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앱 통해 건강 정보 수집 시동…의료 빅 데이터 선점 포석

애플이 개인 DNA 정보를 탐내는 이유
인터넷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여러 웹 사이트의 회원 가입, 온라인 서비스 가입 절차마다 익숙하게 맞닥뜨리는 화면이 있다. 바로 ‘가입 완료’ 전 단계에 여러 차례 동의 또는 거부에 클릭해야 하는 개인 정보 활용 동의 페이지다. 약관이야 필수적으로 동의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이런 절차 뒤쪽에 보면 보일 듯 말 듯 ‘선택’ 사항으로 표기된 항목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마케팅 정보를 받는 데 동의하느냐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무심코 동의했다가는 오래지 않아 각종 금융회사·유통회사에서 ‘고객님~’으로 시작되는 마케팅 전화를 받게 된다. 더 운이 나쁘면 텔레마케터가 아닌 보이스 피싱 조직의 전화를 받아 거금을 날리기도 하고 말이다.


IT 공룡들이 점찍은 차세대 시장
이미 수년째 반복되는 이런 패턴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 ‘개인 정보의 활용’이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개인 정보의 활용은 곧 자신을 귀찮게 만들거나 심하면 막대한 금전적 손실까지 끼치는 나쁜 일이라는 인식이 단단히 박혀 버렸다.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디선가 쓰인다는 뉴스만 나오면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정부는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서기 일쑤다. 그리고 그런 대책의 대부분은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 사회에서 또 하나 터부시되는 영역은 바로 의료 산업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는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보험료도 저렴한 편이고 일반적인 질환은 진료비와 약값을 모두 더해도 몇 천 원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보험료도 매우 비싸고 그나마도 없으면 사소한 질환으로도 수백, 수천만 원의 청구서가 날아온다는 미국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다 보니 의료 산업 활성화 이야기만 나오면 의료 영리화, 건강보험 체계 붕괴, 보험료 폭탄 등의 각종 우려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개인 정보 활용, 의료 산업 활성화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은 각종 의료 빅 데이터 기반의 미래 산업 발전에 치명적인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 의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는 각 유전체 단위에서 인간의 생체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 규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이 누적되면서 제약 산업에서는 이미 고분자화학에 근거하는 전통적인 영역이 퇴조하고 바이오 신약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건강의 취약점을 사전에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 맞춤형 헬스 케어 산업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선진국 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이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방면의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필수적인 각 개인의 의료, 유전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느냐다. 민간 건강보험, 대형 영리 병원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는 이들 건강보험사와 병원들이 충분한 데이터를 쥐고 대규모 슈퍼컴퓨터와 전문 분석가들을 고용해 신사업 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이전 글에서 다뤄 왔듯이 IBM 등은 이들 기관들과 협력해 자사의 ‘왓슨’을 의료 정보 분석 및 진료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전 세계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자임하는 IT 공룡들이 이런 파트너십 수준에서 만족할 리 만무하다. 각자가 보유한 방대한 플랫폼 기반을 적극 활용, 의료 기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의료 빅 데이터를 수집하고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전 세계 상당수 사람들의 손에 자사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거기서 수많은 개인 행태에 대한 빅 데이터를 뽑아 올리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이제 개개인의 DNA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글이 관여한 ‘23앤드미(23andMe)’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맥락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이름부터 인간의 염색체 23쌍에서 따왔듯이 배송된 샘플 수집 키트에 타액을 담아 반송하면 개인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해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해 주는 생명공학 업체다. 그것도 단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말이다. 구글은 이 회사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2007년에 39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다만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보건 당국의 견제, 구글이 도전적으로 추진해 온 여러 미래 산업에 대한 경계심 등으로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상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구글이 구글지노믹스 등 각종 유전체 분석에 활용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을 보면 그 야망은 여전히 밑바닥에서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가장 큰 힘
그런데 최근 애플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을 기밀로 유지하려는 애플의 특성상 전모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미 여기저기 나도는 이야기만으로도 애플이 개인 DNA 수집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애플은 지난 3월부터 리서치킷(ResearchKit) 시리즈 애플리케이션(앱)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앱들은 스마트폰의 위성항법장치(GPS)가 개인의 동선 정보를 추적하듯이 아이폰의 내장 및 외장 옵션 센서, 온라인 설문 조사 등을 이용해 사용자 개개인의 건강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일본우정그룹·IBM과 삼각편대를 형성해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노인 보건 의료 서비스에 아이패드와 iOS 앱을 이용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본에서 막강한 위상을 가진 일본우정그룹이 향후 5년 동안 400만~500만 대에 이르는 아이패드와 각종 보조 센서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데이터 수집 플랫폼으로 비교적 덜 민감한 기본 건강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DNA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는 다른 중립적으로 보이는 연구 기관·학교 등의 파트너를 통해 서서히 다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기관들이 이용할 컴퓨팅 환경을 애플이 제공하거나 분석 결과를 역시 아이폰 앱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애플도 유전체 정보를 연계한 헬스 케어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에 수많은 경쟁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적으로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리지만 애플 iOS 진영은 훨씬 강력한 통제력과 부동의 충성 고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스마트 플랫폼을 이용해 제공되는 서비스가 점점 더 예민해질수록 강한 통제로 더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애플이 충성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더 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기가 지금처럼 진화를 거듭한다면 스마트 워치에서 몇 시간마다 작은 바늘(침습센서)이 나와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든가 식사 후 스마트폰을 귓불이나 손끝에 갖다 대면 살짝 피 한 방울을 채취해 혈당 및 기타 영양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은 10년 남짓이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기를 별다른 의심이나 거부감 없이 꾸준히 사용할 고객들은 언제든지 다른 기기로 갈아탈 준비가 된 안드로이드 고객들보다 iOS 고객들이 더 많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더군다나 이런 일들이 현실화되려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멋지게 보이는, 일종의 유행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기존 개인 의료 정보 활용에 대한 뿌리 깊은 터부를 깨려면 말이다. 현재 내로라하는 IT 공룡들 가운데 이러한 새로운 유행,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도의 역량과 위상을 가진 업체가 과연 애플 말고 또 있을까. 미래는 모르는 일이라지만 지난 10년간 애플의 쌓아 온 명성과 막대한 자금력을 생각해 보면 애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이런 IT 공룡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면 앞으로 창창히 열릴 미래 산업에서 한국의 입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