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복귀와 맞물려 오너 체제 강화…“실적이 경영권 승계 속도 결정”

2015년 주목받는 재계 3·4세들 ②김동관 한화솔라원 상무
입사 5년 만에 임원…태양광 사업 진두지휘
김동관
약력 : 1983년 10월 30일생. 구정중학교 졸업. 세인트폴고등학교 졸업. 하버드대 정치학과 졸업. 2010년 1월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2014년 9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2015년 1월~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상무)

병역 : 117기 공군 통역 장교(3년 4개월)
(해당 기간 중 2009년 10월 내한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정운찬 국무총리의 회담 통역 보좌 수행)

주식 보유 현황 : (주)한화 3.4%, 한화 S&C 5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32) 씨가 2014년 12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한화그룹에 입사한 지 5년 만에 임원이 됐다. 김 상무는 통합법인의 최고영업책임자(CCO)로 활약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김 상무의 승진을 두고 한화그룹 역시 3세 경영인 시대가 일러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승연 회장과 임원으로 승진한 김 상무를 중심으로 한화그룹 오너 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김 상무의 승진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태양광’을 좇는 그의 행보는 입사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재계 ‘얼굴 알리기’에도 주력
김 상무는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1월 (주)한화의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이때부터 그룹의 육성 사업이었던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이듬해인 2011년 12월 한화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을 맡았다. 한화큐셀은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인 큐셀을 인수해 만든 회사다. 김 상무가 처음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만 해도 한화큐셀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김 상무가 새로운 조직 문화를 도입해 흑자로 전환시켰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화큐셀은 2013년 말 흑자 전환했다.

그리고 2014년 9월 그는 다시 한화솔라원으로 복귀했다. 영업담당실장을 맡은 그는 솔라원 본사가 있는 중국 상하이에 머무르며 중국 태양광 시장에서 영업 확대 등을 추진해 왔다. 또한 최근(2014년 12월 8일) 발표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 준비해 온 것도 그다. 이번 합병으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외형 면에서 태양광 셀(태양전지) 생산능력 3GW를 넘어선 글로벌 1위 태양광 기업으로 도약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상무의 승진과 관련해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부임해 적자 기업을 1년 만에 흑자로 반전시켰고 솔라원과 큐셀의 통합 법인 출범에 이바지해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다년간 태양광 사업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그룹의 태양광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리더가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와중에 김 상무가 내는 태양광 사업의 성과는 김 상무의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 상무는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재계에 얼굴을 알리는 데도 주력해 왔다. 이는 김 회장의 노력이 컸다. 2010년 김 상무가 입사한 차장 시절부터 김 회장은 그를 국내외 주요 행사에 동석시키며 ‘차세대 한화 경영자’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2010년 1월 다보스포럼에 김 회장과 김 상무 부자가 함께 참석했는데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들과 함께 여러 명망 높고 훌륭한 분들과 만나 기쁘다”면서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는 김 차장이 이야기할 것”이라며 아들 김 상무를 소개했다. 2010년 11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미트에서는 환영 만찬 때부터 김 상무가 김 회장을 수행했다. 이때부터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김동관 상무를 후계자로 점찍고 경영 수업을 하는 것”이란 말이 돌았다.

2011년부터 김 상무의 행보는 더욱 두드러진다. 김 상무는 2011년 3월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 사이트에서 열린 한화솔라원 ‘클로징 벨 세리머니’에도 한화그룹 주요 경영진과 참석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이어 2011년 4월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하는 자리에도 김 상무가 참석했다. 같은 해 5월 한화그룹이 ‘도전·헌신·정도’를 새로운 핵심 가치로 선포하는 자리에서 김 상무와 김 회장이 함께 단상에 올라 공식적으로 ‘한화의 차기 경영자’로 주목받았다.

최근 김 회장이 경영 공백기를 가졌던 2년 동안 김 상무의 행보는 더욱 관심을 끌었다. 김 회장의 부재 속에 비상 경영 체제를 꾸려 가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었던 그를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는 “그동안의 행보를 미뤄 짐작하면 김 상무의 고속 승진은 이미 예고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상무는 김 회장의 해외 일정을 직접 수행하고 태양광 사업 부문을 직접 전담하고 있다”며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가 만들어 놓았건 그룹 태양광 사업 부문의 에이스가 됐다”고 했다.

김 상무의 활약이 거세지는 가운데 그의 리더십에도 궁금증이 높아진다. 김 상무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버지(김승연 회장)와 달리 조용하고 부드러운 스타일로 알려졌다.


‘부드러운 리더십’ 약 될까, 독 될까
“친근한 스타일로 한화 임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0년 김 상무가 입사하던 해 함께 입사한 신입 사원들과 3주 동안 그룹 연수를 받은 일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께 연수를 받은 한 직원에 따르면 “연수 시작 전부터 황태자(김 상무)가 합류한다는 소문이 나 있었고 불편하다며 불평하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막상 연수가 시작됐을 때는 누가 황태자인지 찾지 못할 만큼 티를 내지 않고 잘 어울렸다”면서 “열정이 남달랐다”고 그의 모습을 전했다.

하지만 김 회장과 ‘달라도 너무 다른’ 김 상무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 상무와 달리 김 회장은 결단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 스타일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 때문에 앞으로 김 상무가 그룹을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과감한 결단력이나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곧 김 회장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그룹을 이끌어 온, 현재 각 계열사의 중역을 맡고 있는 40~60대 중역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아직 김 상무의 능력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계열사 합병을 결정하고 관련 투자를 열심히 늘려가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김 회장이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는 김 상무를 차기 총수로 점찍고 그에게 확실히 힘을 밀어주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진짜 그의 능력이 시험대에 아직 오르지 못했다”며 “5년이라는 단기간에 임원 승진을 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배제할 수 없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경영 능력을 검증받으며 한 발씩 나아가면서 리더십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상무는 아직 미혼 상태다. 재벌가의 혼사는 기업 운영과도 연관된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진다. 그러므로 어느 집안의 누구와 혼맥을 잇느냐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김 상무의 결혼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김 상무의 두 남동생 역시 그룹에 참여하고 있다. 차남 동원 씨는 지난해 4월 한화 L&C(현 한화첨단소재)에 입사, 현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디지털 팀장을 맡아 그룹의 온라인 사업과 정책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승마 선수로 활약한 삼남 동선 씨는 지난해 10월 초 한화건설에 매니저로 입사했다.

재계에서는 이들 삼형제가 한화그룹의 각 사업 부문을 나눠 총괄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의 사업은 크게 3개로 나뉘는데 ▷태양광 사업과 석유화학 사업을 포괄하는 제조 부문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을 중심으로 한 금융 부문 ▷한화건설과 갤러리아, 한화호텔&리조트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건설 부문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