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중 유일하게 경영 참여…2월 인사서 부사장 승진
2015년 주목 받는 재계 3·4세들 ④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외식 사업 등 사업 다각화 주도
구 부사장은 삼성과 LG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구 부사장의 아버지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이다. 어머니 이숙희(80) 씨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차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구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데는 ‘여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LG가의 가풍보다 ‘여성이라도 능력만 있으면 경영에 참여한다’는 삼성가의 가풍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구 부사장은 199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외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동문이며 졸업 동기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구 부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1996년 보스턴대 인사관리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삼성인력개발원,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슨와이어트코리아 수석 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아워홈에 첫발을 들였다. 입사 당시 그의 보직은 아워홈 구매물류사업부장이었다. 이후 아워홈 외식사업부장·글로벌유통사업부장·구매식재사업본부장을 거쳐 최근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입사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아워홈 측은 “구 부사장은 2004년 5300억 원대였던 아워홈의 매출을 2014년 1조3000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서 “각종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신시장 개척 등 두루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특히 구 부사장의 본격적인 경영 활동은 2009년 아워홈에서 분할된 자회사 ‘캘리스코’의 대표를 맡으면서 부각되기 시작됐다. 아워홈의 외식 사업 ‘사보텐’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세운 캘리스코를 통해 구 부사장은 외식 사업을 빠르게 늘려 갔다. 중식당 ‘싱카이’, 일식당 ‘이끼이끼’, 수제 버거집 ‘버거 헌터’, 한식 패스트푸드점인 ‘밥이 답이다’와 한식 다이닝 브랜드 ‘반주’, 멕시칸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 등 50여 개의 외식 브랜드를 내놓았다. 론칭 브랜드마다 구 부사장이 직접 콘셉트를 설정하고 맛을 품평하는 등 깊게 관여해 왔다.
최근에는 코엑스 컨벤션센터와 인천국제공항의 식음료 사업권을 잇달아 따내는 성과도 거뒀다. “구 부사장이 급식사업 중심이던 아워홈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종합 식품 기업으로 변신시켰다”는 게 아워홈 측의 말이다. 이 밖에 구 부사장은 ‘아모리스’라는 웨딩 사업도 맡고 있다.
하지만 아워홈 내부에서는 이런 구 부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워홈 외식사업부 한 관계자는 “구 부사장이 내놓는 외식 브랜드는 한 발짝씩 느리게, 다른 기업을 쫓아가듯 벌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외식 브랜드보다 급식, 푸드 코트, 식품 사업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구 부사장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된 김태준 아워홈 신임 사장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김 사장은 전 CJ 제일제당 사장으로, 지난 2월 1일 아워홈 사장직에 올랐다. 이번 인사 배경에는 구 부사장의 인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노희영 전 CJ 고문이 있다.
노희영 전 CJ 고문 ‘급부상’
CJ 출신인 김 사장은 노 전 고문과 막역한 사이다. 구 부사장 역시 노 전 고문에게 외식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전 고문이 새로운 아워홈 신임 사장으로 김 사장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아워홈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아워홈의 사업 재편과 강화를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노 전 고문은 최근 아워홈 신사업인 인천국제공항 식음료 사업권의 컨설팅을 맡았다.
구 부사장과 노 전 고문의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들 사이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있다. 이병철 창업자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맏딸인 이 부회장과 구 부사장은 사촌지간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노 전 고문에 대한 이 부회장의 깊은 신뢰는 재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 부사장이 이 부회장, 노 전 고문과 친하고 이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얻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부사장의 곁에는 또 다른 가족도 있다. 바로 둘째 형부인 조정호 메리츠종금증권 회장이다. 조 회장은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4남으로 구 부사장의 언니 구명진 씨와 결혼했다.
현재 아워홈은 역삼동 메리츠화재의 사옥인 ‘메리츠타워’ 4~6층을 본사로 쓰고 있다. 건물 1층 로비에는 아워홈의 관계사 ‘에프엔씨시스템’이 운영하는 ‘업타운카페’, 지하 1층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일식당 ‘키사라’와 웨딩홀 ‘아모리스’도 입주해 있다.
구 부사장의 다른 형제들은 어떨까. 구 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인 구본성(58) 씨는 아워홈의 지분 38.56%를 쥐고 있어 최대 주주다. 하지만 아워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구본성 씨는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을 지낸 바 있고 현재 의류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대 주주는 구 부사장으로 지분율은 20.67%다. 구 부사장의 두 언니 역시 아워홈의 주주다. 장녀 구미현 씨가 19.28%, 차녀 구명진 씨가 19.60%를 갖고 있지만 공식적인 직책은 맡고 있지 않다.
한 재계 전문가는 “장남인 구본성 씨의 지배력이 가장 크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아워홈의 후계 구도가 구 부사장으로 굳어진다면 형제 간 지분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워홈의 2대 주주인 구 부사장은 주요 자회사의 최대 주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캘리스코는 지분율 46%로 최대 주주, 아워홈의 식자재 공급을 하는 레드앤그린푸드도 65.00% 지분으로 최대 주주다. 이 밖에 구 부사장은 메리츠화재 0.02%, 메리츠금융지주 0.0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