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운임 인상 호재…엘리베이터, 해외 공략에 박차

주력사 현대상선 흑자 전환에 ‘사활’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은 성공적이었다. 빠르게 바닥을 친 만큼 얼마나 크게 다시 튀어오르는지가 문제다. 현대그룹의 위기는 이른바 ‘유동성 위기’였다. 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을 슬림하고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제 현대그룹에 남아 있는 주력 계열사들이 역할을 잘 해준다면 그만큼 큰 반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현대그룹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현대상선이다. 즉 현대상선의 실적이 확실하게 턴어라운드해야 현대그룹의 확실한 재도약이 가능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조7760억 원, 영업손실 2321억 원, 당기순이익 50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3.8%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가 계속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2013년에 비해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 손실이 축소된 것이다.


해운 업황 회복 시점이 변수
해운업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큰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형적 경기 산업이기 때문이다. 즉 해운 업황이 호전돼야 현대상선이 성장하고 나아가 현대그룹이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언제 해운 업황이 제대로 상승 사이클에 돌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의 저유가가 해운업과 현대상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의 20% 수준으로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선박용으로 쓰이는 싱가포르 벙커C유(380CST 기준)는 2015년 2월 현재 1톤에 3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6월 625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반년 사이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바꿔 말하면 매출액이 10%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다.

운임 인상도 긍정적이다. 현재 해운 업계는 운임 인상에 나서는 중이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1월 15일 미주 노선 FEU(40피트 컨테이너)당 600달러, 구주 노선 FEU당 1200달러의 운임 인상안을 발표했다. 현대상선도 1월 15일 미주 노선 운임을 FEU당 600달러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글로벌 선사들도 가세해 인상안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는 구주 항로 운임을 1월 15일부터 800달러 인상했다. 세계 2위 MOL도 남아프리카 운임을 1월 14일부터 TEU(20피트 컨테이너)당 200달러 인상했다.

현대상선은 운임 인상과 함께 G6 얼라이언스와 협력 강화, 비용 절감 등 영업 강화와 수익성 향상으로 조기에 턴어라운드를 이끌어 낸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우선 현대상선은 2015년 턴어라운드를 달성하기 위한 전사적인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컨테이너 부문은 고수익 서비스 위주로 선복량을 조정하고 해외본부 및 법인의 역량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2014년 1만3100TEU급 새 컨테이너선 5척을 아시아·유럽 노선에 추가 투입했다. 벌크 부문은 장기 계약 화물의 지속적인 확보를 통해 영업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영업과 운영 전반에 걸친 손익 개선 작업으로 1300억 원의 성과를 달성한 만큼 올해도 손익 개선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해외 물류 단지 및 터미널 투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훈춘 국제물류단지가 2019년까지 총 150만㎡ 규모로 개발 중이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컨테이너 터미널이 연간 처리 능력 400만 TEU 규모로 2015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 같은 시황 변화와 노력에 따라 2015년은 흑자 전환이 가능해 보이며 현대상선은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시카우’ 엘리베이터, 해외 수주 이어져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주력이라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캐시카우’다. 현대상선이 턴어라운드를 통해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 현대엘리베이터는 그간의 성과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그룹의 사업지주회사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업계 유일한 토종 엘리베이터 기업이다. 제조업에선 드물게 매출 1조 원에 영업이익률 10%가 넘는 7년 연속 국내 승강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알짜 회사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매출 1조2110억 원, 영업이익 1288억 원, 영업이익률 10.6%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3.7%, 영업이익은 24.9%, 영업이익률은 0.9% 포인트 성장한 수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14년 1월 중국 현지법인인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의 지분을 100% 확보해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 2014년 4월에는 연 생산 3000대 규모의 브라질 공장을 완공해 남미 시장 진출 거점을 마련했다. 공장 완공에 앞서 브라질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승강기 159대를 전량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해외시장에서 잇달아 승강기를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터키 이스탄불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각각 1310만 달러(135억 원), 580만 달러(60억 원) 수준의 승강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글로벌 기업 수준의 관리 체계와 운영 프로세스를 확보하고 연구 조직을 구축해 원가와 성능 면에서 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며 “또한 윤리·안전·환경·공정거래·사회기여 등 핵심 가치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현대아산·현대유엔아이·현대경제연구원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도 2015년엔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아산은 올해 상반기 중 금강산 관광 재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아산은 최근 개성공단 2호 면세점을 개장하는 등 면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관광·유통·용역·마이스(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건설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유엔아이는 2015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100년 가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2015년 매출액 1306억 원, 영업이익률 7.2% 달성을 목표로 고객 경쟁력 제고 및 수익성 중심의 경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운 물류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 건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보안 솔루션 영역을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룹의 싱크탱크로서 계열사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지속하며 국내 최고의 민간 연구소로서 한국 경제 선진화를 위한 정책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돋보기
‘구조조정 성공’ 제2·3의 현대그룹 나오려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누구라도 탐낼 만한 ‘알짜 자산’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그룹의 외형은 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대그룹 사례는 정부와 금융권이 추진하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바로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하면 회생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준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을 잘한 기업에는 정부 및 금융권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저리의 운영 자금 지원 등 장려 정책을 적극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회생 의지를 높여야 한다”며 “이것이 힘들면 구조조정 성과 달성 수준에 따른 차별적 지원 방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의 예를 들어보자. 해운업은 조선·철강·금융·관광·산업 등 전 산업의 연계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해운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4년 9월 KDB산업은행이 조성하기로 한 1조 원 규모의 선박 펀드다. 그런데 선박 1척의 가격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 즉 외형상은 커 보이지만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각 회사들의 신용 보강을 위한 ‘영구채 발행’ 등의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달리 해외 해운 선사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받으며 장기 불황 속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덴마크는 머스크에 62억 달러 규모의 금융 차입을 주선하고 신용 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머스크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선사가 됐다. 또 중국은 2014년 국가개발은행이 CSCL에 향후 5년간 500억 위안의 융자를 제공했고 일본은 국부 펀드를 통해 선사들의 이자율 1%짜리 10년 만기 회사채를 매입하기도 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