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 인수한 화학사 ‘한화 가족’으로 새 출발, 건설·태양광서도 대규모 수주

‘선택과 집중’…빅딜로 재계 9위 점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5년은 내실을 기반으로 대통합의 기틀을 다지고 시너지를 확대하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잘할 수 있는 사업 부문에 더욱 집중해 핵심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화는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이란 화두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변화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현재 한화의 사업은 크게 세 개의 기업이 핵심이다. 지주회사이자 방위 사업 기업인 (주)한화, 석유화학 기업인 한화케미칼, 보험 기업인 한화생명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 ‘선택과 집중’이란 화두는 이들 세 개의 기업을 축으로 그룹 전반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은 작년 한화가 삼성과 맺은 ‘빅딜’로 대변된다.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은 11월 26일 삼성의 석유화학·방위 사업 부문 4개 계열사의 매각·인수를 통해 사업 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한화그룹이 매입한 삼성의 계열사는 석유화학 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 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다. 계약 규모는 2조 원대에 달한다.

이 딜을 통해 한화그룹은 제조업 부문, 즉 화학과 방위 사업의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화학 부문은 당초 예정보다 2개월이나 앞당겨 합병을 마무리했다. 지난 5월 4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은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은 기존 한화케미칼·여천NCC·한화화인케미칼·한화첨단소재에 이어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한화종합화학과 한화토탈을 포함해 연매출 20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이자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는 화학 그룹으로 거듭났다. 특히 한화그룹은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 규모를 세계 9위 수준인 291만 톤으로 늘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시너지 없다면 과감한 매각도 불사
한화는 지금 남은 방산 2개사, 즉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마무리하면 2013년 기준으로 방위 사업 부문 매출이 1조 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나면서 국내 방위 사업 분야의 독보적 1위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 방위 사업 자체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탄약과 정밀 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및 레이더 등의 방산 전자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차세대 방위 사업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되며 확실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한화의 선택과 집중은 삼성과의 빅딜만이 아니었다. 2014년 8월 KPX화인케미칼을 인수하면서 화학 부문의 경쟁력을 더 키웠고 소재 분야에서는 한화첨단소재가 독일 자동차 부품 회사 하이코스틱스를 인수하면서 독일 및 유럽 자동차 경량화 부품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력 사업에는 큰 투자를 하는 한편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한화그룹은 2014년 하반기 한화L&C의 건자재 사업 부문과 제약 계열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했고 최근에는 포장재 회사인 한화폴리드리머의 일부 사업부를 희성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화그룹의 숙제는 크게 두 개였다. 하나는 건설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광 사업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한화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3조3209억 원으로 전년(4조971억 원) 대비 19% 하락했다. 또 영업손실은 4110억 원으로, 전년(374억 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도 4199억 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한화건설은 “2008년 이후 평균 10%대의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국내 주택 경기 침체 등으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일부 해외 현장의 매출원가 상승 등도 이익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의 실적 안화는 단지 한화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건설은 그룹의 모회사라고 할 수 있는 (주)한화의 100% 자회사다. 즉 한화건설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주)한화까지도 힘들어진다. 특히 (주)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22.65%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인 회사다.


발목 잡던 ‘숙제’도 하나둘 풀리기 시작
다행히도 한화건설에는 ‘한 방’이 남아 있다. 지난 4월 5일 한화건설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무려 총 21억2000만 달러(약 2조3400억 원)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공사는 이라크에 한화건설이 세우는 ‘분당급 신도시’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공사와 연계된 사회 기반 시설(SOC) 건설 공사다. 공사 금액의 10%인 2억1200만 달러를 선수금으로 수령했고 공사 진행에 따라 기성금을 받는다. 한화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서만 누적 공사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해외 건설 사상 최대 규모다. 즉 수익성만 좀 더 확보하면 한화건설은 앞으로 10여 년은 ‘매출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다.

한화그룹의 또 다른 숙제는 태양광 사업의 턴어라운드다. 한화그룹은 이미 2010년부터 태양광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 한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료부터 발전까지 태양광발전과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갖춘 기업이 됐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한화가 이 사업을 시작한 당시부터 지금까지 태양광 관련 업종은 계속해 침체를 겪었다. 당연히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계속 적자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턴어라운드’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2조298억 원, 영업이익 86억 원을 올렸다. 이익은 크지 않지만 지난 4년간의 꾸준한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게 확실시된다. 한화그룹이 미국 2위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너지와 1조 원대의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태양광 업계의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고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부문이 올린 매출의 절반을 한 계약을 통해 이뤄 낸 것이다.

한화그룹의 2014년 매출(연결 기준)은 총 37조4568억 원이다. 2013년 38조7249억 원보다 3% 정도 줄어든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8637억 원에서 5158억 원으로 무려 40% 넘게 감소했다. 그만큼 한화그룹이 움츠러들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의 한화그룹은 작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화그룹은 매출 48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라면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니다. 단순 계산으로 빅딜로 늘어나는 매출(전년 기준으로 종합화학 1조700억 원, 삼성토탈 8조8000억 원, 삼성테크윈 2조6000억 원, 삼성탈레스 6800억 원)만 약 13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라크 사업 및 태양광 신규 수주를 더하면 목표치를 훌쩍 넘어설 수도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올해 자산 규모가 50조 원으로 늘어나며 재계 순위도 9위로 한 계단 올라선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로 재계 20위권에서 10위권으로 진입한 후 12년 만의 순위 상승이다. 그만큼 그룹 자체의 역량도 커졌다는 뜻이다. ‘선택과 집중’에 힘을 기울여 온 한화의 2015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