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체임버스 회장 물러나…“자문 역할로 남을 것”

시스코의 성장 이끈 ‘20년 CEO’ 퇴임
1995년 시스코 회장에 오른 체임버스는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경영을 책임진 수장 가운데 한 명이다.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 중 보기 드물게 오래 자리를 지킨 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체임버스(65) 회장이 20여 년 만에 물러난다. 후임 CEO엔 척 로빈스(49) 글로벌 영업총괄 담당 선임 부사장이 내정됐다.

시스코는 이런 내용이 지난 5월 1일 이사회에서 결의됐다고 5월 4일 밝혔다. CEO 내정자 로빈스는 결의 당일인 5월 1일 이사로 취임했고 CEO 취임은 7월 26일 하기로 했다. 체임버스는 이사회 의장직과 집행 임원 자격은 그대로 보유하고 집행역 회장(executive chairman)으로 자문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체임버스는 인사 발표 직후 언론 상대 전화 회의에서 “새 시대에 시스코를 이끌어 갈 가장 강한 후보”라고 로빈스를 칭찬했다. 시스코는 16개월에 걸쳐 CEO 내정자 선정 작업을 했다.


탁월한 기억력과 ‘경청’으로 성공 가도
1995년 시스코 회장에 오른 체임버스는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경영을 책임진 수장 가운데 한 명이다. 체임버스는 난독증이 있어 보고서도 비서가 대신 읽어줄 정도지만 탁월한 기억력과 경청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장수 CEO가 됐다. 2000년대 초 글로벌 IT 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3년간 연봉을 1달러만 받으며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2014년에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선정한 ‘세계 100대 CEO’ 랭킹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체임버스는 재임 기간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시스코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시스코의 매출은 1995년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서 작년 470억 달러(약 50조8000억 원)로 40배 커졌다. 닷컴 버블이 절정에 달했던 2000년엔 시가총액이 5500억 달러(약 594조5000억 원) 이상까지 치솟아 세계 최대의 시총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체임버스 취임 당시 4000명이던 직원은 작년 기준 7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시스코 수장이 바뀜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도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다. 시스코와 삼성전자는 2014년 초 10년간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교차 사용) 계약을 했다. 이후에도 사업 협력을 위해 경영진이 자주 만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시스코는 모두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미래 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한편 시스코는 척 로빈스를 차기 CEO로 내정한 이유로 “회사에서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줬고 최근 컴퓨터 보안으로의 사업 다각화 같은 움직임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척 로빈스 내정자는 “시장이 빨리 변하고 있다. 우리의 사업 전략 중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앞으로 90일간(취임 때까지) 많은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