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저금리·원화 약세…IT·운송·건설 ‘주목’

2월 들어 코스닥 시장이 지수 600을 돌파했다. 2008년 6월 이후 근 7년 만이다. 하지만 코스피 시장은 2월 국제 유가가 급락한 이후 반등했지만 지수 1950선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주춤한 흐름이다. 작년부터 대형주의 부진으로 중소형주 특히 정책 기대가 높은 코스닥 종목이 강세를 기록하다 보니 코스피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갭도 크게 확대됐다.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은 주가순자산배율(PBR) 기준으로 1배 수준이지만 코스닥은 2.3배에 달한다. 코스닥 PBR가 코스피 대비 무려 115%나 높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갭은 정보기술(IT) 버블 당시만큼 벌어진 상태다.

현재 주식시장은 그리스 채권 협상 관련 소식에 등락이 좌우되는 모습이다. 비록 그리스 협상이 조기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코스피의 2000선 회복을 장담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2015년 상반기 중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라는 대형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의 강세를 저지하고 있다. 결국 코스닥 시장의 600선 돌파는 2015년 상반기 Fed의 금리 인상, 그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가능성으로 대형주의 반등이 제한된 가운데 핀테크 등 정책 수혜가 높은 중소형주의 틈새시장이 강세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3저’ 훈풍 타고 코스피 회생하나
2015년 상반기 중 대형주 투자가 암울해 보이지만 이제는 1980년대 이후 나타나고 있는 신3저 현상(저유가·저금리·원화 약세)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2015년에 나타나는 신3저 현상으로 상장 기업의 실적도 최근 3년 동안 감소에서 벗어나 2015년은 실적 개선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기업 실적 개선 ‘원년’ 예상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1월 42달러까지 하락한 이후 현재 55달러 선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전년 8월까지 100달러 선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현상은 한국과 대만 등 가공무역국에 수혜를 가장 크게 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국제 유가의 급락은 수요 둔화에 따른 영향이 아니라 공급과잉 우려 때문이다. 즉 국제 유가 하락은 국내 기업의 매출원가 절감과 가계 가처분소득 개선으로 작용해 국내 상장 기업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미 운송과 유틸리티 등 유가 하락의 수혜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는 2.0%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금리 기조로 건설 경기 지수와 국내 설비투자가 작년 11월 이후 개선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는 국내 주택 부문을 포함한 건설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 금리로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힘든 만큼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Fed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벌어지는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현상도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와 단기 외채 비중 감소로 원화가 일방적으로 약세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 전후로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환율 대응 능력을 높여 경제 전반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년 11월 이후 국내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기업 설비투자와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PMI) 등 주요 실물 경제지표가 최근 신3저 현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경기 지표 개선은 상장 기업의 실적 전망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5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은 1개월 전보다 1.37% 개선됐다. 또 2014년 중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던 2015년 이익수정비율 추이도 현재 플러스 전환을 앞둘 만큼 개선되고 있다.

결국 2015년 상반기 Fed의 금리 인상이라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저유가·저금리·원화 약세 흐름으로 상장 기업의 실적이 1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한다면 과도했던 중소형주 강세가 마무리되고 대형주의 반등을 예상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신3저 효과에 수혜가 높은 정보기술(IT)·운송·유틸리티·건설 업종 등 신3저 효과에 수혜가 높은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