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수족관 보수 끝내고 재개장, 주변 상가도 활기

“이제야 일할 맛”…다시 문 연 롯데월드몰
2014년 12월 제2롯데월드(이하 롯데월드몰)의 핵심 시설인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았다. 천신만고 끝에 임시 사용 승인을 받은 지 불과 2달여 만이다.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물이 새고 영화관에서 진동이 발생하는 등 잇따른 안전사고가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15년 5월 12일 롯데월드몰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이 재개장했다. 수족관 누수와 영화관 진동 등에 대한 원인 분석 및 보수·보강 조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경중에 따라 건물의 일부 또는 전체를 사용 중지하거나 임시 사용 승인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경고도 있었다. 장기간 영업정지로 적지 않은 손해를 본 롯데는 비장한 각오로 재개장에 나섰다. 기자가 롯데월드몰을 직접 찾았다.


지역 주민 등 4만 명 무료 관람 행사
5월 9일 오후 롯데월드몰에 도착했다. 롯데물산은 5월 12일 정식 개장에 앞서 9일부터 사흘간 송파구 지역 주민 등 4만여 명을 대상으로 무료 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무료 관람 첫날인 만큼 만원일 것으로 예상됐던 주차장은 의외로 한산했다. 여유 있게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확인한 시간은 오후 2시 반. 우선 영화관으로 향했다. 진동 논란의 진원지인 15관의 영화 상영 시간이 2시 50분이었기 때문이다. 5층 매표소 앞은 한적했다. 영화 관람이 사전 예매로 진행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무인 발권기를 통해 표를 발권하고 있었다. 2시 45분, 15관(8층)에 입장했다. 비어 있는 한 좌석에 앉자 곧이어 영화가 시작됐다. 상영작은 ‘군도’. 지난해 7월 말 개봉된 영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무료 관람 행사 기간 동안에는 인기를 끌었던 기개봉작을 중심으로 총 50여 편을 상영할 계획”이라며 “최신 영화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간신’, ‘악의 연대기’ 등 미개봉작 7편도 배급사와 협의 후 상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0~15분간 영화를 관람한 결과 특별한 흔들림은 없었고 특별히 불편을 제기하는 관람객도 없었다.

대한건축학회는 진동 논란에 대해 15관 위층에 자리한 ‘4D 상영관’ 우퍼(woofer:저음 전용 스피커)의 진동으로 아래층 상영관 천장에 매달린 영사기가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원인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영사기가 투사한 영상이 투사 거리에 비례해 크게 흔들리자 관람객들이 건물이 흔들리는 것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는 15관 영사기를 천장과 분리하고 위층 4D 상영관 우퍼 스피커 아래에 방진 패드를 설치한 상태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정말 잘 지어 놓고 5개월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사실 제2롯데월드몰의 롯데시네마는 아시아 최대 규모(21개관 4600여 석)를 자랑한다. 또한 기네스북 인증 세계 최대 스크린(34m×13.8m)이 설치된 초대형관 ‘슈퍼플렉스G’, 국내 최대 규모 4D관 ‘슈퍼4D(220석의 4D 특수 좌석 설치)’, 아시아 최초 도입 ‘4K 쿼드 영사 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과 환경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대가 컸던 만큼 영업정지에 따른 충격도 컸다. 특히 영업정지 기간이 영화관 성수기인 방학 기간과 겹치며 더욱 큰 손해를 봤다는 게 롯데시네마 측의 설명이다.
“이제야 일할 맛”…다시 문 연 롯데월드몰
3시 20분께 지하 아쿠아리움 입구에 도착했다. ‘입장 마감’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 앞을 지키고 있던 안전 요원은 “당초 계획했던 인원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 1000여 명을 추가로 수용한 뒤 오후 3시 입장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아쿠아리움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입장한 관람객들이 관람 중이었다. 관람객 중에는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가 많았다. 다섯 살 된 아들과 아쿠아리움을 찾은 박모(33·여) 씨는 “생각했던 것처럼 혼란스럽지도 않아 기분 좋게 관람하고 있다”며 “최근 수도권 인근에 자리한 아쿠아리움 몇 곳을 다녀왔는데 그중 규모도 가장 큰 것 같고 볼 것도 많아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에는 국내 최다인 650종, 5만5000여 마리의 해양 생물이 전시돼 있다. 이날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가로 25m의 메인 수조창과 85m의 수중 터널이었다. 누수가 발생했던 아쿠아리움 수조 벽 총 4곳을 살펴봤다. 새로 칠한 지 얼마 안 돼 유난히 선명한 색깔의 파란색 실리콘이 눈에 들어왔다. 물기는 없었다. 롯데 관계자는 “누수 원인으로 밝혀진 기존 실리콘과 수조 내 방수제를 새롭게 시공했다”며 “수조 설계와 구조체 시공 상태 등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수조에는 누수 감지 필름을 설치해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것 같아요. 그동안 파리만 날리고 우울했는데 이제야 일할 맛이 나네요.”(영화관 인근 한 점포 직원)
“이제야 일할 맛”…다시 문 연 롯데월드몰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점포 관계자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동안 집객 효과가 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영업정지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던 그들이다. 방문객 수가 반 토막나면서 생계에 위협을 느낄 지경이었다는 하소연도 들렸다. 롯데 측에 따르면 롯데월드몰의 평균 방문객은 2014년 10월 개장 초기 10만여 명에서 2015년 4월 6만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당초 6200여 명에 달했던 입점 업체 근무 인원도 현재 5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가 과제
실제로 재개장 소식에 평소보다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5층 식당가에는 몇몇 점포에만 손님이 몰리고 있었다. 심지어 손님이 하나도 없는 점포도 많았다. 처음 롯데월드몰을 방문했다는 30대 주부 서모 씨는 “백화점이 가장 붐빌 시간대인 토요일 오후임을 감안했을 때 주차장도 썰렁하고 방문객이 너무 적은 것 같다”며 “구경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실 롯데월드몰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만한 곳들이 많다. 국내 최대 명품 전문 백화점인 ‘에비뉴엘’을 비롯해 국내 최다 4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한 ‘면세점’, 다양한 패션·생활용품과 다채로운 먹을거리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쇼핑몰’에 ‘롯데마트’와 ‘하이마트’까지 1000여 개에 달하는 브랜드가 들어서 있다. 특히 쇼핑몰 5~6층에는 1930년대의 종로거리와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명동거리를 재현한 ‘서울서울 3080’과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 새로운 시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29스트리트’ 등 다양한 볼거리도 마련돼 있다.
“이제야 일할 맛”…다시 문 연 롯데월드몰
3일간 진행된 무료 관람 행사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롯데 측에 따르면 행사 기간 동안 총 26만 명(9일 9만9000명, 10일 9만3000명, 11일 6만5000명)이 롯데월드몰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 일평균 방문객(6만6000명) 대비 30% 정도 늘어난 것이다.

기대와 긴장감 속에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을 재개장한 롯데. 여전히 남아 있는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롯데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철저히 관리할 것을 약속했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정식 개장 이틀째인 5월 13일 제2롯데월드를 찾아 “각고의 노력 끝에 수족관과 시네마가 재개장한 만큼 사소한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철저히 관리해 고객 여러분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5월 15일 제2롯데월드 쇼핑몰동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감전사고를 당해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다. 이에 롯데는 현장 소장을 즉각 교체하고 현장 안전관리 담당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퇴출했다. 안전 소홀로 사고 발생 시 엄격하게 대처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