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얀 지엘론카 지음┃신해경 옮김┃아마존의나비┃224쪽┃1만3000원

유럽은 구대륙이다. 신대륙으로 상징되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으니 그전까지 세계를 장악했던 유럽을 구대륙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어색할 것은 전혀 없다. 이미 지구적 생산은 중국이 장악했고 생활양식의 대부분은 미국산이다. 그렇다고 유럽이 기죽을 필요까지는 없다. 개인·사회계약·자유·평등·평화·국가·민주주의·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복지국가·보편적 인권개념 등 적어도 우리 머릿속을 지배하는 가치 체계들은 모두 유럽산이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지구의 화약고였다. 민족과 영토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 단위들이 끊임없는 침략과 약탈, 지배와 복종의 역사를 반복해 왔다. 유럽 역사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간 동안 서로 전쟁을 치르며 인적·물적으로 끔찍한 결과들을 낳으며 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의 유럽연합(EU)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실험이다. 1950년대 EU의 전신 격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이후 구대륙 국가들 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채 수십 년이 지났다. 역사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전쟁 없는 유럽이 자리 잡은 것이다. 유례없는 평화의 공을 인정받은 EU는 2012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EU라는 거대한 실험은 성공한 것일까. 적어도 미국 금융 위기 전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오늘날의 EU는 긴축과 갈등의 상징이 됐다. EU는 2008년의 위기 이후 계속되는 사회적·정치적 파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유럽인들이 EU에 신뢰를 잃어버린 것도, 해체론이 비등한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유럽은 과연 EU의 감독 아래 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결국 EU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예견한다. EU가 살아남기는 하겠지만 주요 법적 권한들과 정치적 중요도를 내주고 지금보다 단출한 형태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그 대신 EU가 약화된다는 가정이 국민 국가들을 강화할 것이란 일반적 예상보다 그 반대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도시와 지역, 비정부기구들(NGO) 같은 정치 주체들이 강화되면서 국경은 더 흐릿해지고 정치적 소속감은 갈수록 쪼개진다. 저자는 이를 ‘신중세주의’라고 부른다.

저자는 폴란드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네덜란드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이탈리아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영국 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국가적 자부심에 현혹되지 않았던 EU주의자가 EU의 운명을 냉철하면서도 독창적으로 전망했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마음의 미래’
뇌과학이 바꿀 미래

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김영사┃580쪽┃2만4000원

“머지않아 과학은 인간의 삶과 운명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신경과학의 황금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세기 마지막 10년간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바로 우리의 뇌다. 뇌에는 약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신경계의 기본단위 세포)이 있고 이 뉴런은 서로 연결돼 있다. 연결망까지 숫자를 합친다면 우리의 뇌는 정말 천문학적 규모로 복잡한 기관이다. 뇌는 또 상당히 이기적인 조직이다. 몸무게의 2%에 불과한 장기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의 20%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유전자의 80%가 두뇌에 할당돼 있으니 뇌는 정말 인간이란 존재의 핵심 기관인 것은 분명하다.

뇌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던 것은 두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장비 때문이었다. 1990년대에 자기공명영상(MRI)처럼 뇌를 스캔하는 장비가 개발되면서 뇌의 비밀스러운 모습을 조금씩 볼 수 있게 됐다. 전자기파의 한 종류인 라디오파를 생체 조직에 발사하면 조직의 손상 없이 통과한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기술을 적용하면 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즉 감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살아있는 뇌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꿈도 뇌가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학자들은 꿈을 꾸는 이유를 정보 처리나 정리라고 말한다. 즉 잠을 자는 동안 뇌간에서 올라온 방대한 무작위 정보를 어떻게든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친다. 꿈은 바로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실제로 뇌를 촬영해 보면 수면을 취할 때 활동하는 뇌 부위는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일치한다. 요컨대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만 기억력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한 MRI와 같은 혁명적인 장비는 이 꿈을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 교토에 있는 ATR전산신경과학연구소에서는 MRI를 이용해 꿈을 촬영하고 있다. 정말 과거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연구는 일단 깨어 있는 사람이 실생활에서 눈으로 본 영상을 재현했고 비슷한 방법으로 꿈의 대략적인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 다양한 사람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정도다. 해상도가 낮아 누구의 얼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술이 개발되면 좀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고 나아가 흑백이 아닌 컬러로 꿈을 재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막 뇌의 비밀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걸음은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꿔 놓을 것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이기는 말

한마디 말이 사람과 조직을 죽이고 살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승승장구하던 정치인이 연이은 거짓말로 공분을 사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고 대한항공 회항 사건처럼 리더 한 명의 그릇된 언행으로 기업 전체가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기업의 존망과 개인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잭 웰치에서부터 마이클 블룸버그, 셰릴 샌드버그까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프랭크 런츠가 성공한 인물들의 언어를 분석했다.

프랭크 런츠 지음┃이진원 옮김┃해냄출판사┃312쪽┃1만4000원



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최고의 한 수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과 조직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하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의 전략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글쓰기’의 핵심은? 선수의 평균연령이 30세 이상으로,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인 삼성화재 배구팀이 일곱 번 연속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제·경영뿐만 아니라 교육·IT·심리·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과 조직에는 무언가 특별한 ‘한 수’가 있지 않을까.

박종세 지음┃모멘텀┃255쪽┃1만4000원



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연봉이 달라지는 글쓰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서부터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CEO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일과 인생을 진취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모든 사회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스킬을 가르쳐 주는 실용적인 글쓰기 책이다. 노련한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여러 요인 가운데 ‘글쓰기’의 유용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실제적인 글쓰기 능력 향상으로 이끄는 쉽고 재미있는 트레이닝 코스를 준비했다. 저자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말’과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조윤희 옮김┃컬처그라퍼┃232쪽┃1만2000원
EU의 몰락과 신중세주의의 탄생 ‘유럽연합의 종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