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장면. 6·25전쟁 당시 초기 패퇴의 책임은 총지휘관이었던 채병덕 장군에게 지워져 있다. 그의 과오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에게 유능한 참모가 있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다. 전략의 수립과 시행에 참모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 전략에서도 참모의 역할이 크다. 일본의 혼다에는 다케오라는 신뢰할 만한 유능한 참모가 있었다. 그의 조력 하에 혼다는 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둘째 장면. 승리 후의 방심, 한 수 아래의 약자를 얕잡아 보는 방심은 큰 화를 부른다는 것이 전쟁사의 교훈이다. 이스라엘은 1969년 수에즈 운하를 따라 바레브 라인이라는 방벽을 건설했다. 아랍군이 이를 넘는 데 최소 24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 안일한 대비였다. 이집트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분사해 방벽을 녹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1973년 10월 6일 이집트 중심의 아랍 연합군은 수에즈 운하 도하 2시간 만에 방벽을 넘었고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 공격을 감행해 큰 승전을 거뒀다.
한 수 아래 경쟁자를 얕잡아 보다가 낭패를 겪은 일은 기업에도 있다. 삼양은 라면 시장의 선두 자리에서 방심하다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공세로 도전하는 농심에 1위를 빼앗겼다. 미원 역시 L-글루타민산나트륨(MSG) 조미료와 복합 조미료 시장에서 1위를 지켰지만 치고 올라오는 2위를 가볍게 봤다. 제일제당이 다시다를 앞세워 종합 조미료 시장에 들어왔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종합 조미료 시장이 커지며 2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략은 본래 전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군사학의 지혜다. 하지만 이제 전략은 현대 기업 경영에 더 어울리는 말이 됐다. 전쟁터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기는 지혜가 필수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적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불확실성 증대와 수익성 저하의 문제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향 설정’과 ‘자원 배분’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더구나 한국의 선도 기업들 상당수는 남이 갔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팔로워가 아니라 폭풍우가 몰아치는 전인미답의 항로를 앞서 헤쳐 나가야 하는 리더의 지위에 있다. 좋은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기업의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무엇이 좋은 전략이고 무엇이 나쁜 전략인가. 모든 것을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공한 전략이나 실패한 현장 사례를 통해 배우는 일은 긴요하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담바고 문화사’
300년을 이어 온 질긴 인연
안대회 지음┃문학동네┃480쪽┃3만 원
‘여덟 가지 맛있는 음식(八珍味)은 못 먹어도 남초를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 조상들도 ‘담배깨나 피우셨구나’ 짐작하게 해 주는 글이다. 실제로 그랬다. 조선 시대에 쓰인 문헌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당시 흡연 인구는 전체의 25~50% 정도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랏일을 보는 관리들도 담뱃대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해 대통이 식을 겨를이 없을 정도로 담배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다. 한 해 동안 담배 구입에 들어가는 돈이 1260만 냥으로 전체 백성이 입고 먹는 비용의 절반에 해당할 정도였다. 담배가 유행하다 보니 국왕 중에서도 흡연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나왔다. 정조가 대표적인데, 어찌나 담배를 즐겼던지 초계문신에게 ‘담배의 이로움에 대해 논하라’라는 시제를 내릴 정도였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공신의 자리에 오른 이도 있다. 김상용은 병자호란 때 강화도 수비를 총책임졌던 사람인데, 청의 상륙으로 강화도 함락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성문 위에서 화약을 터뜨려 자살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난 후 논공행상을 하는 과정에서 김상용의 죽음이 자폭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려다 불이 옮겨 붙어 생긴 실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용의 아들이 아버지가 평생 담배를 싫어해 피우지 않은 것은 물론 국왕의 면전에서 사위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꾸짖을 정도였다고 얘기함으로써 공신으로 인정받게 됐다.
담배는 무역품 역할도 했다. 일본에서 생산된 잘게 썬 고급 담배를 ‘지사미’라고 하는데, 조선의 양반들은 물론 청나라까지 탐내는 물건이었다. 어찌나 인기가 좋던지 한창 때는 담뱃잎을 황금과 바꿀 정도였는데, 일본과 조선·청을 연결하는 삼각무역의 도구가 됐다. 담배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애국의 도구도 됐다.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이 그 예다. 2000만 동포가 석 달만 담배를 끊고 그 대금으로 한 명당 20전씩 성금을 내 나랏빚을 갚자고 외쳤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단연회가 결성됐고 고종황제도 참여했다.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가래를 없애 주는 약이라고 생각했다. 쑥을 불에 태우면 약의 효과가 나오는데 담배도 그렇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담배의 장점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악만 끼치는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담배는 300년 동안 우리와 같이 있었던 물건이다. 비록 지금은 천하에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생활에 많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물건을 문화사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Iibks.com
복지 사회와 그 적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지금 복지사회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현실적으로 나아갈 길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복지 제도를 앞서 운영해 온 나라들 중 미국·영국·일본 등 복지 축소에 앞장섰던 ‘탈복지화’ 국가보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 등 북유럽 ‘고복지’ 국가가 더욱 성공적이었다고 제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로 영미식 탈복지 정책이 지지 받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책은 기득권층과 그에 기생하는 일부 경제학자와 언론인 등을 반복지 담론을 사회에 퍼뜨리는 원흉으로 지목한다.
가오롄쿠이 지음┃김태성·박예진 옮김┃부키┃416쪽┃1만8000원
평판 사회
2014년 12월 5일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이듬해 초까지 여론은 쉴 새 없이 들썩였다. 해당 직원과 기업 간의 공방에 증권가 정보지와 옐로 저널리즘이 더해졌고 검찰의 기소가 이어져 날마다 새로운 이슈가 양산됐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고객이 기업에 사회적 가치와 명분을 요구하는 ‘평판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땅콩 회항 이후 기업 경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위기관리 측면에서 본 땅콩 회항 사건의 정의, 기업과 평판, 유사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전략 등으로 논의를 이어 나간다.
김봉수 외 지음 지음┃알에이치코리아┃352쪽┃1만5000원
중국 본토 1등주에 투자하라
본격적인 후강퉁(상하이·홍콩 간 교차 거래)과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 거래) 시대를 맞아 국내 최고의 중국 투자 전문가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셋째 중국 투자서를 펴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내수주의 투자 가치를 예견했던 저자는 앞선 두 권의 저서를 통해 홍콩 H주 및 후강퉁 A주의 완벽한 투자법을 소개한 바 있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중국 투자의 미래를 조망하는 한편 10년 후에도 빛을 발할 중국 본토 대표주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후강퉁·선강퉁 시대의 개막으로 이제 중국 투자의 장벽은 사라졌다.
조용준 지음┃한스미디어┃380쪽┃2만3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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