는 곤충 소비에 대한 네덜란드인들의 태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네덜란드인의 70%는 식단의 다양화를 위해 곤충을 ‘확실히’, 혹은 ‘아마도’ 먹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쓴 요리책에서 메뚜기 파이, 개미 머핀 등을 소개하면서 “곤충 섭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메뉴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헤이그(네덜란드)=김민주 객원기자 vitamj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