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3억…경쟁력 높이려 민간 참여 유도

늙어가는 중국…‘실버산업’이 뜬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실버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젊은이와 부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던 기업들이 이젠 고령 인구를 주목한다는 얘기다. 그만큼 중국도 한국처럼 고령화가 핫(hot) 이슈다.

인구 폭발을 막으려고 30여 년간 시행해 온 한 가구 한 자녀 정책과 수명 연장으로 중국의 젊은 인구 비율이 줄고 고령 인구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고령 인구의 잣대인 65세 이상이 2012년 1억3000만 명으로 총인구의 8.9%다. 이미 1억 이상의 고령 인구를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가 돼버린 셈이다. 특히 문제는 고령 인구의 증가 속도다. 중국의 고령화전략연구센터는 지금과 같은 1.5~1.6%의 낮은 출산율과 기대 수명 증가라면 2020년에는 65세 이상이 1억9000만, 2025년엔 3억 명 가깝게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고령 인구가 매년 700만 명 이상, 전년 대비 3% 이상씩 증가한다는 얘기다. 또 그때쯤이면 중국 역사상 처음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총인구의 14~15%로 15세 미만의 유년 인구보다 많아진다.


인구사회학으로 본 중국의 미래
이쯤 되면 중국 내외에서 고령화를 꼼꼼히 따질만도 하다. 이 이슈를 놓고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느니 아직 여유가 있다느니 갑론을박이 많다. 대표적으로 중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사람은 미래학자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박사다. 그는 그의 논문 ‘중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가’에서 중국은 향후 상당한 시스템 위기에 봉착한다고 애기한다. 일국의 흥망성쇠는 경제력·군사력에 의해 결정되고 그 원천은 인구구조 패턴이다. 중국은 낮은 출산율로 고령 인구가 늘고 생산 가능 인구는 줄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시작되던 1980년엔 중국인의 평균연령이 22세였지만 2012년 35세, 2025년에는 거의 40세가 된다. 갈수록 젊은층이 얇아지고 고령층이 두터워진다고 보면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평균연령도 40세를 넘겨 40대 중·후반쯤 될 것이다.

인구사회학이 아닌 경제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 중엔 반대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아직 상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첫째, 우선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생산 가능 인구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자본 집약 산업 확대, 도시화 여력이 워낙 커 노동생산성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중국 경제를 이끌 동력이 소비인데, 소득이 높아 소비와 저축 여력이 많은 40~54세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 포인트다. 2012년 2억9000만 명이던 40~54세 인구는 2025년 3억5000만 명까지 늘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와 저축 증가에 따른 투자 여력이 강해져 그만큼 경제성장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셋째, 주요국 고령화와 비교해도 다소 여유가 있다는 예상이다. 2012년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이미 16.2%, 일본은 23%나 되는 반면 중국은 2010년 9.4%, 2025년 14~15%, 2030년에야 18.7%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15~20년 남은 동안 중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구정책 변화, 생산성 향상도 물론 가능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두 가지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달리 중국의 1인당 소득이 아직 낮을 때, 예컨대 현재 연 7000달러 수준에서 고령화가 핫 이슈가 되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다.

한편 이런 중국의 고령화 이슈는 자연스럽게 노인 복지와 실버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정책 당국의 양로 대책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양로 대책을 서두르는 이유는 노인 인구 증가 외에 중국 특유의 현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와 쿵차오라오런(空巢老人)이 바로 그것이다.

웨이푸셴라오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기 전에 너무 빨리 고령화된 것을 말한다. 현재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00달러(4만 위안)다.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이 고령화될 때 1인당 GDP 1만~3만 달러보다 훨씬 낮다. 또 쿵차오라오런은 빈집의 노인이란 뜻이다. 고령자 부부 또는 홀몸노인만 집에 살고 있는 경우인데, 작년 기준으로 고령 인구 2억 명의 절반이 쿵차오라오런이라고 한다.


일본 기업들 노하우 앞세워 진출 확대
전문가들은 30년 지속된 1가구 1자녀 정책과 도시에서 떠돌고 있는 많은 농민공, 이 두 가지가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또 양로 시설, 간병 침대 등 필수적인 노인 복지 시설이나 양로보험 같은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대책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의 대책은 어떤 게 있을까. 우선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9073’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고령자 중 90%는 적어도 자택에서 방문 간병 서비스를 받고 7%는 각 지역의 서비스센터, 나머지 3%는 별도의 양로 시설에서 간병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적으로는 홀몸노인이 많은 중소 도시의 90%, 소득이 낮은 농촌의 60% 이상 지역에 양로 시설을 중점 건설하겠다고 한다. 또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간병 침대는 현재 1000명당 21.5대 보유에서 2015년엔 35~40대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둘째, 시설만 가지고는 소용없다. 노인을 돌볼 간병 종사자는 현재 5만 명에 불과해 양성이 시급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600만 명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이들의 이직률이 40~50%나 돼 만만치 않다. 셋째, 사회보장책으로 공적 양로보험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저소득 노인을 위해 피보험자는 가급적 돈을 내지 않고 공적 의료보험 기금을 활용하는 제도다. 눈에 띄는 것은 고령자권익보호법이라는 일종의 효도법을 제정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실시되고 있는데, 가족은 고령자 부모에게 무관심·냉담해선 안 된다는 조항까지 있다.

그러나 시설이나 종사자의 양적 확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설도 나름이고 종사자의 서비스 질이 나쁘면 허약한 노인들에겐 그런 대책은 있으나 마나다. 실제로 대도시를 뺀 성급 도시의 양로 시설만 해도 침대·화장실 모두 노후화됐고 건강 기기나 용품 종류도 선진국의 10분의 1, 간병 종사자도 제대로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

아무래도 경쟁력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가 필수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책 당국도 최근 국내외 기업의 합병·합작 외에 외국 기업의 독자 진출 허용까지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의 실버산업은 정부 대책과 함께 중국 내외 기업 진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진 노하우·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엔 호재인데, 1960년대 중반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관련 기업들이 노하우를 앞세워 진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의료·실버산업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중국의 실버산업 규모는 작년 4조 위안에서 2050년 106조 위안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후를 준비하는 50세 이상 시니어 세대의 금융 상품까지 포함하면 실버산업 규모는 133조 위안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또 노인들의 생활수준 향상과 소비 관념 변화로 보건 식품, 재활 보조 기구, 의료 기기 등 노인 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핵가족화·홀몸노인 증가에 따라 가사 서비스, 헬스 케어, 간병, 여행, 오락 서비스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에서 의료 산업 성장 목표를 성장률의 약 3.5배인 25%로 정했다. 의료 산업 활성화는 고령화 대책도 되지만 열악한 의료 사회 안전망을 개선해 소비 자극책도 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와도 부합된다. 예컨대 현재 중국의 고혈압 환자가 1억6000만 명이지만 구매량은 연 500만 개, 상하이·톈진 등 잘 먹고 잘사는 지역도 당뇨병 환자의 10%만 자가 혈당 측정기를 사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만큼 우리도 경쟁력을 높여 중국 진출의 호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실버산업은 양로 시설, 간병 서비스와 함께 의약품·의료기기·건강식품 등에까지 광범위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