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기 피앤에프 대표

“내가 쓰지 않을 제품은 만들지 않아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름난 한국이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 2월 2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세계 주요국의 사물인터넷 구현 순위에서 한국(52.2점)은 12위였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뜻한다.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1년 26조8200억 원에서 2015년 47조7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뒤처진 한국의 상황을 타파할 구원투수가 국내에 있었다. 바로 사물인터넷 회사 피앤에프(PNF)다. 김충기 PNF 대표는 “2008년 5월 내한한 빌 게이츠가 ‘앞으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음성(voice)과 펜이 대체할 것’이라고 말해 감명 깊었다”며 “이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PNF를 보고 ‘이거다’ 싶어 인수했다”고 말했다.

PNF는 초음파 기술을 이용한 인풋 디바이스(input device) 생산 전문 기업이다. 사물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없었던 2002년에 설립됐다. 초음파를 이용해 손글씨를 스마트 기기와 연동하는 기술에 관련된 특허를 160여 개 갖고 있다.

PNF의 대표 제품인 이퀼(Equil) 스마트 펜은 2012년 출시돼 아시아 최초로 전 세계 420여 개의 애플 직영점에서 판매됐다. 김 대표는 “수신기와 스마트 펜만 있으면 어떤 종이에 대고 써도 자동으로 디지털화된다”며 “컴퓨터나 노트북에 전송하거나 저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시간 공유 기능(stream)을 응용한 스마트 펜의 ‘펜톡(pen talk)’ 기술은 2명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펜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김 대표는 “새로운 메신저의 탄생”이라며 “특히 중국·일본 등 스마트 기기로 한자를 쓰기 힘든 나라에서 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퀼 스마트마커는 화이트보드형 스마트 펜으로, 안에 일반 마커를 넣기 때문에 리필이 쉽다. 화이트보드나 심지어 유리에 대고 써도 된다. 글씨가 자동으로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 등에 연동되며 스트림 기능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회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스마트마커와 관련해 PNF는 현재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IBM 등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었다.


초음파 이용해 손글씨 자동 인식
PNF의 주요 기술은 스트림 기능이다. 디자인부터 제품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개발까지 모두 진행하는 PNF가 세계 최초로 개발된 기술이다. 김 대표는 “스트림 기능은 네트워크와 애플리케이션 기술이 결합된 형태”라며 “PNF가 소프트웨어·콘텐츠 전문 기업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2년 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쟁사 루이디아(Luidia)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김 대표는 “경쟁사의 인수·합병(M&A)으로 시너지가 극대화됐다”며 “2015년 매출 목표인 700억 원 중 600억 원이 루이디아를 통한 해외 매출”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철학은 “내가 사용하지 않을 제품은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늘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기가 진짜 쓸 만한 필요한 제품을 생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펜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특히 수신기조차 필요 없는 스마트 제품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시경 인턴기자 c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