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펀드 조성 등 분쟁 대비 나서, 팬택 특허 눈독 들이나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의 특허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샤오미가 최근 인도 법원으로부터 에릭슨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하자 한계가 드러났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고성장해 온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오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이 많았다. 샤오미의 특허가 10건도 안 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정이 이런 것은 2010년 설립돼 2011년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은 신생 회사가 갖는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면 샤오미는 인도에서 맞닥뜨린 것과 같은 특허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을까.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오랜 특허 전쟁을 지켜보면서 이 같은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1년 대비 특허 확보 114배 늘어
지난해 4월 중국 중관춘에서 특허 펀드가 출범했다. 샤오미와 중국 최대 사무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진산소프트웨어와 TCL 등이 펀드 설립식을 가진 것이다. 3억 위안을 조성해 향후 5년 내에 스마트폰 등과 관련된 핵심 특허를 확보하는 게 목표로 제시됐다. 이를 두고 중국 언론은 샤오미의 해외 진출을 위한 ‘특허 탄약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4년 12월 중국 언론에선 또다시 샤오미가 주도하는 특허 펀드 설립 소식이 나왔다. 2억 위안 규모의 지식재산권 펀드에 샤오미 산하의 투자회사,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와 관련된 다른 회사, 진산소프트웨어의 자회사 등이 공동출자하는 구조다.

샤오미는 또 자체적인 특허 신청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샤오미 공동 창업자인 린빈 총재를 인용해 2012년 이전까지만 해도 샤오미가 확보한 특허는 35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특허 출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012년 257건, 2013년 643건, 2014년 1300건에 이어 올해는 2000건의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샤오미가 확보할 특허만 4000건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2011년 말(35건)과 비교하면 114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샤오미는 특허 전쟁에서 승리할까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엔 레이쥔 CEO의 위기의식이 있다. 2년 전 레이쥔 CEO는 전 세계 휴대전화 관련 특허가 45만 건에 달한다며 특허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샤오미가 매년 적지 않은 자금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샤오미가 새로운 투자 자금을 유치할 때마다 기업 가치 평가도 갈수록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말 4100만 달러를 유치할 때의 기업 가치는 2억5000만 달러였다. 2011년 12월엔 10억 달러, 2012년 6월 40억 달러, 2013년 8월에는 1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완료된 11억 달러 유치 과정에선 기업 가치가 450억 달러에 달했다.

팬택 매각도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팬택은 3000여 건의 특허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 공세를 방어하는 데는 훌륭하다는 평가다. 린빈 샤오미 총재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허를 경쟁 상대에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라기보다 방어용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샤오미가 특허 펀드를 내세워 팬택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설이 유력한 이유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