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기업소득 환류 강제…배당과 투자 끌어내기 힘들어
기획재정부는 2014년 12월 25일 배당을 늘린 기업에 대해 세금을 줄여 주는 내용의 ‘배당소득 증대 세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배당성향을 국제 수준에 근접시켜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늘리고 자금을 유입해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감소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로 주주의 가계 소비 여력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목적으로 개정된 것이다.현재의 배당 관련 세제는 배당소득에 종합과세에 따른 누진세율을 적용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은 단일 세율(20%)로 과세돼 배당이 양도보다 세제상 불리하다. 세 부담 차이에 따라 대주주들이 배당보다 사내 유보를 선호하게 된 배경이다. 소액주주들도 배당에 대한 기대가 적어 주식 시세 차익을 위한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보다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주주와 기업의 배당 결정에 대한 세제 중립성을 강화하고 배당 인센티브를 높여야 한다.
‘배당소득 증대 세제’ 실효성 논란 여전
외국에서는 배당·양도소득 과세 체계를 일치시키고 세율을 인하해 배당 촉진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고배당 상장 기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고배당 상장 기업은 기본적으로 3년 평균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20% 이상이고 총배당금 증가율이 30% 이상인 상장 기업을 뜻한다. 다만 신규 상장 기업이나 무배당 기업은 배당성향·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의 130%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같이 배당소득 증대 세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매우 한정돼 있다. 배당성향·배당수익률·총배당금의 규모가 시장 또는 3개년 평균 대비 높아야 하는데, 이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매우 적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4년 세법 개정안 분석’에서는 1991개 상장 주식 종목 중 두 가지 유형의 특례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이 각각 459개(전체의 23.1%), 403개(20.2%) 종목에 불과하며 나머지 1129개(56.7%) 종목은 과세특례 요건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해당 법률의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고배당 상장 기업의 배당소득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대주주 등 금융 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선 31%에서 25%의 세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고 규정돼 있다. 고배당 의사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이 큰 대주주에게도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배당소득 증대 세제는 원천징수세율을 종합과세 대상자의 분리과세보다 더 큰 폭으로 인하해 종합과세 대상자보다 소액주주에 대한 세제 지원의 확대가 더 크고 기업의 배당 확대 결정은 가계 소득의 증가를 불러와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배당소득 증대가 가져올 가계 소득 증대에 대한 의구심도 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이번 법률 개정안의 영향으로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계 소득 증대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당소득의 53.2~54.7%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 원 이상인 종합과세 납세자가 가져갈 것이라고 한다. 즉 배당금의 상당 부분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이란 뜻이다. 이처럼 법안의 목적과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 간에 의견이 갈리고 있어 뚜렷한 효과는 알 수 없는 형편이다.
2014년 상장회사를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배당한 기업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 배당금 규모는 대기업만 증가했고 중소기업은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이 주축인 유가증권 기업은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2014년에 배당 규모를 크게 키웠고 배당률 또한 상승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상과 같이 상장 기업의 배당이 2013년에 비해 2014년에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대기업 위주였으며 오히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배당률은 감소했다. 한편 2014년 8월 6일 정부는 ‘2014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기업 소득 환류 세제’를 신설했다. 기업 소득을 임금 증가, 배당 재원 등으로 활용하도록 해 가계 소득 간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목적이었다. 개편안은 회계 상 사외 유출로 분류되는 배당뿐만 아니라 투자와 임금 증가까지 과세 결정 요인으로 본다는 점에서 법인의 배당 유도에만 초점을 뒀던 과거의 세제 개편안과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자본 500억 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 상호 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소득의 80%를 투자나 배당, 임금 증가분으로 써야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정했다.
일부 대기업의 대주주를 위한 법률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환류 세제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기업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 같은 의사 결정에 무엇보다 경기 상황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며 다른 조세정책과 마찬가지로 환류 세제의 조세 유인만으로는 기업의 의사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김성환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기업 소득 환류 세제에 대한 기업의 회피 가능성에 대한 사례 연구’에서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도출해 기업 소득 환류세를 최대한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 소득 환류 세제의 도입 목적은 쉽게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 분석했다.
이처럼 현재는 기업의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과다한 사내 유보금에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 여론이 강한 실정이다. 과거에도 사내 유보 과세는 국내외 모두 주주의 개인소득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됐지 배당이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사내 유보에 대한 과세 제도가 존재했더라도 지난 10여 년간 미국과 일본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과소 배당과 과소 투자 문제도 해소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에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적정 사내 유보금은 업종의 특성이나 업황 등 현실적인 변수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와 같이 평균 과세 금액이나 과세 금액 비중에서도 업종별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업종별로 사내 유보 사정 제각각
정부는 기업의 지나친 사내 유보금에 과세해 돈을 순환시켜 내수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기업 소득의 80%를 투자나 배당, 임금 증가분으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만이 배당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뿐이고 임금이나 투자 등을 확대해 사내 유보금을 외부로 유출하는 내용의 결정은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3년의 손익계산서상 자본잉여금을 제외한 이익잉여금의 평균 금액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 중 유가증권 상장사의 평균 이익잉여금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투자나 임금 및 배당정책에서 사내 유보금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특히 이익잉여금 규모가 큰 상위 10대 기업은 순이익 증가율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잉여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업 소득 환류 세제가 2015년 1월 1일 이후 개시하는 사업연도 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후 추이는 더 지켜봐야 한다.
KB투자증권이 2015년 2월 1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익잉여금 규모가 큰 기업은 과세 대상에서 벗어났고 50억 원 이상 세금을 내야 할 기업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 두 곳뿐이었다. 기업의 소득이 과거 추세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면 해당 법안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정부가 국내 내수 시장 활성화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법안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분석 결과가 지배적이다. 2015년 4월 2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 따르면 오히려 세수 확보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의 법인세와 부가세는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의 세법 개정안 개편으로 국가 세금 정책이 초반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의 배당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은 좋지만 징벌적 과세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의 세제 개편 방향이 기업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 있으므로 신중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김명서 지속가능금융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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