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동산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 심화되는 고령화, 저성장 기조 정착 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부동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부동산 과잉 시대의 그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1969년생. 서울대 도시공학 학사·석사·박사. 국토교통부 신도시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현).



부동산이 꿈틀하고 있는 요즘 걱정이 많다. 오르는 전셋값과 월세 부담에 왠지 지금 집을 사야 할 것 같고 아니면 영원히 셋방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집을 잘못 샀다가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어떨까’하는 걱정도 자리 잡고 있다.

가계의 자산을 크게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포함한 비금융 자산으로 구분하는데, 비금융 자산은 거의 부동산 자산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비금융 자산을 살펴보면 미국 29.3%, 일본 39.9%, 영국 50.4%에 비해 한국은 75.1%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은 한국이 왜 이렇게 부동산 정책에 민감하고 가격에 예민한지를 보여주는 이유가 된다. 금융 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3~4년간 20% 이상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미국은 34%까지 하락할 정도로 많이 빠졌는데 한국은 고작 2.3% 하락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우스 푸어’니 월세 전환에 따른 ‘렌트 푸어’니 하는 난리 통을 겪었다. 게다가 수도권의 일부 지역은 그 하락 폭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값이 떨어져 해당 지역 주민들은 거의 패닉 상태까지 갔다.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자산 효과로 소비가 늘어나고 경제도 잘 돌아갔지만 약간의 하락 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률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에서도 1년에 2~3차례씩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이렇게 많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나라는 없고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60대 이상으로 가면 더욱 암울해진다. 고령층은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 자산의 비중이 80% 후반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이는 고령층이 유동성 제약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고 실제 생활의 질은 자산 보유량에 비해 낮은 상태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역모기지 제도가 도입돼 약간은 나아졌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이제는 부동산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 심화되는 고령화, 저성장 기조 정착 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부동산을 모두 팔고 금융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부동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전체 부동산 시장은 상승하는데 자기가 산 부동산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해 소외되는 현상을 줄여 보자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간접 투자를 통해 일반 국민들도 수익을 공유하고 위험을 분산, 개개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관련 제도가 비교적 오래전에 도입됐지만 그 시장 규모가 미약하고 세제 등에 있어서도 불리한 점이 많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 부동산 투자 수단인 리츠는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데 경직된 규정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