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사’ 동원해 현급수송 업체 인수…물류 기업으로 재기 ‘주목’

박병엽 팬택C&I 부회장(팬택 전 부회장)의 행보에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PNS네트웍스(화물 운송 중개 업체)를 통해 국내 우량 현금수송 업체인 발렉스코리아를 인수했다.
팬택 지는데 박병엽은 부활하나
지난 4월 28일 업계에 따르면 PNS네트웍스는 발렉스코리아의 지분 80%를 사들였다. 인수 대금은 약 13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과 김상현 PNS네트웍스 대표(팬택앤큐리텔 전 이사)가 발렉스코리아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인수 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팬택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 경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고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해에는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에 뛰어들더니 이번에는 왜 ‘뜬금없이’ 현금수송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일까. 또 2013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겠다며 팬택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어떤 자금력을 바탕으로 재계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일까.


팬택 추락에도 승승장구
팬택을 떠난 박 부회장에게 슬픔만 남겨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팬택 전 계열사를 비롯해 5개의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시스템 통합(SI) 및 관리 업체인 팬택C&I를 비롯해 ▷PNS네트웍스 ▷라츠(모바일 유통) ▷티이에스글로벌(단말기 부품 제조·판매) ▷토스(인적자원 용역 제공) 등이다. 박 부회장이 팬택을 떠나기 직전인 2012년만 해도 이 다섯 개 회사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5000억 원에 달했다. 바로 이 회사들이 현재까지도 그의 자금 마련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회사는 PNS네트웍스와 토스다. 이번 발렉스코리아를 인수한 PNS네트웍스는 팬택C&I가 지분 40%, 박 부회장의 두 아들인 성준·성훈 씨가 각 30%씩을 갖고 있는 박 부회장의 가족회사다. 인력 파견, 헤드 헌팅, 채용 대행 등의 사업을 하는 토스는 PNS네트웍스가 지분 100% 소유하고 있다.

이 두 회사는 작년 팬택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이어 갔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PNS네트웍스는 지난해 81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688억 원) 대비 18.90%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5억 원이다. 토스는 작년 340억 원의 매출액과 3억여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팬택C&I와 라츠는 매출이 급감하고 자본 잠식에 빠졌다. 팬택C&I는 작년 매출 350억 원, 순손실 45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65% 감소했고 영업 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제조·판매, 휴대전화 대리점 등의 사업을 맡았던 라츠도 팬택의 어려움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작년 매출은 365억 원, 전년 대비 51.14% 떨어졌다. 여기에 대부분의 사업이 중단되며 중단 사업 손실 196억 원이 한꺼번에 재무에 반영돼 자본 잠식 상태다.

PNS네트웍스와 토스를 비롯해 팬택C&I·라츠 등 박 부회장의 개인회사는 그의 재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팬택C&I를 앞세워 스포츠토토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팬택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재기를 향한 열의만큼은 분명했다”면서 “이번 발렉스코리아도 마찬가지이고 이와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부회장은 왜 ‘현금수송 업체’를 인수했을까. 더욱이 발렉스코리아가 현재 수익을 많이 내거나 유동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 아닌데도 말이다. 발렉스코리아의 2014년 연매출은 442억 원, 영업이익은 23억 원이다. 전국의 은행 금융회사 지점과 4000여 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하루 2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매각을 결정한데는 현금수송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되고 정부의 규제 강화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권태석 씨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영 상황에서 경찰청의 과도한 규제도 숨통을 죄고 있다.

경찰청은 2010년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부근 현금수송 차량에서 1억 원을 강탈당한 사건이 일어나자 현금수송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사고 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영업 허가 취소 등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현금수송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쪽 업계는 수익이 높은 시장이 아니다”면서 “많은 인력이 쓰이는데 비해 수수료도 박한 데다 경쟁 업체들이 많아지다 보니 수수료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부회장이 왜 발렉스코리아를 인수했는지 발렉스코리아의 전체 사업을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바로 ‘물류 기업으로의 비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퍼즐 조각처럼 그 그림이 맞춰진다.


물류 시장 본격 드라이브 예고
1997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현금수송 전문 업체인 발렉스코리아는 ‘특수 물류’를 취급하는 특송 업체다. 이곳은 현금수송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보안 문서, 은행의 개인 금고처럼 중요 문서나 귀중품을 보관해 주는 특수 물류 운송에도 나서면서 사세를 확장해 왔다. 특히 대기업 등 900여 개 기업들의 ‘아웃소싱 파트너’로서의 중요한 문서를 보관하는 ‘외부 금고’의 역할을 맡아 왔다. 인천공항에도 약 1만9830㎡(6000평)의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발렉스코리아는 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PNS네트웍스와 업무 영역이 흡사하다. PNS네트웍스는 넥센타이어·현대글로비스·SK하이닉스·동양기전·금호석유화학·삼성전기·GS칼텍스·일본통운·심텍 등과 운송 계약을 했다. 2012년 7월 인천공항 창고를 오픈했고 창고 보관 재고 관리, 국내외 운송, 공급망 관리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두 회사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밖의 회사들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한 특송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특송 업체는 특히 우수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네트워크와 인력(교육), 정보기술(IT)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한 토종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에 힘든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지배회사 중 시스템 통합 및 관리 업체, 인력 업체와 발렉스코리아의 전문 영역이 잘 어우러진다면 박 부회장이 그리는 물류 업체는 전문적인 특송 업체로서의 모습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발렉스코리아는 관계사로 인력 공급 업체인 삼육오에버그린과 소포 송달 업체인 라인홀익스프레스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 관련 회사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기로에 서 있는 팬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으며 박 부회장의 화려한 패자부활전의 2막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팬택은 현재 매각이 세 차례 무산되면서 기업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팬택의 부채는 9900억 원에 달하며 현재 가치는 1100억 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팬택의 매각 또는 청산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대외적으로 나설 시점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박 부회장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재기를 모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팬택이라는 회사를 바탕으로 한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 제조업체로서의 위상보다 물류 사업의 꿈의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