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강자 하나·모두투어 호텔 확보 고민…‘인바운드’ 경쟁 본격화

여행주에 연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긍정적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하나투어·모두투어가 대표 종목으로 지난해 연말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행 수요 회복 기대감이 여행 업계 2강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정부의 관광 인프라 구축 의지가 힘을 보탰다. 호텔 사업 및 면세점, 복합 리조트 등 육성책이 담긴 ‘제7차 투자 활성화 대책’이 나온 다음날 여행주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1월 19일 기준 모두투어는 5.07% 상승한 2만6950원으로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하나투어도 장중 한때 신고가인 8만7700원까지 올랐다.
실적 기대에 웃음꽃 핀 여행 업계 2강
기저효과로 올해 수요 전망 ‘맑음’
먼저 단기 실적 전망 배경에는 기저효과가 있다. 부진 이후 회복 구간에 접어들어 의미 있는 실적 성장 폭이 예상된다. 지난해 여행 시장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다.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침체 일로를 걸었다. 하나투어 모투투어와 같은 패키지 여행사는 항공사로부터 대량의 하드블록(여행사가 항공권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을 받아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게 특징이다.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면 항공사에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2분기 이후 최대 성수기인 3분기까지 모객 인원이 떨어지면서 이익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태국 반정부 시위 등 이슈로 40% 이상 최대 시장인 동남아 수요가 줄어들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반정부 시위가 종료되고 엔저 약세와 맞물리며 일본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일시적 변수로 떨어진 수요가 회복되고 엔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올해 실적 전망 또한 밝은 상황이다. 지인해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지역 예약이 두 배씩 늘고 있고 동남아는 턴어라운드한 지 2개월밖에 안 돼 점진적으로 커질 전망”이라며 “여행을 미뤘던 고객들의 이연 수요가 동시 발생해 전 지역에서 패키지가 살아나고 있고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재는 또 있다. 여행사들이 장기적으로 구조적 변화에 들어간 것이다. 하나투어·모두투어는 아웃바운드(한국 관광객이 해외로 나감) 시장의 절대 강자다. 각각 20.8%, 10.8% 시장점유율(2014년 12월 기준)로 1~2위를 차지한다. 두 곳 모두 아웃바운드 비중이 95% 정도로 20년 이상 패키지 사업으로 수익을 내 왔다. 규모의 경제 싸움으로 이미 시장 재편도 끝났다. 그런데 시장이 성숙기에 다다랐다. 특히 패키지 시장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여행의 트렌드가 자유 여행(FIT)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행사들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최근 드라이브를 걸었다. 김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출국자 수가 과거 2000년대 중반처럼 매년 15~20%씩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행사들이 기존 모델 이외에 보완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의 중심에는 ‘호텔 사업’이 있다. 두 곳 모두 호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서울 시내 1호점 센터마크(250실), 2호점 티마크(288실)를 운영 중이고 남대문에 3호점(560실)을 2016년 4월 오픈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모두투어는 2014년 6월 호텔 위탁 운영 자회사인 모두스테이와 모두리츠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타즈(STAZ)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호텔스타즈 명동 2호점 개관일인 1월 22일 맹찬호 모두스테이 대표이사는 “10년 내 100개 호텔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올해 중순께 호텔 리츠 최초로 증시 상장 또한 예정돼 있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호텔 부문 영업이익이 10% 정도 나오고 있다”며 “특급호텔이 아닌 비즈니스호텔로 수익성이 좋고 향후 확장에 따른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면세점 사업’에도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컨소시엄 형태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고 모두투어 또한 현대백화점과 협력해 서울 시내 면세점 라이선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인바운드(해외 관광객이 한국으로 들어옴) 시장이 있다.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모습이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아웃바운드 시장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이제부터 대세는 인바운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 재편이 끝난 아웃바운드와 달리 인바운드는 아직 확실한 강자가 없는 시장이다. 정부의 육성 방향이나 향후 성장성 측면에서 인바운드에 무게가 쏠린다.

인바운드의 핵심은 ‘요우커’, 중국 관광객에게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인 인바운드 시장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수익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인바운드의 영향을 받는 업종을 카지노·면세점·여행 세 개로 나눠 볼 때 유독 여행사는 ‘을’에 해당한다. 중국의 아웃바운드 여행사(중국 현지 여행사)가 ‘갑’으로, 국내 여행사는 계약을 통해 현지 호텔 및 가이드 제공을 하는 랜드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으로 저가 여행이 판을 쳐 국내 여행사는 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 여행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많이 온다고 해도 여행 업계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플러스알파를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한 명당 10만 원씩 돈을 주고 데려와 쇼핑 등으로 커미션을 받는 구조에서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사에 인바운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랜드사 역할을 뛰어넘어 중국 여행사의 시장점유율 1~2%만 빼앗아 와도 규모가 국내 아웃바운드 시장과 엇비슷하다. 현재 뚜렷한 강자 없이 200여 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호텔 및 면세점 사업으로 ‘주도권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인바운드 핵심 경쟁력은 호텔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웃바운드의 핵심 경쟁력이 항공권 지배력 강화라면 인바운드의 경쟁력은 호텔 확보”라고 말했다. 호텔을 중심으로 여행사마다 인바운드 경쟁력 확보, 즉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텔·면세점과 함께 ‘한류’ 등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만약 수익 구조가 정상화되면 폭발적으로 성장 가능한 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 여행사들이 당장 마이너스 수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아웃바운드에서 나타났던 현상 그대로 인바운드 또한 강자만 크게 성장하는 구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중국인 인바운드의 1%를 차지하는데, 규모의 경제나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10%까지 끌어 올려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최근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중국인 아웃바운드 사업 진출’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여행사가 중국 현지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현지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아웃바운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인바운드 규모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아직 여행사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독일·일본 여행사 선례로 볼 때 1개사가 라이선스를 획득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아웃바운드 또한 진화하고 있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자유 여행에 대응해 새로운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는 모습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하나프리’ 자유 여행 브랜드를 지난해 론칭했고 호텔과 항공권을 고객이 스스로 맞춤형으로 구성하는 시스템을 올해 5월 중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사이트에서 호텔과 항공권을 최저가로 맞춤 구성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판 익스피디아’가 탄생할 전망이다.

모두 투어 또한 지난해 9월 항공권 판매를 위한 검색엔진을 교체하는 등 자유 여행 대응에 나섰고 모바일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애플리케이션을 오픈했다. 업계 3위이자 자유 여행 강자인 인터파크INT는 역으로 패키지 구성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패키지 안에서도 자유 여행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아웃바운드 성숙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재 동남아 중심에서 평균 판매 단가(ASP)가 높은 유럽·남미 등 장거리 여행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