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전자상거래·SNS서 두각…M&A로 꾸준한 ‘접붙이기’ 나서

BAT 시총 500조 돌파…비결은 ‘플랫폼’
지난 2월 14일 중국 스마트폰 택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가 합병을 선언했다. 업계 1위이자 시장점유율이 56.5%에 달하는 콰이디다처와 43.3%를 차지하는 디디다처가 합병함으로써 양사는 중국 택시 앱 시장의 99.8%를 장악하게 됐다. 이 합병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급성장하는 중국 내 택시 앱 사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블룸버그는 합병 기업의 기업 가치가 6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의 합병이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중국 인터넷 산업의 두 공룡인 ‘라이벌’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손을 잡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이고 디디다처는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이다.

중국 인터넷 산업의 선도 기업은 이른바 BAT로 불리는 3개사다. BAT는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의 A, ‘중국의 페이스북’ 텐센트의 T를 따 만든 신조어다. A와 T가 손을 잡자 남은 ‘중국의 구글’ B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B는 바로 바이두다.

바이두는 이미 2014년 말 글로벌 택시 앱인 우버에 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마쳤다. 바이두는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가 합병하자 곧바로 자사의 택시 앱인 이다오융처와 우버의 합병을 발표했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BAT의 과감한 움직임은 바로 이들이 플랫폼의 중요성을 잘 깨닫고 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막강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크게 성장했다. 중국은 현재 인터넷 인구가 6억300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휴대전화 사용자는 12억 명 수준이고 하루 인터넷 정보 발송량은 200억 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이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아
BAT는 이 같은 내수 시장의 성장 속에서 자사만의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차별화하며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바이두(B)는 ‘중국의 구글’, 알리바바는 ‘중국의 아마존’, 텐센트는 ‘중국의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이런 별명이 붙은 이유는 각각 검색과 전자 상거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강력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후닷컴에 다르면 3월 18일 기준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123억6000만 달러(약 237조 원)를 기록했다. 2004년 6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텐센트는 시가총액 1641억9500만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2005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바이두의 시가총액은 711억2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들 3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500조 원에 육박한다.

천문학적 시가총액은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BAT의 실적은 매년 크게 성장 중이다. 텐센트홀딩스가 공개한 ‘2014년 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789억3200만 위안(약 14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또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 늘어난 238억16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액과 순이익은 525억400만 위안과 234억3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1%, 170.6%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바이두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3.6% 증가한 490억52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31억8700만 위안으로 25.4% 늘어났다.

매년 실적이 급상승하고 있는 BAT는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전자 상거래·검색·SNS라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결제, 인터넷 금융,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 O2O(Online to Offline), 스마트 카 등 각종 신산업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알리바바가 인도 전자 상거래 업체 스냅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인수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로 알려졌다. 또 미국 모바일 메신저 업체 스냅챗에도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말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약 250억 달러를 조달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2011년부터 SNS 업체 웨이보, 영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이나비전미디어그룹,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토내비홀딩스 등 34개 기업에 약 160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한 기업도 20곳을 훌쩍 넘는다.


텐센트, 작년 투자 기업만 최소 38개
중국 기업에 집중됐던 M&A가 최근에는 중국 밖 기업들로 옮겨 가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승차 공유 앱인 리프트와 스마트폰 화상통화 앱인 탱고 등 미국 새내기 업체들에 투자했다. 지난 4월에는 인도 온라인 결제 업체 원97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25%를 5억7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텐센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텐센트가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한 기업은 최소 38개에 달한다. CJ게임즈와 네시삼십삼분 등 국내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투자 분야도 핀테크, 지도, 게임 개발, 부동산 거래, 전자 상거래, 청소 용역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인수 기업 면면을 보면 메신저 플랫폼인 ‘위챗’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인 게 ‘디안핑’ 지분 인수다. ‘디안핑’은 소셜 커머스 그루폰과 옐프를 하나로 섞어 놓은 사업 모델이다. 모바일 앱 누적 이용자가 2억 명에 이른다. 텐센트는 지난해 소셜 커머스 업체 디안핑 지분 20%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텐센트의 인수 금액 중 최고가다.
BAT 시총 500조 돌파…비결은 ‘플랫폼’
디안핑은 결국 위챗에 탑재됐다. 텐센트가 소셜 커머스를 활용해 온·오프 전방위로 사업 진출을 꾀한 셈이다. 헬스 케어 기업인 ‘DXY’와 ‘구이하오’, 우버와 같은 택시 앱 ‘디디다처’, P2P 금융 ‘런런다이’, 사진 기반 SNS ‘블링크’ 등을 인수한 것 역시 메신저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겨냥한 것이다. 송요셉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실 박사는 “텐센트의 위챗은 메신저와 게임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건강, 전자 상거래, P2P 금융, 택시 호출 등 생활 전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바이두가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사이트 시트립을 M&A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4월 9일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두 산하 온라인 웹 사이트 취날왕이 시트립과의 M&A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두 기업 간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1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사이트가 탄생하는 셈이다.

바이두는 검색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광고가 대부분인 매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동 구매, 호텔, 택시 예약, 모바일 게임, 모바일 결제 등 신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해 인터넷 콘텐츠 업체 PPS트램을 비롯해 앱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와이어리스 웹소프트, 인터넷 공동 구매 사업 업체 누오미홀딩스 등을 인수했다. 2010년 이후 M&A를 포함해 총 16개 기업에 3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