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해 유럽 사업 지지부진…‘화장품’ 등 M&A 승부 예상

또 다른 도전 나선 박성수 이랜드 회장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은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의 신년사는 출사표를 던지는 장수의 심정을 느낄 만큼 비장하다. 지난 7년간 재계 순위 44위 웨에 오르는 등 성장에 가속도를 더해 오면서 금융 위기 등의 숱한 어려움을 잘 헤쳐 나온 박 회장이 경영 6기를 맞이하는 올해 유독 초심을 강조하고 팀워크 강화를 주문하는 등 다시금 신발 끈을 동여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경영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 보인다. 또한 이랜드그룹이 과연 경영 6기가 끝나는 시점인 2021년 글로벌 200대 기업 진입의 꿈을 현실로 이뤄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전망 엇갈리는 가운데 경영 6기 출사표
이랜드그룹의 송년회는 매우 특별했다.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 밥에 굵게 썬 단무지 하나를 넣어 돌돌 만 김밥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고 초심을 잊지 말자는 ‘김밥 송년회’를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김밥 송년회는 유독 특별해 보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이에 따른 내수 경기의 침체는 물론 세계시장의 주춤세라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역대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낸 경영 5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경영기인 6기를 맞이하는 행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최근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 5기였던 지난 7년간 금융 위기 속에서도 그룹의 중심이 한국에서 세계로 확장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성장했다”며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함과 동시에 “경영 6기가 끝나는 2021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고 글로벌 200대 기업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1조 원 이상 대형 성장 엔진 10개가 가동되며 중역 300명, 임직원 30만 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면서 경영 6기의 시작과 목표를 선언했다.

또한 박 회장은 이를 위해 “지식 회사의 특징은 상대 경쟁이 아닌 절대 경쟁입니다. 자기와의 경쟁이고 시장과의 경쟁입니다. 동료와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팀워크로 같이 승진하는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합니다. 올해 우리는 변곡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고 그룹의 수치를 나타내는 모든 지표의 기울기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3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라며 “첫째, 고객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성공에 취해 고객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항상 혁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둘째, 회사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직원의 지식도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셋째, 나눔을 통해 건전한 정신이 유지되도록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언뜻 보면 여느 기업의 신년사와 다름없는 내용이지만 사실 경영 6기를 맞는 박 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는 게 업계와 재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는 이랜드그룹이 이번 6기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위치 확보와 함께 이를 위해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신년사에서 제시된 청사진은 사실 액면 그대로는 놀랍다 못해 과연 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목표 설정”이라며 “관련 업계는 이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 현재 이랜드그룹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놓고 볼 때는 조금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 무엇이 경영 6기를 시작하는 이랜드그룹의 발목을 잡을 변수가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현재 이랜드그룹의 경영 6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는 변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고르자면 이랜드월드의 유럽 법인인 유로이랜드가 지난해 약 1000억 원대의 손상차손을 기록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700억 원에 인수한 ‘만다리나 덕’ 브랜드는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유럽 법인의 부진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중국 시장에서 이랜드의 성장세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랜드는 1996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성장세를 유지해 2010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했고 2년 뒤인 2012년에는 매출 2조 원을 돌파해 그룹 성장 엔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년에 비해 약 20% 성장한 약 1조263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중국에서의 이랜드 돌풍이 거칠 것 없이 몰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 비중 높은 중국 시장 변수
이에 대해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리가 사고 친 것을 곰이 막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유럽에선 시장 침체라는 상황이 주된 영향일 수 있지만 여전히 유럽 시장에서 이랜드의 입지가 브랜드의 가치를 밀고 나갈 만큼 크지 않고 힘 또한 약한 반면 중국에서는 곰을 캐릭터로 사용한 티니위니 등이 중국인의 정서와 맞고 이랜드의 브랜드들이 고가보다 실용적인 가격대로서의 브랜드로 인식됨에 따라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도전 나선 박성수 이랜드 회장
그러면 박 회장이 제시한 경영 6기의 청사진은 과연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에서는 이미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시적 관점에서는 박성경 부회장의 ‘한류’ 사업이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게 변수의 하나로 지적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 중국 시장에서 이랜드그룹의 성장세는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이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한류’라는 문화적 트렌드의 영향 역시 적지 않기 때문에 ‘한류’ 분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이랜드의 중국 내 성장세 향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중국 로컬 브랜드의 무서운 상승세가 기존 브랜드가 차지했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랜드의 성장 동력은 경기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고 박 회장이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해외 매출 비중을 높게 잡은 것 역시 국내의 내수 침체 상황이 경제지표와 반대로 흐르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고 중국도 경제 전망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적색등으로 가기 이전인 황색 점멸등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경영 6기의 이랜드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의 예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랜드그룹이 늘 해 왔던 위기 돌파 방법으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비해 나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이랜드그룹의 최고 재능 중 하나인 인수·합병(M&A)이다. 과연 경영 6기 기간 동안 이랜드그룹이 어떤 사냥감을 고르고 사냥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아마도 지난해 말로만 무성했던 화장품 회사 사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화장품 회사의 M&A에 성공한다면 의류·외식·엔터테인먼트·호텔 및 리조트 등과의 시너지는 물론 토털 솔루션을 갖추게 되면서 여전히 무공략 상태인 중국의 화장품 시장에서도 기존 유통망과 판매망을 통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상되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한때 말로만 인수설이 나돌았던 업체가 여전히 문제없이 영업을 이어 가고 있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계 쌍두마차의 선제적 방어와 대응 역시 만만치 않아 과연 이랜드가 화장품 회사 M&A를 통해 관련 업계에 뛰어들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 올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경영 6기를 시작한 이랜드그룹에 대해 앞으로 박 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와 행보 및 박 회장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M&A팀 및 그룹 기획 분야에 대해 관련 업계와 재계는 물론 언론의 관심이 올 한 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범진 객원기자 cbj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