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지식과 창조의 원천…질문하는 능력 ‘QQ’ 개발해야

한국인은 왜 질문하지 않는가
몇 개월 전에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이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게 돼 참관했다. 강사가 1시간 강의를 마친 후 사회를 보던 담당 교수가 모시기 힘든 분을 강사로 모셨으니 질문을 많이 해달라고 학생들에게 권유했다. 하지만 정적이 흘렀다. 그 어떤 학생도 질문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교수가 던진 질문에 강사가 답변한 후 특강이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왜 질문을 하지 않은 걸까. 그 이유를 분석해 봤더니 여덟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수강생이 강의 내용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으면 질문이 생길 리 만무하다. 무관심형이다.

둘째, 첫째와 반대로 강의를 듣는 데 너무 몰두하거나 메모하기 바빠 질문할 것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몰입형이다.

셋째, 강사가 강의를 어렵게 하면 수강자는 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해 질문을 던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몰이해형이다.

넷째, 셋째와 반대로 강의가 너무 쉽고 뻔해 질문할 거리를 찾지 못하기도 한다. 완전 이해형이다.

다섯째, 질문을 하면 강의실 내 다른 수강생들의 시선이 집중돼 자신이 튄다는 생각이 들어 움츠리기도 한다. 주목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주목 회피형이다.

여섯째, 자신이 질문하면 강의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강의실에서 빨리 빠져 나가고 싶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질문이 수업 흐름을 끊을 수 있고 수업 진도를 늦춰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타인 배려형이다.

일곱째, 질문을 하고는 싶은데 질문을 제대로 못하면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니 망신을 당할까 걱정돼 질문을 하지 않기도 한다. 소심형이다.

여덟째, 그전부터 강의실의 분위기가 아예 질문하지 않는 것이라면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질문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으니 대학에 와서도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분위기형이다.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발언을 하면 포인트를 받곤 하는데 이것은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정답을 맞히는 학생이 포인트를 받는 것이지 질문하는 학생이 포인트를 받는 게 아니다.


질문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이 질문을 하려면 우선 그 이슈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더라도 자신의 관심사항이 아니면 그냥 지나치는 의미 없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이슈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이슈에 대해 너무 모르면 질문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앞서 말한 무관심형과 몰입형은 관심도에 따른 분류이고 몰이해형과 완전 이해형은 이해도에 따른 분류다.

관심도와 이해도가 자기 자신의 문제라면 타인과의 관계를 의식해 질문을 던지지 않기도 한다.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주목 받기를 싫어하거나 타인의 시간을 너무 빼앗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주목 회피형과 타인 배려형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용기다. 용기가 부족하면 질문하고 싶어도 손을 들지 못한다. 또 조직 분위기가 아예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자신이 분위기를 깰 정도로 숫기를 발휘하기가 힘들다. 소심형과 분위기형이 여기에 속한다. 만약 자신이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면 관심도, 이해도, 타인 의식도, 용기 중 어떤 것 때문인지 점검해 보기 바란다.

한국에서는 학생들만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직업인 기자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2010년 서울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 적이 있다.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설한 다음 개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해 달라고 특별히 배려했다. 정적이 흘렀다.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자 통역을 써서 질문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래도 질문이 없자 어떤 중국 기자가 대신 질문하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질문할 한국 기자가 없다면 중국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겠다고 했다. 여전히 침묵이 흐르자 결국 중국 기자에게 질문권이 주어졌다.

폐막식에서 질문 세션이 갑자기 만들어지긴 했지만 정말 창피한 이야기다. 질문에 대해 가장 도전적이어야 할 기자가 이 정도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질문 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영어 문제가 아니라 질문 자체가 문제다. 평소 질문을 많이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준비되지 않은 질문은 즉흥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질문하고 싶은 것은 사실 있지만 어떻게 질문해야 부끄럽지 않는지 의식하기 때문에 질문을 꺼렸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질문을 했다가 후폭풍이 일 것이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국제적인 웃음거리였다.


왜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가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물론 알고 있다. 스스로 무언가를 확실히 알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생각을 이모저모로 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 질문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 발전의 여지가 생긴다. 질문하며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스스로 설득되기도 한다. 또 자신이 질문을 잘하면 다른 사람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 주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는 게 많다. 단지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별하는 능력을 메타 인지(metacognition)라고 한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양자를 구분하게 되고 생각하며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지식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질문을 많이 던져야 한다. 더구나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창의력이다. 질문을 하다 보면 이런 창의력이 불쑥 튀어 나온다.

질문이 지나치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시키는 대로 하면 시간이 단축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데, 질문이 이런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기는 했는데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과연 그런 방식이 효율적일까. 질문을 통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게 문제가 있는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 더구나 이제 우리는 과거처럼 모방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단계에 들어왔기 때문에 질문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인은 왜 질문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 질문이 많지 않은 이유는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의 문제도 상당히 많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 그동안 학교 교육이 그랬고 직장 내 조직 문화가 그랬다.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적느라 고개를 푹 숙이고 펜을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질문 지수를 개발하자
질문하더라도 미리 무엇을 물어볼 것인지 사전 조율하고 질의응답할 때도 많다. 흉내만 내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필자가 어느 기관의 세미나에서 발표하기로 돼 있는데 질문할 사람들이 질문할 내용과 그에 대한 간단한 답변을 제출하라는 부탁을 주최 측으로부터 받고 정말 어이없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그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허울뿐인 세미나 문화, 회의 문화에서 무슨 창의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 바로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데 발목을 잡는다. 기업이 매년 개최하는 주주총회에서 직원이 좌석을 많이 차지한 다음 미리 정해 놓은 질문을 하는 것도 후진성의 또 다른 표현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을 지수로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능을 측정하는 IQ(Intelligence Quotient), 감성을 측정하는 EQ(Emotion Quotient), 사회성을 측정하는 NQ(Network Quotient), 도덕성을 측정하는 MQ(Moral Quotient), 예술성을 측정하는 AQ(Art Quotient), 영성을 측정하는 SQ(Spiritual Quotient) 등이다. 그런데 이제는 질문을 잘 던지는 능력이 자신에게 얼마나 있는지 측정하는 질문 지수 QQ(Question Quotient)가 필요한 때다.

자신이 질문을 던지는 횟수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품질, 질문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파급효과, 질문을 수용하는 조직 문화의 개방성과 다양성 등이 질문 지수의 평가 요소가 될 것이다. 힘을 모아 질문 지수를 개발하자.

마지막으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필자가 아는 어떤 이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의는 약간만 하고 주로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강의를 30분 정도 한 다음 질문을 기다리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보통 그러면 강사가 어색해 다른 내용을 더 강의하게 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적 속에서 매우 어색하게 30분이 지나갔다. 1시간 강의 시간이 그렇게 끝났다. 강사도 특이했지만 청중도 좀 심했다.

그런데 또 어떤 분은 학생들이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꾀를 부렸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카톡으로 질문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질문이 쇄도했다. 수강생이 질문을 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이라면 이 카톡 방법을 한 번 사용해 보기 바란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