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서 원자재까지 선택 폭 넓어…거래 편리하고 절세 효과도

손쉬운 해외투자 ‘글로벌 ETF’
투자와 관련해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요즘 뭐가 좋아 보이냐”다. 좋아 보이는 종목이나 자산을 하나 골라 투자 자금을 몰아 넣고 큰 수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 방식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 또는 운용 자금 규모가 커 중·장기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투자자는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중·장기 관점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일 수 있다. 주식 투자는 컴퓨터에서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사용하거나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이용해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은 어디에서 거래하는 것인지, 원자재나 통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고팔아야 할지 조금 막막해진다. 이럴 때 다양한 자산에 주식을 거래하듯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일반 펀드도 많은데 왜 ETF일까. 첫째, 일반 펀드와 달리 ETF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해 본 사람들은 HTS나 MTS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주문 창에 종목 코드를 입력하고 클릭 몇 번하면 거래가 끝난다. 차트를 통해 가격 흐름도 볼 수 있다. ETF도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ETF의 보수는 일반 펀드에 비해 저렴하다. 한국에선 일반 펀드의 보수가 평균 2% 수준인데 ETF의 보수 평균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시장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에만 1663개 ETF 상장돼
한국거래소(KRX)에서는 2015년 1월 현재 170여 개의 ETF가 거래되고 있다.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KRX에 상장된 ETF의 종류는 아직 많지 않다. 그리고 코스피 지수와 관련한 ETF들에 거래가 집중돼 있다. 또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가 30여 개인데 중국 주식과 일부 일본 주식 관련 ETF를 제외하면 거래량이 일평균 1억 원을 넘기는 ETF가 몇 개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ETF를 활용해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기에는 상품의 종류나 거래량 측면에서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답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해외에 상장된 ETF(해외 ETF)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관심이 많은 지역은 미국이다. 전 세계에 다양한 ETF가 있지만 미국에 상장된 ETF(미국 ETF)에 유독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미국 ETF 시장이 가장 크고 거래도 활발하며 투자 자산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ETF 시장 규모는 2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그중에서 미국 ETF 시장은 2조 달러다. 전 세계 ETF 시장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한국 코스피의 시가총액보다 약 2.5배 정도 큰 규모다. 참고로 2014년 말 기준으로 한국 ETF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58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에 상장된 ETF는 1663개로 작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 종목 763개의 2배가 넘는다.

미국 ETF 1663개(전 세계 ETF 시장의 약 30%) 중에 투자 대상이 중복되는 ETF를 제외하면 약 300개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전 세계 약 300개의 각기 다른 자산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투자 대상은 주식·채권·원자재·통화와 같이 큼직한 자산군에서부터 러시아 주식, 신흥국 국채, 금, 일본 엔화처럼 각 자산군의 세부 자산까지 다양하다. 물론 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미국 소형주, 중국 인터넷주처럼 자산시장 안에서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특정 자산에 투자하는 ETF도 많다. 300여 개의 미국 ETF를 활용하면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실제 수익 꼼꼼히 따져야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투자하려는 자산과 ETF가 추종하는 자산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투자할 때 일반적인 순서를 생각해 보자.

먼저 분석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가가 하락하고 있으니 미국 가계의 유류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남는 돈으로 소비를 할 것 같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해보자. 그다음에는 ‘미국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면 유통 업체들의 주가가 오를 수 있겠다’는 투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때 투자하려는 자산은 ‘미국 유통주’가 된다. 그러면 미국 유통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찾아야 한다. 미국 유통 업종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없다면 미국 유통주와 성과가 유사하거나 미국 유통주의 비중이 높은 ETF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게 ETF의 구성 내역을 뜯어보면서 ‘투자하려는 자산’과 유사한 ETF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손쉬운 해외투자 ‘글로벌 ETF’
투자 아이디어를 적절한 ETF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수익은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남은 금액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푼돈처럼 나가는 비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확실하고 눈에 보이는 비용은 ‘총보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들은 ‘총보수율’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고 한다. 총보수율은 낮을수록 좋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인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도 작을수록 좋다.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좁은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펀드 규모(순자산총액)와 거래량 또는 거래 대금이 큰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리고 추적 오차도 매우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추적 오차는 ETF 운용사의 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가능하면 추적 오차가 작은 ETF를 골라야 한다.

이 밖에 세금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투자자 중에는 특히 거액 자산가가 많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 상장돼 있고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에서 수익이 나면 금융 소득 종합과세의 과세표준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 소득 금액이 높은 투자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반면 미국 ETF는 해외에 상장된 상품이므로 수익이 나도 분리과세 금융 소득으로 분류된다. 금융 소득 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로, 금융 소득이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특징이다. 그리고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과세표준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미국 ETF 두 종목에 투자했는데 한 종목은 손실이 나고 또 다른 종목은 수익이 났다면 1년간 두 종목의 손실과 수익을 합산해 그해 과세표준이 결정된다. 국내에 상장된 ETF에 투자할 때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 ETF에 투자해 거둔 수익에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투자 금액이 크지 않은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1년간 수익의 250만 원까지는 면세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