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의 설 특집 간판 오락 프로그램…부패 풍자극도 등장

반부패 바람에 ‘춘완’ 광고 주춤
중국의 대표적인 TV 오락 프로그램 춘완(春晩)도 결국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 영향권에 들어섰다. 춘완은 중국 CCTV가 제작해 춘제(春節:설)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전 지역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국가 프로젝트로 승격됐다. 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춘완 광고는 흔히 미국의 슈퍼볼 광고와 비교된다. 광고료가 가장 비싸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샤오미·선저우컴퓨터 등이 춘완 광고를 하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하던 CCTV의 춘완 광고 수입이 시진핑 정부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춘완의 광고 수입은 2002년 2억 위안에서 2006년 4억 위안, 2009년 5억 위안, 2010년 6억5000만 위안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억 위안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판 ‘땡전뉴스’ 여전해
2월 18일 저녁 방영되 춘완에서는 지도자의 부패를 풍자하는 코믹극이 등장했다. 두 명의 출연진이 등장해 재담을 주고받는 샹성(相聲)이라는 설창문예 예술 형식을 통해서다. 1983년 춘완의 시작 이후 부패 풍자극이 등장한 것은 1988년 단 한 번뿐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부패 척결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찍어 내보낼 만큼 부패 척결 분위기를 고양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이나 전임자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 군부의 최고 지도부인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쉬차이허우 등이 모두 철창 신세를 지게 된 게 부패 혐의 때문이다. 세계는 물론 중국에서도 시진핑이 휘두르는 부패 척결의 수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하지만 풍자극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현 최고 지도부는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진타오가 그랬고 시진핑도 그랬지만 취임 초기에는 CCTV의 저녁 메인 뉴스에 지도자들의 동정보다 일반 시민들의 스토리를 담으라는 지시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CCTV의 오후 7시 뉴스 프로그램은 과거 한국의 ‘땡전뉴스’를 연상케 한다. 한국은 이미 ‘땡전뉴스’를 넘어섰다. ‘개그콘서트’ 같은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풍자 대상의 범위도 넓어졌다. 중국은 경제에서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지만 사상 시장의 자유도는 한국이 앞서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히는 로널드 코스 미 시카고대 전 교수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결함은 바로 사상 시장의 결핍”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개방과 자유가 부여된 사상 시장이 잘못된 사상과 사악한 신념을 막아낼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사상을 억제하는 건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한국은 과도한 민주화로 논쟁을 위한 논쟁이 많아 낭비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K팝’ 같은 한류의 선전과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 탄생 뒤에는 개방과 자유가 부여된 사상 시장이 뒷받침됐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국가 지도자가 지방 시찰 때 한 말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 학습 열풍을 조성하는 분위기도 있다. ‘시진핑의 부패 척결 연설 정신 등을 학습하자’가 그것이다. 그에 따른 효과도 있겠지만 후유증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소통의 전제는 사상의 자유다. 자유롭게 언론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