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낭비 원인은 정보 공유 부족…참조 메일 활성화 등 효과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마다 회의가 너무 비생산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회의가 너무 잦아 하루 종일 회의만 할 때도 있습니다. 또 회의 시간이 너무 길고 지루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의 진행자나 참석자 모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회의장을 떠나곤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회의 횟수를 줄이고 회의 시간도 단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노력해 보지만 결과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회의 횟수와 시간을 줄였더니 정보 소통이 안 되고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우리 회사 임직원들의 회의 방식이 뭔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면 진행자의 회의 기법이 부족한 걸까요. 회의를 줄이고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회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법
귀하처럼 회의의 비효율성 때문에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고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 계획을 세우는데, 이것 모두 기업의 성장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회의 참석자들이 각자 업무에 바쁘다 보니 회의 시간조차 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어렵게 일정을 잡아 회의를 열지만 회의 시간이 짧아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한 채 서둘러 결론을 내리거나 결론을 못 맺고 헤어질 때도 적지 않습니다.

가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아침 식사나 점심 식사를 같이하면서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사를 하면서 하는 회의는 기대만큼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참석자들이 회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단한 정보 공유 차원의 회의라면 모르되 주제가 무겁거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식사를 겸한 회의는 그리 적절한 방식이 아닙니다.

회의가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는 참석자들이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업무에 바쁘다 보니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회의에 참석할 때가 많습니다. 정보가 부족하면 사안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참석자들은 회의 자리에서 뒤늦게 정보를 주고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참석자 간 정보 불균형이 해소될 때까지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회의 시간이 길어지고 맙니다.


“회의 전 자료 공유” 아무리 외쳐도 공염불
이에 따라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참석자들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습득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회의를 잘 이끄는 진행자들은 사전에 참석자들에게 회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리고 필요한 자료를 배포합니다. 정보 공유가 부족하면 회의가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렇게 주최자가 회의 준비를 열심히 해도 회의가 기대했던 것만큼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참석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진행자가 제공한 자료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한 채 회의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또 사전에 제공하는 정보가 불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주최자가 보안 등의 다양한 이유로 회의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주최자가 아무리 신경 써도 참석자들에게 회의에 필요한 정보를 100%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회의를 줄이고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회의 개최 이전에 참석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평상시 구성원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충분히 개진해 왔다면 회의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의사 결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의를 연다고 해도 금방 끝날 것입니다. 가족이 같이 살면서 거의 모든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가정에서 회의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 구성원들의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공간을 같이 쓰게 하는 것입니다. 즉 회의 수요를 많이 발생시키는 부서를 가까이 배치하는 겁니다. 어떤 부서를 같이 근무하게 만들지는 기업마다 다를 것입니다. 생산부서와 디자인부서일 수도 있고 연구개발부서와 마케팅부서일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추진할 때 소통과 정보 공유가 많이 필요한 부서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만들어 평상시에 정보 공유와 소통을 늘리는 것이죠.

세계 각국에 한국의 세종시처럼 정부 부처가 밀집해 있는 행정 타운이 많습니다. 실리콘밸리·판교테크노밸리·대덕연구단지 같은 게 자꾸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일을 하는 회사나 단체·기관이 밀집해 있으면 정보 공유와 소통이 활발해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업 안에서도 조직을 같은 지역, 건물, 같은 층에 근무하게 만들면 조직 간 정보 공유나 소통이 획기적으로 변합니다. 공간을 공유하면 정보 공유는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만약 정보 공유를 더 강화하고 싶다면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소통이 이뤄지도록 각종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칸막이를 최대한 없애거나 낮추는 것입니다. 소통이 중요한 신문사의 편집국은 대부분의 기자들이 건물의 한 층에서 근무합니다. 칸막이가 없이 넓은 공간이 탁 트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멀리서 누가 큰소리로 얘기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보 공유가 필요한 부서는 어느 한 쪽이 의사 결정할 때 관련 부서에 결정된 것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즉 업무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다른 부서에서 이뤄지는 결정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글로벌 기업, 참조 메일 확인으로 하루 일과 시작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은 출근하면 세계 곳곳에서 자신에게 보내 온 수많은 메일을 보고 답변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메일의 상당수는 자신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이 참조 메일입니다. 직원들은 업무를 진행할 때 자신의 업무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도 최대한 폭넓게 관계자들을 참조로 해서 메일을 보냅니다. 관계자에게 정보를 공유하게 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죠.

다국적기업에서 정보 공유와 소통이 기업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직원이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원인이 직간접적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는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보내 온 참조 메일을 보고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만큼 다국적기업에서는 정보 공유와 소통을 임직원의 기본 책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에서 회의가 많고 회의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평상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의 의사 결정이나 업무 진행 과정이 구조적으로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기 어렵도록 돼 있는 곳이 많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공간 배치나 업무 진행 과정이 소통이 잘 안 되게 설계돼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가 회의를 줄이려 한다면 업무 과정에서 소통을 활발하게 만들어 임직원들의 정보 공유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정보 공유 수준이 높아질수록 회의 횟수가 줄고 회의 시간이 짧아지게 돼 있습니다. 회의의 생산성은 회의 준비를 철저히 하고 회의 진행 기법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평상시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귀하 회사의 의사 결정이나 업무 진행 과정에서 소통이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정보 공유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파악해 보기 바랍니다. 아마 이런 요인들만 제거하고 소통을 촉진하도록 조직 구조와 업무 시스템만 바꿔도 귀하 회사의 회의 횟수나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